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가 300번째 글을 배달합니다.
첫 번째 금요일 모닝커피는 2011. 9. 16. 에 시작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1. 9. 16. 참조) 어느덧 거의 만 6년에 육박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주말을 앞 두고 생각나는 일들을 끄적여 보는 수준이었는데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아침에 이어져 왔습니다. 혹시라도 금요일이 휴일이거나 제가 여행 등으로 금요일에 배달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하루 이틀 미리 배달하기도 하였으나 항상 1 주일에 한 가지의 글을 배달하여 왔습니다. 딱 한번 1 주일에 2 번의 배달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3일 일요일 저녁에 글이 한 번 더 배달 되었습니다. 이 글은 원래 5월 4일에 배달하려고 준비하였던 글이었습니다. 이 번 5월초에는 1일은 근로자의 날, 3일은 부처님 오신 날, 5일은 어린이 날로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졌습니다. 5월 5일이 금요일이고 휴일이어서 하루 전인 5월 4일에 글을 배달하려고 하였고, 징검다리 휴일에 대비하여서 글을 미리미리 써놓으려 하였습니다.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뜻하지 않게 4월 23일 저녁에 실수로 글을 발송하게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300회 모닝커피가 원래 배달되어야 할 날짜보다 1 주일 먼저 배달이 됩니다.
지난 번 4월 23일의 실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300회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돌이켜 보면 반 이상의 글들이 지나간 옛 이야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글을 쓰겠다는 생각에 지나간 이야기들을 쓰게 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금요일 모닝커피를 썼던 주제가 지나간 컨설팅 비즈니스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게 된 초기의 제 경력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금융의 문턱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78년 11월이었습니다. 그 당시 Bank of America 서울 지점에 입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한 트레이닝을 거쳐서 심사 파트에 배속되어 거래 기업의 신용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오일 쇼크의 후유증으로 1980년 초 환율과 이자가 크게 요동칠 때 심사부서에서 자금과 외환을 담당하는 부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외환 분야의 선진국인 싱가폴, 홍콩,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1983년 미국으로 건너가 LA에 있는 Bank of America의 남가주(Southern California) 본부에 소속되어 일본 옌화를 거래하는 외환 트레이더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를 샌프란씨스코로 옮겨 그 당시 Bank of America 본점에서 자산 부채 관리 (ALM: Asset-Liability Management)담당 부서에서 일하였습니다.
Bank of America는 1998년 Nations Bank와 합병하여 이름은 그대로 Bank of America를 유지하기로 하였으나 본점은 노스 캐롤라이나의 샬롯 (Charlotte, NC)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샌프란씨스코의 본점 건물 주소는 555 California St. San Francisco, CA 입니다. 이 건물은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Bank of America 타워였으나 이제는 555 California Street Tower라고 불립니다.
이 건물은 연세 드신 분들에게는 조금 낯 익은 건물입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Towering Inferno (우리나라에서는 ‘타워링’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습니다. 타워링 인퍼노 웹싸이트) 영화를 촬영한 장소입니다. 이 곳 1층 건물 입구에는 자그마한 광장이 있습니다. 그 광장의 이름은 Giannini Plaza 입니다. 원래 Bank of America를 처음 설립하였을 때의 이름은 Bank of Italy 였고, 설립자는 Amadeo Pietro Giannini 였습니다. Bank of Italy 라는 이름은 후에 Bank of America 로 바뀌었고, 본점의 건물을 지으면서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건물 입구의 광장 이름을 지었던 것입니다.
영화 Towering Inferno는 1971년 크리스마스에 우리나라 서울의 한복판에서 있었던 대연각 빌딩의 큰 화재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관련기사: 1971/12/27_대연각화재) 555 California Street Tower는 실제로는 50여 층의 높이이지만 영화에서는 특수효과로 더 높게 보이도록 만들어 이 건물의 높이를 실제보다 2배 높은 100여 층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전 건물이 오피스로 쓰이는 빌딩이지만 영화에서는 오피스와 아파트가 복합되어 있는 빌딩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영화 주인공 소방대장 (스티브 맥퀸)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에 힘 입어 건물 화재 속에 갇혀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그 당시 샌프란씨스코에는 단 2개의 고층 빌딩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Bank of America 타워이고 다른 하나는 트랜스 어메리카 피라미드(TransAmerica Pyramid: 트랜스어메리카 피라미드 웹싸이트) 입니다. 이 두 빌딩은 높이가 비슷합니다. (트랜스 어메리카 피라미드가 조금 더 높다고 합니다.) 지금은 샌프란씨스코에도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섰으나 제가 근무하던 1980년대 초반에는 트랜스 어메리카 피라미드와 Bank of America 타워, 단 둘뿐이었습니다.
