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팁- 2013. 11. 1.

jaykim1953 2013. 11. 1. 13:19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문화차이와 그에 따른 당황스러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팁(tip, gratuity; 봉사료)에 관한 것이 아마도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의 일상생활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팁을 주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즐거운 여행 속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계산서에 봉사료와 세금이 합산되어 나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팁에 대하여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계산서대로 지불하고 나면 봉사료는 저절로 지불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한 추가적인 감사의 표시를 금전적으로 하는 것에 익숙지 않습니다.

 

그 반면 외국에서는, 특히나 미국에서는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하여 고마움의 표시로 추가적인 봉사료- 팁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계산서 금액의 10%를 지불하기도 하였다고는 합니다. 제가 처음 미국으로 갔던 1983년에는 이미 계산서 금액의 15% 정도를 지불하는 팁이 일반화 되어 있었습니다. 간혹 10% 정도의 팁을 준다고 하여도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만약 10%의 팁만 지급한다면 종업원이 다가와서 혹시 저희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웠습니까?”라고 질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즈음의 팁은 최소한 15%, 무난한 수준은 20% 전후,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럽다면 25%까지도 지불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자기네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팁을 달래?”라는 투의 불평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종업원들이 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손님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그에 대한 대가로 팁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 것은 우리나라와 외국의 문화의 차이일 뿐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닐 것입니다.

 

비록 아주 작은 사건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편함을 알아서인지 미국에서도 팁을 없애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것도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 맨하튼의 한 복판에서, 가장 비싼 음식점 가운데 하나인 스시 야수다’ (Sushi Yasuda)라는 일본 레스토랑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관련기사: nytimes.com_06/07/2013_sushi_yasuda)

 

금년 여름 스시 야수다에서는 팁을 받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 대신 음식 가격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신용카드 매출 결제용지에 팁을 적어 넣는 칸을 없애 버렸습니다. 메뉴의 맨 뒤 페이지와 계산서 밑에는 일본에서의 관행에 따라 스시 야수다의 종업원들의 봉사는 회사가 지급하는 봉급으로 충분히 보상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봉사료는 받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Following the custom in Japan, Sushi Yasuda’s service staff are fully compensated by their salary. Therefore gratuities are not accepted. Thank you.)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성공한 상품 가운데 하나가 스시라고 보입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스시는 비싼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불과 10여년 전에 맨하튼의 중심부에서 시작한 스시 야수다는 뉴욕 시내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파는 고급 스시 레스토랑으로 자리 매김을 하였습니다. 스시 야수다에서 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하면 아주 대접을 잘 받은 것으로 인식하게까지 되었습니다. 이런 것으로 보아 성공한 레스토랑임에는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팁을 받지 않는 데에 앞장 섰습니다.

 

스시 야수다는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네 블록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되는 곳입니다. (스시 야수다 위치: maps.google_Sushi Yasuda) 맨하튼에서 남북 방향으로 움직일 때에는 스트리트 사이의 간격이 동서로 움직일 때의 애비뉴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스트 47 스트리트와 3 애비뉴 교차점에 있는 저희 집에서 43 스트리트에 있는 스시 야수다까지는 불과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맨하튼에서 스시 야수다에 다시 가서 식사한다면 저도 팁을 놓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그 동안 팁에 대한 여러 가지 변화의 시도는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뉴욕 맨하튼에서도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퍼세이’ (Per Se)에서는 음식값에 20%의 팁을 추가한 금액이 적힌 계산서를 손님에게 건넵니다. 20%에 대한 (구차하지만) 명쾌한 설명은 주방 안의 종사자를 위한 봉사료 10%와 홀에서 서빙하는 종업원을 위한 봉사료 10%로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퍼세이에서는 신용카드 결제용지에 팁을 적는 칸을 그대로 두어 대부분의 손님이 추가로 팁을 더 적어 넣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손님이 지불하는 팁의 금액만 많아지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퍼세이에서 저녁 한 끼에 1인당 기본적인 비용이 $300 정도되고 와인이라도 마시게 되면 금액은 훌쩍 수백 달러가 더해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금액에 20%의 팁, 그리고 추가로 5~10%의 팁이 더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한 끼 식사에 $300을 밑도는 스시 야수다에서 팁을 없애려는 시도는 신선하게까지 느껴집니다. 팁을 없애는 것에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뉴요커들이 심심치 않게 추가 팁을 내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앞으로는 추가 팁을 내는 손님에게 돈을 돌려 주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팁을 내느냐 또는 안 내느냐의 문제는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시 야수다의 메뉴 판과 계산서에도 써 있듯이 이러한 시도가 일본에서의 관행을 미국에서 적용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첨부 파일: 스시 야수다 계산서) , 미국에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일본식 음식을 파는 곳이니 일본식 관행을 따르겠다는 묵시적인 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본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미국 영화 -” (Gung-Ho)가 그 한 예입니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미국의 자동차 공장을 비인간적인 경영 방식을 가진 일본의 자동차 제조회사가 인수하면서 생긴 일화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 사람을 일에만 매진하는 비인간적인 경영 방식으로 경제의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장 근로자들은 착하지만 조금은 약삭빠르지 못하고 우직하게 주어진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미국식 공장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일본식 경영 방식을 도입합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하여 일본제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막연히 일본식 경영 방식에 대한 공포 또는 경외심이 생기던 때이기도 합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일본식 경영 방식에 대한 이해도 생겼고, 또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일본의 방식을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식 경영의 한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시 야수다에서 일본에서의 관행을 내세우며 팁을 없애겠다고 합니다. 과연 일본에서의 관행이 미국에서 통하게 될는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집니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서의 관행을 내세우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도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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