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브랜드 파워- 2016. 10. 28.

jaykim1953 2016. 10. 28. 08:13


지난 주 제가 참석하는 모임에서 조찬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젊은 참석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컴퓨터 게임 가운데 하나인 GTA 라는 게임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7 전화기를 폭탄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동영상: GTA5_Galaxy7 bomb) 이 게임 동영상을 보면 영어로 Samsung 이라는 상표가 선명하게 새겨진 갤럭시7 전화기를 던지면 바로 터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수류탄을 던지는 것과 흡사합니다.

지난 8월 초에 시장에 소개된 갤럭시 노트 7은 출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뉴스가 있었고 출시 2 개월 만에 단종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donga.com/2016/10/11_갤럭시7 단종)

갤럭시 노트 7이 처음 시장에 소개된 8월 초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새로운 상품의 출현에 기대를 걸었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한지 채 1 주일도 되지 않아 배터리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급기야는 폭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되는 사건들이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미국 안의 공항에서는 갤럭시 노트 7을 소지하고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관련기사:hankyung.com/2016/10/17_갤7 미국공항)

이로 인한 삼성전자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한국의 첨단 산업기술에 대한 이미지도 행여 손상이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포브스 (Forbes)가 조사한 브랜드 파워의 랭킹을 살펴 보면 삼성은 전세계 브랜드 가운데 1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이트: forbes.com/powerful-brands/rank) 우리나라 기업은 100위 안에 단 두 개의 브랜드가 리스트 되어 있습니다. 11위의 삼성과 71위의 현대 (자동차)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밉든 곱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우리나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막중함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 두 회사는 전 세계에 이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알리는 것은 물론 현지에 공장을 세워 전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가 이렇게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싸구려 TV, 소형차 제작에 매달려서 세계 시장 진입에 여러 가지 유무형의 장벽을 넘어야만 하였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 오늘의 세계 11위 71위 브랜드 파워를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포브스가 조사한 세계의 브랜드 파워 1, 2, 3위는 각각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입니다. 모두 IT 관련 업종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떤 산업분야가 이끌어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 맞추어 브랜드 파워를 향상시켰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갤럭시 노트 7의 폭발로 인한 브랜드 파워의 손실을 금액으로 계산해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수익성을 보면, 지난 2/4분기 실적 기준으로 전체 영업이익 8조 1천억 원 가운데 4조 3천억 원이 IM(IT & Mobile) 부문에서 나와 약 53%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리고 CE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 1조 원, 12%, 그리고 반도체 +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조 8천억 원, 35%의 비중을 보였습니다. (출처: 삼성전자 2/4분기 실적 발표) 이러한 수치를 보면 삼성전자라는 회사의 가장 주력 사업은 휴대폰을 앞세운 IT와 모바일 사업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주력 분야에서 신제품이 치명적인 결함(缺陷)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갤럭시 노트 7이 시장에서 선전하여 경쟁제품들을 누르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대표상품이 되기를 기대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로 회사 전반에 커다란 어려움을 드리우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파워는 일반 소비대중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에게서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소비재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업에서도 소매금융업을 하는 일반 상업은행들은 브랜드의 가치에 따라 영업력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증권회사 (브로커), 자산 운용사 (펀드 매니저) 등의 업종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큽니다.

우리나라 금융업 가운데 증권업 분야에서는 1위 삼성증권, 2위 미래에셋대우증권, 3위 한국투자증권의 순으로 브랜드 파워 랭킹이 형성되었습니다. (관련자료:nbci.or.kr/증권업) 은행분야의 브랜드 파워 랭킹은 1위 KB국민은행, 2위 신한은행, 3위 우리은행입니다. (관련자료: nbci.or.kr/은행업)

우리나라에서 금융업 분야의 브랜드 파워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모든 금융기관이 자화자찬 식으로 자기네 금융기관의 브랜드가 최고라고 선전하였으나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계량된 자료만 없었을 뿐 피부로 느끼는 브랜드 파워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997년 말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이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시장 루머가 돌 때에 시중에서는 거의 뱅크런(bank-run)에 가까운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1998.6.18. 예금인출사태) 이 당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는 공식적인 브랜드 파워에 대한 조사나 자료는 없었지만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브랜드 파워는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것입니다. 예금 인출 사태를 겪어야 했던 은행들은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은행별로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를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은행별 브랜드 파워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던 때에는 모든 시중은행의 예금, 대출 금리가 동일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지방은행의 금리도 동일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금융시장에서 브랜드의 차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도 지난 9월초에 살펴보았듯이 (금요일 모닝커피 2016.9.9. 참조) 지금은 각 은행별로 금융상품마다 이자율이 모두 다릅니다. 각 금융기관별로 고객이 판단하는 신용도, 안전도가 다릅니다. 이러한 것들이 반영되어 브랜드 파워를 구성하게 됩니다. 고객들의 판단이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금융기관의 신용도가 브랜드 파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금융기관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들 우리나라에도 금융산업의 삼성전자 혹은 현대자동차가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닙니다. 금융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제도와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상품입니다. 정부와 감독기관의 규제가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금융상품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산업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니만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투명한 금융 거래와 상품 개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금융상품의 개발과 자유로운 금융거래가 선행되어야만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세계의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규모를 키운다고 세계적인 금융 브랜드가 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금융산업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토양이 갖춰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못지 않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금융기관이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브랜드 파워 위기를 삼성전자가 슬기롭게 헤쳐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