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이야기

FBAR- 2012. 2. 3.

jaykim1953 2012. 2. 3. 13:51

 

오늘(2012. 2. 3.) Wall Street Journal에 실린 기사 가운데 미국 검찰이 스위스 은행 웨젤린 & 컴패니(Wegelin & Co.)를 기소하였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은행은 1741년에 설립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고 해외에 $ 12억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검찰 당국에 의하여 기소된 첫 번째 외국은행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미국의 커넷티컷 주 스탬포드 (Stamford, Connecticut)에 소재한 같은 스위스계 은행의 미국 영업점 UBS (Union Bank of Switzerland)에 예치되어 있는 $ 16백만의 결제 구좌를 동결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미국의 맨하탄 검찰 발표에 따르면 웨젤린 은행은 미국의 소득세법을 피하여 해외에 자산을 숨기고 궁극적으로 탈세를 하려는 미국인들을 도와 왔으며, 특히 미국 당국이 같은 스위스 계열 은행인 UBS에게 2001년과 2002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여 UBS의 협조를 받아 낼 때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을 것이나,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탈세범들을 도왔다는 것입니다. 2008년과 2009 UBS 등 다른 스위스 은행들이 미국에 보고되지 않은 계좌에 대한 은행 서비스를 중단하였음에도 웨젤린 은행은 계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2009 UBS 4,000 개에 달하는 미국인 보유 계좌 정보를 미국 세무 당국에 넘겨 주고, $ 7 8천 만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웨젤린 은행의 반응은 자신들의 영업은 스위스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체 일어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압력에 굴하여 미국인 고객들의 세무 관련 정보를 미국 세무당국에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기사 내용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월 스트리트 저널의 논조에 따라 스위스 은행의 불법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듭니다.

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는 미국의 법은 흔히 FBAR(Foreign Bank Account Report; ‘F-라고 읽음)라고 불리는 해외 은행 및 금융 계좌 신고서제출 의무입니다. 이 보고서 작성 요령에 따르면 미국의 거주자는 전세계에 있는 모든 본인 소유, 혹은 본인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공동 소유의 금융 계좌 은행, 증권, 펀드, 보험 등가운데 단 한번이라도 미화 상당액 $ 1만 혹은 그 이상의 잔고가 있는 계좌는 모두 신고하여야 합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미국의 거주자는 (1) 미국의 시민권자, (2) 미국 영주권자, (3) 유학생, 주재원 등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자, (4) 미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소득이 발생하여 미국에서 소득세 신고 의무를 가진 자 등 매우 광범위합니다. 그리고 이 신고의 누락, 또는 회피에 대한 벌칙은 매우 가혹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계좌 잔고보다도 많은 금액의 벌금을 물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세무 당국(IRS: Internal Revenue Service)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자진신고기간(OVDP; Offshore Voluntary Disclosure Program)을 두고 자진신고를 유도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자진신고기간에 신고를 한 경우에는 벌칙을 가볍게 하여 주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더 이상의 기간 연장은 없다며 2011 8월말까지 모든 외국 계좌를 신고하도록 자진신고기간을 마지막으로 연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 신고가 기대에 못 미치자 금년 1월 또 한 번의 마지막(?) 자진신고기간을 연장하였습니다. 이번 자진신고기간 연장은 지난 번과는 몇 가지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1.     이번 자진신고기간에는 마감기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향후 언제라도 기간과 조건은 변경 가능합니다.

2.     벌금 규정도 지난 해의 자진신고기간에 적용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벌금 최고액 부분만 계좌 잔고의 25% 에서 27.5% 로 상향 조정 되었습니다. 그러나 5% ~ 12.5% 영역에 해당되는 납세자에게는 벌금 금액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3.     자진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지난 8년간의 잔고를 정확히 신고하여야 하고 그에 따른 추가 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며, 그에 따른 소득세 추징과 소득 신고 지연 과징금의 납부는 본 건 벌금과는 별도로 납부하여야 합니다.

