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조기경보- 2015. 10 16.

jaykim1953 2015. 10. 16. 10:46

저는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대너 포인트(Dana Point)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손자와 함께 우리 부부가 열흘 정도 휴식을 취하려고 이 곳에 와 있습니다. 저와 제 손자는 서울을 떠나기 직전에 심한 독감에 걸렸었으나 이 곳 캘리포니아의 화사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맞으면서 씻은듯이 감기가 나았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은 주()입니다. 2013년 말 통계를 보면 138십만 대가 등록되어 있어, 2위인 텍사스의 795만 대보다 70% 이상 더 많습니다. 3위 플로리다는 743만 대입니다. (관련통계: http://www.statista.com)

이렇게 자동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 오염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아마도 태평양을 끼고 있는 긴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 영향으로 공기가 비교적 순환이 잘 되는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일찍이 배기가스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여도 캘리포니아는 공해로 찌들었다는 표현을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 제 2의 대도시라고 하는 로스앤젤레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스모그(smog, *; smoke+ fog 으로 이루어진 신조어. 배출가스로 인하여 안개와 같이 희뿌연 공기를 일컫는 말)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극심한 공해로 인하여 1984년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준비한 California emission (캘리포니아 배출가스) 기준의 영향으로 공해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California emission 이라고 하면 한 때에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배출 가스 규제 기준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유럽에서 배출 가스와 관련된 유로 5, 유로 6 등 배출 가스 기준을 강화한 것이 경유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California emission은 전차종에 모두 적용하는 강력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이제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일찍이 로스앤젤레스의 지독한 스모그가 오히려 조기경보(early warning)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기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우치고 최악의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이 곳에서 렌트한 자동차는 쉐볼레 임팔라입니다. (이 차는 국내에도 수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면서 여러 장치를 조작하여 보았습니다. 이 차에는 여러 조기경보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차선 이탈에 대한 경고, 앞 차와의 충돌에 대한 경고, 깜박이가 오래 켜져 있으면 혹시 실수로 끄지 않은 것인지 경고를 줍니다. 그 밖에도 기본적인 전압, 엔진 온도, 연료계 등에도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이러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사실 지극히 간단합니다. 엔진 수온이 일정한 온도를 넘어서면 경고등이 들어오는 정도는 너무 손 쉬운 경고입니다. 조금 복잡한 것이라고 하여야 차의 속도에 따라 앞 차와의 간격을 레이더로 체크하여 제동거리보다 가까워지면 경고가 울립니다. 그러나 이 것도 차의 속도에 따른 제동거리와 앞차와의 거리만 점검하면 미리 계산해 놓은 시스템에 맞춰 경고를 할 수 있습니다.

조기경보는 여러 가지로 유익하게 쓰입니다. 또한 절실하게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것입니다. 단군 이래 가장 커다란 경제 어려움이었다고까지 불리는 1997년의 IMF 구조금융을 유발한 경제위기 때에도 조기경보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의 움직임과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지표가 사용됩니다. 종합적인 여러 지수들의 검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쉽게 감지되는 간단한 시그널을 간과하여서도 안 됩니다. 1996 3/4분기에는 이미 심각한 조기경보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매년, 매분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던 외환보유고가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1997 2/4분기에 반짝 상승하기는 하였으나 외환보유고의 하락 추세는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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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환보유고- 1991 1/4분기~2001 4/4분기 (자료: 한국은행통계, 단위: $백만)

이 당시에 나타난 두 가지 지극히 비정상적인 현상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정부에서 앞장서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팔고 원화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 문민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소득은 쉽사리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미국 달러화의 환율을 떨어뜨려 한국 원화 표시 국민소득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2만 달러가 넘도록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연간 소득이 18백만원일 때에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이 900원이면 연간소득의 달러 환산금액이 2만 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환율이 1,000원이 되면 [18백만원 ¸ 1,000] 1 8천 달러가 됩니다. 때마침 1996 12 OECD 가입까지 이룩한 마당에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정부의 치적을 구기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 개입하여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을 잡으려고 하였습니다. 1997 1월에 환율이 오르자 이를 적극 나서서 낮추었고, 3월에 다시 오르자 그 이후에는 꾸준히 환율이 오르지 못하도록 방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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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한국원화 환율 추이- 1996.1~1997.12 (자료: 한국은행 통계)

 

이 당시에는 재경원에서 한국은행에 달러 매각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당시 지시를 내렸던 사람은 과장급 인사였고, 그 사람은 후에 지식경제부의 장관까지 역임하였습니다. 그 때의 금융기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X틀러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성()‘X’ 뒤에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의 이름을 붙여 그렇게 불렀던 것입니다.

두 번째 비정상적인 현상은 단기부채로 장기 프로젝트 또는 장기자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 당시 수 많은 종금사들이 해외에 진출하였습니다. 주로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지에 진출하여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 혹은 국내기업과 합작한 현지법인에 금융 지원을 하여 주었습니다. 종금사들은 대부분 은행간 자금시장에서 단기자금을 빌려서 자금을 조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대출고객들에게 장기대출을 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1997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보철강은 십 년이 넘는 시간이 예상되는 철강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하루짜리 당좌대월로 조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989년에 완공한 화성공장을 증축하면서 뚜렷한 자금계획 없이 단기자금으로 소요재원을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들은 조기경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묵살되었습니다.

혹시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조기경보가 울리고 있는데 우리가 묵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영어 속담에 ‘Better early than lat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늦는 것보다는 이른 것이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조기경보의 징후가 발견되면 발 빠른 대처를 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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