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매뉴얼- 2013. 11. 15.

jaykim1953 2013. 11. 15. 08:11

 

남자들은 좋아하지만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군대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군대에서의 기억을 잠깐 되돌아 보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군대에서 자주 들었던 단어 가운데 FM (Field Manual; 야전교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최근까지도 군대에서 쓰이는 모양입니다. 제 아들도 군대에서 FM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마 계속 쓰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제 큰 아들이 군에 간 것이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습니다.)

 

사전에서 manual 이라는 단어를 찾아 보면;

 

1.     (형용사) 손의, 손으로 하는

2.     (형용사) 현재 있는, 수중에 있는

3.     (형용사) 소형의, 편람식의

4.     (명사) 소책자, 취급설명서, 편람, 안내서

5.     (명사) (군사) 교범

6.     (명사) 오르간의 건반

 

등으로 설명 되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manual이라는 단어를 군사 교범 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받은 인상이란 manual은 어디까지나 manual일 따름이고, 현실에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임기응변(臨機應變)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manual 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동기는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Bank of America에서 SPM (Standard Practice Manual, 표준 실행 지침)이라는 문서를 접하고서부터입니다. 제가 처음 접한 Bank of America SPM은 단순한 교범 수준의 manual이 아니라 마치 [헌법 + 법률] 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SPM의 구성은 몇 단계 숫자로 구성된 목차가 있었습니다. 첫 단계 숫자는 해당 분야- 오퍼레이션스, 크레딧, 행정(administration) 등을 구분하는 것이고, 그 다음 숫자는 좀더 구체적인 분야(예를 들면 송금, 대출, 신용장 등)를 나타내고, 다음 단계는 세부사항(송금 보내는 것, 받는 것, 신용장 통지, 네고 등)을 표시하고 마지막에는 일련번호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마치 법률 구조처럼 조직적으로 짜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신 심사분석에는 또 다른 manual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SCM (Standard Credit Manual, 표준 심사 지침)이었습니다. 이 또한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여신 심사에 대한 지침서였습니다.

 

제가 직장을 체이스 맨하튼 은행 (Chase Manhattan Bank, *:  JP Morgan Chase)으로 옮기자 그 곳에도 manual이 있었습니다. 체이스 맨하튼 은행의 교범은 Standard Operations Manual이라고 불렀습니다. 업무 지침서입니다.

 

제가 두 미국계 은행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은행의 manual은 매우 잘 조직되어 있고, 거의 모든 은행 업무에 대하여 빠짐 없이 업무 취급 원칙과 방법을 기술하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Bank of America SPM에서 제가 배운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 스왑 거래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짜로 한국 원화를 지불하면서 미국 달러화 $1백만을 사고 1 주일 후에 같은 금액의 미국 달러화를 되팔고 한국 원화를 받는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이 거래를 분석해 보면

 

 
오늘 거래
1 주일 후 거래
미국 달러화
+ $ 1,000,000
- $ 1,000,000
한국 원화
-  ($ 1,000,000 상당액)
+  ($ 1,000,000 상당액)

 

이는 외환 거래이지만 실제로는 1 주일 동안 미국 달러화를 빌리고, 한국 원화를 빌려주는 것과 똑 같은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거래에서 오늘의 환율과 1 주일 후의 환율은 미국 달러화의 이자율과 한국 원화의 이자율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만약 현재의 $/ 1,100, 미국 달러 이자율이 연 1%, 한국 원화 이자율이 연 3%인 상황에서 위의 거래를 자금거래로 바꾸면;

 

1 주일간 이자 금액
오늘 거래
1 주일 후 거래
$ 1,000,000 X 1% X 7 ¸ 360= $194.44
+ $ 1,000,000.00
- $ 1,000,194.44
 1,100,000,000 X 3% X 7 ¸ 360= 641,667
-  1,100,000,000
+  1,100,641,667

 

(*: 편의상 이자계산을 연 360일 기준으로 하였음)

 

