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기본원칙- 2018. 4. 20.

jaykim1953 2018. 4. 19. 22:23



지난 주에는 여러 가지로 어지러운 뉴스가 많았습니다.  2주전 금요일에 있었던 금융사고 역대 랭킹의 높은 자리에 올라갈 삼성증권의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 사고도 지난 주에 온갖 언론을 달군 뜨거운 뉴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또 언제 그랬나는 듯이 조용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소식과 그가 잠시 금융감독원장의 직무를 수행하며 남긴 뉴스도 꽤나 시끄러웠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폐비닐류 재활용 쓰레기 수거와 관련된소식 등도 있었습니다.

 많았던 뉴스들 가운데 저의 눈길을 끌었던 소식 2 가지를 꼽자면:

펀드수익률 높여라” (hankyung.com_2018/4/13_기식 금감원장),

환경 정책 '변덕' 빚은 폐비닐 사태” (chosun.com_2018/4/14_SRF)   기사입니다.

먼저 제 나름 이해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첫 번째 기사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사퇴한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기 전에 자산운용사의 대표들과 가진 회의에서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자산운용사 대표 15명에게 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당부했다는 것입니다. 자산운용사의 기본 목표는 높은 수익률입니다. 다만 단순히 수익률만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는 없고 타인의 자산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데에 따른 각종 제약과 의무(fiduciary: 수탁자의 신의성실 의무, 금요일 모닝커피 2012. 7. 13. 참조)가 뒤따릅니다. 금융감독당국은 자산운용사가 수익률을 쫓다가 행여 법률과 규정, 그리고 그에 따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의무)를 혹시라도 등한시하지는 않을까 주의를 환기하고 감독하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금융감독원장은 자산운용사 대표들에게 수익률 제고를 주문하였습니다.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무심코 넘길 수 있는 기사일 수도 있겠으나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장이 주목하여야 할 사항에 대하여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는 분야를 언급한 것입니다. 하기야 이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온갖 비난 속에 있었습니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이마다 그의 진퇴 여부를 물을 때였습니다. 아마도 금융감독원장 자신도 스스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것이고, 또 이를 책 잡혀 더욱 그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빌미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운용사에게 수익률 제고를 당부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이 하여야 할 이야기입니다. 또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 증권회사-가 자산운용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결코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대표들을 모아 놓고 당부할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오히려 목전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급급하여 행여 규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수탁인의 신의성실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펀드 수익률을 올리라는 당부는 금융감독원장이 독려 할 분야는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아 그가 금융감독원장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우리나라 금융 전반을 위하여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장이 수익률 제고를 당부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금융감독원장이 수익률 제고를 당부한 뒤에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일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금융감독원장의 업적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는 금융감독원장이라면 이는 지극히 난센스이며 코메디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기사는 제가 거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의 소식입니다. 이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제가 무엇인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 기사의 첫 마디는, ‘()비닐은 중국에 수출해온 품목이 아니다.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이 폐비닐 수거 중단 사태의 촉발 요인이긴 했지만 직접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입니다. 최근 일고 있는 재활용 쓰레기 재난의 원인이 폐비닐을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아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저 같은 문외한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금융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공감이 가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의 일관성 결여입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가장 기초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가 일관성입니다. 한 번 정한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것은 원칙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뀐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임시 변통에 불과한 것입니다. 임시변통에 불과한 정책을 믿고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원칙(原則)이란 1.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 2. <논리> 다른 여러 명제가 도출되는 기본 논제. 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전의 설명에서 주목하여야 할 단어는 일관되게 기본입니다.

원칙이란 모든 논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이 바뀌게 되면 지난 정권에서 세워진 원칙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지고 전혀 새로운 원칙을 강변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세운 원칙도 정권이 바뀌면 헌신짝처럼 버려지게 되리라는 것을.그런 줄 알면서도 그들은 지난 정권과 다른 새로운 원칙을 세웁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국력, 경제력은 점점 불필요한 곳에서 낭비되고, 종국에는 고갈될 수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하며 그 동안 금융기관에서 쌓여온 좋지 않은 적폐를 청산하려는 의도는 좋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적폐는 없어져야 합당합니다. 다만 그러한 적폐를 청산하는 방법을 마치 썩은 고목 잘라내듯 과거와 단절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옳던 그르던 그 동안 쌓아온 금융의 이력(履歷)이 있고 관행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력과 관행은 그저 생긴 것이 아니고 각종 규제와 규칙, 법률에 의하여서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법률과 규정은 일정한 원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설사 좋지 않은 관행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러한 관행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원인을 살펴 보면 근본적인 금융원칙을 어떻게 설정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시정은 금융의 원칙을 단 칼에 엎어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금융의 원칙은 살리고 잘 못된 법률과 규정을 다듬어서 관행이 시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도 금융기관에 가서 새로운 금융거래를 하려면 장문의 계약서와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에 희미한 글씨로 설명 들었습니다 또는 받았습니다 등이 적힌 위에 자필로 똑같이 쓸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다가 만에 하나 뒤에 금융 거래 고객과 금융기관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금융기관은 이 문서를 들고 나와 고객이 자필로 기록하고 서명하였음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러한 형식적인 서명이 법원 판결로 무너진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금융기관이 제시한 계약서와 설명서를 정상적인 지능과 시력을 가진 사람이 모두 읽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고객이 실제로 서류에 서명할 당시 금융기관에 머문 시간을 비교한 것입니다. 서류를 읽는 데에 예상 소요시간이 30분이 넘는다고 추정되는데 그 고객의 주차 요금은 불과 15분 정도의 주차 시간을 보인다면 이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에서 제시하는 상품설명서, 금융계약서 등을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하는 고객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래도 금융기관은 고객의 서명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러한 관행에 대한 시정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간소화된 금융계약서, 상품 설명서가 금융사고에 조그마한 빌미라도 제공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방어할 만한 논리는 매우 취약합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려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여러 서류에 그저 눈 감고 서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금융관행은 결과적으로 철저하게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미처 의식하지 못할 아주 사소한 개선도 있었습니다.  20년 전까지는 금융거래에서 주소를 기록할 때에 반드시 서울특별시…’라고 기록하여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서울시…’라고 쓰면 금융기관 직원이 퇴짜를 놓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시라고 쓴다고 하여서 무어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공식적인 서류에는 공식적인 행정구역 이름을 기록하여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반드시 서울특별시라고 써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불필요한 규칙의 경직성이 조금씩 시정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또 한 가지. 금융거래에는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지켜졌습니다. 더구나 주민등록증에는 이 증은 항상 휴대하여야 합니다라는 글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금융기관 직원뿐이었고 금융기관의 거래 고객은 모르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다행히 불필요한 이런 관행은 정부기관이 발행한 신분증이면 금융거래에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인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운전면허증으로도 금융거래가 가능합니다.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은 좀 더 신중하게 정하고, 불필요하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관행은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금융감독기관을 만들 수 있는 금융감독원장이 나오게 되길 기
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