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어 금요일에 보내드려야 할 모닝커피를 수요일 오후에 배달해 드립니다.
지난 주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섭씨 10도 전후, 한낮에는 섭씨 2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겨울로 돌아왔습니다. 한창 추위는 지나가고 비교적 따뜻한 날씨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제가 느끼는 서울의 날씨는 한겨울입니다. 갑자기 바뀐 날씨 탓인지 저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며칠간 고생을 하였습니다.
제가 감기로 고생하는 사이에 주식시장도 저 못지 않게 고생을 하였습니다. 미국이 양적 팽창 (量的膨脹, QE- Quantitative Easing)을 줄여 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종료할 것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Federal Reserve) 의장 벤 버냉키 (Ben Bernanke)의 언급이전세계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연방 공개시장 위원회 (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회의 결과를 전세계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4/01/28_중앙일보_FOMC-신흥국)
그 동안 제로 금리에 가까운 낮은 금리 속에 수익률에 목마른 일부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신흥국 시장 (emerging market)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브라질(Brazil)과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의 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BRICs, 멕시코(Mexico)와 인도네시아(Indonesia), 나이지리아(Nigeria), 터키(Turkey)를 뜻하는 MINT, 베트남(Vietnam)과 인도네시아(Indonesia),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 터키(Turkey), 아르헨티나(Argentina)를 의미하는 VISTA 등이 그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신흥국 시장에의 투자는 기존의 선진국 시장에 비하여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일부 펀드는 한 동안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대변이라도 하듯 대부분의 이러한 신흥국 시장 투자는 항상 갑작스런 시장의 변화에 따른 손실의 리스크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폭락세를 주도한 것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상황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인 1월 24일 월 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에는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 하락에 따른 아르헨티나 경제의 위기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wsj_1/24/2014 =Argentine) VISTA 라는 신흥국 펀드의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려 놓았던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가 하루 아침에 15%가 넘게 하락하고, 외환 보유고, 단기 외채 등의 지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 지적하였듯이 아르헨티나 페소의 공식 환율은 미화 1 달러당 7.75페소이나 실제 암시장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미화 1 달러당 13.10 페소라는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 아르헨티나의 외환시장에서의 은행간 거래는 처음 개장시의 환율은 미화 1 달러당 7.15 페소에 거래되었으나 곧 이어진 아르헨티나 페소의 급락에 따라 미화 1 달러 당 8.50 페소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페소 기준으로 하루에 약 16%의 가치 하락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아침 (뉴욕시간 1월 28일 저녁) 인터넷판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를 보면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커치너 (Cristina Kirchner)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주로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소행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자국 통화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wsj/1/28/2014-Argentine)
아르헨티나는 13년 전인 2001년 이미 한 차례의 금융 위기를 겪고 채무 불이행(디폴트: default)이라는 홍역을 겪은 바 있습니다. .4~5 년 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디폴트 상황을 벗어났고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던 상황에 다시 이러한 경제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아르헨티나가 다시 이러한 경제의 어려움을 겪게 된 데에 대한 여러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가 특별히 눈에 띕니다. 1월 24일자 WSJ 기사의 말미에서도 언급하였습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은 지난 해 10.9%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25% 또는 30%에 까지 이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The government says the inflation rate was 10.9% last year, but economists estimate it was closer to 25% to 30%.)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신흥국의 시장과 정부는 상황에 따라 신뢰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1997~1998년 경제 위기 떄에 정부 발표는 항상 ‘경제의 펀더멘탈(fundamental)은 문제 없다’고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1997.12.12_동아일보_경제각료)
최근 신흥국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신흥국 시장의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선진국 시장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신흥국 시장에 들어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신흥국 펀드는 높은 수익률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지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게 됩니다.
거기에다가 신흥국 시장의 기업 정보뿐 아니라 정부의 발표도 크게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인플레이션 발표, 지난 1997년 우리나라 정부의 상황 대처 등을 보면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정부 관료들의 이야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 나라의 정부 발표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투자 대상 국가의 정부의 발표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그 국가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최근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겪는 여러 가지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동양 사태를 위시하여 저축은행, LIG 사태 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공통점은 금융소비자가 한결 같이 높은 수익을 선호하였다는 것입니다. 금융소비자가 높은 수익에 높은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신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자산을 현명하게 관리하려면 자신이 처하게 되는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증권회사 혹은 은행 창구 직원이 권유한다고 하여 덥석 신흥국 펀드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하려는 신흥국 펀드는 어떤 펀드 매니저가 어떤 국가의 어떤 회사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인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해당 국가의 경제, 환율, 기업 정보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후에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내 주식 펀드 가운데에도 신흥국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신흥국 펀드보다 안정적으로 리스크가 관리되는 펀드들이 즐비합니다. 정확한 이해 없이 신흥국 펀드에 뛰어 들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수익율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는 펀드 매니저를 찾아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내일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다음 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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