제가 이 건물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행운이었습니다. Bank of America라는 은행이 아무리 세계적인 조직을 가진 유수의 은행이지만 서울지점에서만 근무하였다면 전세계 금융의 흐름과 정책에 대한 시각을 갖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행히 세계적인 은행의 본점에서 근무하면서 전세계의 지점과 유럽, 중동지역, 남미, 아시아 등의 전세계 지역 본부를 상대로 금융 시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제게는 아주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저의 독방 사무실을 차지하고 제 사무실 앞에 여직원 비서를 두고 일하여 보았습니다. 그 여직원 비서는 저를 포함하여 4~5 명이 공동으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그 곳에서 제가 존경하는 멘토 Dr. Townsend Walker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2.017. 참조) 그분에게서는 금융과 경제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조직에서의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샌프란씨스코에서 일하면서 출퇴근 때에는 Muni 라고 불리는 무궤도 전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MUNI 버스 사진) 제가 살던 집은 Pacific Heights 라는 좋은 주택가에 있는 아파트였고, Bank of America 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주소는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2200 Sacrament St. San Francisco, CA였습니다. 점심 시간이면 제 와이프가 갓 만 3살이 지난 큰 아들을 데리고 Muni 버스를 타고 제게 와서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제게는 업무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보람 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Bank of America 본점에서 근무하던 시기는 전임 행장 A. W. Clausen 이 물러나고 세계은행 (IBRD 혹은 World Bank)의 총재로 자리를 옮긴 다음 그 뒤를 이어 Sam Armacost 행장이 새로운 행장으로 취임한지 2~3년이 경과하였을 때입니다. 새로운 경영 방침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새로운 경영 방침에 따라 후속 조치와 세부적인 전략을 짜는 데에 저도 함께 일하였습니다. 그 때는 1980년대 초기의 레이거노믹스에 따른 미국 이자율 급상승을 경험한 바로 뒤여서 이자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크게 주목하였습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이자율 변동이 거의 항상 은행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의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상승하게 되면 차주 (借主; 돈을 빌린 사람)는 모기지 대출을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만약 모기지를 상환하고 새로운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면 시장 이자율이 이미 상승하였으므로 기존의 모기지 이자율보다 더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모기지 대출로부터 들어오는 이자 수익은 변동이 없으나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이자 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하락한다면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차주는 기존의 모기지를 상환하고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려 할 것입니다. 시장의 금리가 떨어진 상황이므로 새로운 대출을 일으킬 때에 기존의 모기지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였습니다. 레이거노믹스 초기에 미국 달러화 이자율이 연 20%를 넘어가자 새로운 모기지를 일으키는 사람은 줄어들고 기존의 모기지를 상환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자율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높은 금리에 모기지를 일으켰던 사람들이 은행에 와서 모기지를 갚고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는 차환 (借換;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기존의 대출을 상환하는 것) 거래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때에 자금 조달 코스트가 상승하는 압박은 은행이 부담하고 자금 조달 금리가 하락하여도 기존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던 모기지 대출이 상환되면서 수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 때의 학습효과로 인하여 30년 만기의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은 거의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30년 만기 대출이라도 5년 동안만 금리를 고정하고 매년 금리를 조정하는 상품(5/1ARM; Adjustable Rate Mortgage)이 고작입니다. FNMA, GNMA 등 주택 금융기구를 통하여 30년 만기의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이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그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일반 시장금리보다 매우 높습니다. 현재의 시장금리를 보면 30년 만기 고정모기지 이자율은 연 4.03% 수준, 30년 만기 5/1ARM 이자율은 연 3.68% 수준입니다. (관련 웹사이트; bankrate.com/mortgage) 물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단순히 이자율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기지 대출을 일으키면서 소위 포인트라는 명목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이 금액이 얼마이냐에 따라 실제 부담하는 금리가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매달 원금과 이자를 균등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계산법은 금융을 전공으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이러한 금리를 비교하는 것이 궁금하시면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HP 12C 라는 계산기를 하나 장만하여서 재무관련 기능을 익히게 되면 가능합니다. (HP12C 사진)
레이거노믹스를 통하여 전에 보지 못하였던 고금리(高金利)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이 이에 대한 대응 전략과 경영 방침을 새로이 세우던 시절에 저는 세계적인 은행의 본점에서 자산-부채 관리, 리스크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였던 것이 생각할수록 지금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옛날 사람이 되어 갑니다만 원칙을 지켜야 할 곳에서 어떤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하는지를 조언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은 제가 흔쾌히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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