오늘 거래는 한국 원화 1,100,000,000을 지불하고 미국 달러화 $ 1,000,000 을 받았으며, 이는 환율 $/ 1,100에 의한 거래입니다. 그리고 1 주일 후의 거래는  1,100,641,667을 받고 $ 1,000,194.44 을 지불하였으므로 1주일 후에 수도가 일어나는 금액들을 환율로 환산하면 ( 1,100,641,667 ¸ $ 1,000,194.44) $/1,100.4277이 됩니다. 여기에서 오늘 거래의 환율과 1 주일 후 거래의 환율- 두 환율 사이의 차이 ($/ 1,100 ~ $/1,100.4277) $/ 0.4277 1 주일 (7)동안 미국 달러화와 한국 원화의 이자율 차이 (1% ~ 3%)에 환율 $/ 1,100을 곱한 것과 같은 값을 보이고 있습니다.

 

$/ 1,100 X (3% - 1%) X 7 ¸ 360 = 0.4277

 

실제 외환 스왑 거래에서는 미국 달러화 금액은 $ 1,000,000으로 고정하고 환율로 원화 차액을 조정합니다.

 

오늘 거래
1 주일 후 거래
+ $ 1,000,000.00
- $ 1,000,000
-  1,100,000,000
+  1,100,427,700
$/ 1,100
$/ 1,100.4277

 

 

 

 

 

결과적으로 외환 스왑 거래는 두 통화의 이자율 차이를 환율로 표시한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 거래에서 오늘 달러를 살 때에는 환율이 $/ 1,100이고 1 주일 후에 달러를 되팔 때에는 이 보다 높은 환율인 $/ 1,100.4277 에 팝니다. 그 결과 미국 달러화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결과 환차익이 발생합니다. 이 때의 환차익은 이자율이 낮은 미국달러화를 1 주일 동안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한국 원화를 빌려주면서 발생한 이자율 차이에 대한 보상입니다.

 

Bank of America SPM에는 이와 같은 거래를 하는 경우에 외환 차익을 이자 수익으로 전환하여 외환 거래와 자금 거래 사이에 발생하는 손익관계의 왜곡을 보정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외환 스왑에서 발생하는 외환 차익 또는 차손은 내부 스왑 (internal swap)거래를 통하여 이자 수익 또는 비용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놓았고, 이에 대한 원칙과 자세한 방법을 SPM에 기술하여 놓았습니다.

 

1970년대말, 1980년대초에는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이러한 내부 스왑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방증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은행감독원에서 정기감사를 나오면 매번 내부 스왑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국내은행에서는 어느 곳도 시행하지 않는 이러한 복잡한 개념의 거래를 왜 하느냐고 감사를 나온 감독원 직원들이 묻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내부 스왑의 개념을 설명하여도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세무회계와 관리회계의 차이 또는 경영정보시스템 (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였던 시기였습니다.

 

Manual의 생명은 정확성과 신뢰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또 하나의 manual은 신뢰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습니다.

 

 10년쯤 전에 강남 지역에 있는 사거리에서 푸른 신호등이 들어와 차를 출발하여 교차로를 거의 다 지나갈 때쯤이었습니다. 오른 쪽에서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달려들어 제 차의 오른쪽 뒷문을 들이받았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하여 사고 처리반이 왔습니다. 보험사 직원이 말하기를 교통사고 처리 manual에 의하면 교차로에서 차량과 오토바이가 부딪치면 8:2의 비율로 차량 과실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하며, 오토바이가 달려와서 제 차의 오른쪽 뒷문을 받았는데 어떻게 8:2로 제 잘 못이 클 수 있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그 보험사 직원이 해 준 말에 저는 온 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선생님은 억울하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교통사고 manual 대로 처리하는 것에 이의가 있으시면 정식 재판을 청구하셔야 하고, 재판 과정에 많은 시간과 돈이 드시게 됩니다. 설사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재판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아마도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이 퀵서비스 배달원은 연락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저희 보험회사도 지불한 보험금을 이 사람으로부터 되받아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실익이 있느냐에 대하여서는 무어라 말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 재판을 원하신다면 제가 말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처리 manual은 크게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처음 은행 업무를 배울 때 공부하였던 manual들은 매우 잘 조직되고 원칙에 충실한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교통 사고 처리 manual 뿐 아니라 제 주변에도 많은 manual 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