4.    자진신고를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27.5%의 벌금을 납부하여야 하나, 일부 예외적인 조항에 의하여 12.5% ~ 5% 로 감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8년 간의 소득세 신고 수정과 신고 지연에 따른 과징금, 해외 소득에 대한 외국 납세 자료 제출, 자진신고기간이라 해도 신고자에게 부과되는 벌금 등으로 인하여 아직도 신고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탈세를 부추기는 외국은행을 혼내 주겠다는 것이 이번 웨질린 은행을 기소한 배경이라고 보입니다.

참고로 FBAR 신고서인 form TD F 90-22.1에 적혀 있는 벌금(penalty) 조항을 옮겨 놓았습니다;

A person who is required to file an FBAR and fails to properly file may be subject to a civil penalty not to exceed $10,000 per violation. If there is reasonable cause for the failure and the balance in the account is properly reported, no penalty will be imposed. A person who willfully fails to report an account or account identifying information may be subject to a civil monetary penalty equal to the greater of $100,000 or 50 percent of the balance in the account at the time of the violation.

번역하면;

FBAR 신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적절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위반 발생 건당 $ 1만을 초과하지 않는 민사상의 벌금을 부과 한다. 신고를 하지 못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계좌 잔액이 정확히 보고가 된다면 벌금은 부과하지 않는다. 고의로 계좌 신고를 하지 않거나 혹은 계좌 관련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다면 $ 10 혹은 범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의 잔고의 50% 금액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해외 계좌 잔고가 $10만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자칫 고의로 신고를 기피하였다고 판단되면 계좌 잔고보다도 많은 금액의 벌금을 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고대상자들이 두려워하는 추가(징벌적인) 벌금에 대한 조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진신고 대상 기간(8) 중 계좌잔고 최고액의 27.5% (과거에는 25%였음)

-       미신고 해외금융계좌 최대 잔고가 $75,000 미만인 경우, 12.5%의 벌금 부과

-       다음에 열거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5%의 벌금 부과

①.   신고인이 해외금융계좌를 직접 개설 하지 않았고, 해당 계좌를 전혀 관리 해오지 않았으며, 또한 매년 $ 1천을 초과하여 인출 하지 않았고 해당 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미국에서 정상적인 납세를 마쳤음을 증명한 경우.

②.   신고인이 해외에 거주하며 자신이 미국의 납세의무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

③.   신고인이 해외 거주자이며 거주지국에서 모든 세금 관련 신고, 납세 의무를 다 하였음을 증명하고 매년 미국 내에서의 원천 소득이 $ 1만 혹은 그 보다 작은 경우.

이번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 가운데에는 12.5% 혹은 5% 의 벌금 부과 대상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27.5%의 벌금을 피하기 위하여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를 이용하려고 하였을 것이고 여기에 미국의 사정 당국이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은행들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미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계 은행은 미국의 법규에 따라 세무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세금 관련 자료를 모두 보고합니다. 그러나 한국 내에 있는 한국의 상업은행들은 조금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언젠가는 우리나라 은행들에게 미국의 세무 당국이 자료 요청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는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이란, 중국 등 반미 감정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하여서는 주권 침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세금 관련 정보를 쉽사리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첫 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세무 당국 스스로가 아직 방대한 자료를 정리 분석할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스위스의 은행들과 같이 비밀 계좌를 운영하여 고액 재산가들의 재산 은닉처로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소수의 제한적인 고액 계좌들 가운데에서 미국 납세 의무자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 거래자의 숫자가 수천만에 이르고, 수억 또는 수십억 개에 이르는 계좌들, 그 것도 전부 한글로 기록되어 있는 계좌 정보 가운데에서 미국의 납세 의무자 계좌만을 찾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준법정신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혹여 미국의 FBAR 대상이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법을 지키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