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스톡 옵션 제도- 2012. 3. 2.

 

요즈음 자본시장의 화두는 전세계 시장의 글로벌화와 단일 시장화입니다. 유럽에서의 시장 상승세는 미국으로 이어지고 다시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아시아 시장에서 악재가 발생하면 연이어 유럽, 미국 시장으로 약세가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시장마다 조금씩 다른 차이점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시장과 한국 증권시장의 차이를 살펴 보면, 일단 외견상의 차이로는, 시황판의 붉은 색이 의미하는 것이 한국시장에서는 상승을 뜻하는 것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하락한 종목을 붉은 색으로 표시합니다. 반대로 푸른 색으로 나타난 종목은 한국에서는 가격의 하락을 의미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의 상승을 뜻합니다. 이러한 외견상의 차이는 그리 심각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자본시장 제도의 여러 가지 차이점 가운데 제가 느낀 커다란 차이점은 스톡 옵션 제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 과세가 되고 (상장 주식인 경우) 매각을 할 때에는 양도 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는 과세가 되지 않으며 매각할 시점에 매매 차익(혹은 차손)에 대한 자본 소득 세금이 부과(차손일 경우 감면)됩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세제(稅制)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하여서는 비과세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 반면 미국에서는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하여 자본 소득세 (capital gain tax)를 부과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먼저 미국의 제도를 간단히 소개하면;

미국에서는 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는 일체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옵션행사를 통하여 취득한 주식을 매각할 때에는 취득원가- 즉, 옵션의 행사가격- 과 주식의 매도가격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본소득- 이익-에 대하여 자본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옵션의 행사가격이 설사 “0” (즉, 공짜)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옵션 행사가격이 “0” 이라면, 이는 취득원가가 “0” 이라는 의미이고, 주식을 매도할 때에 (매도가격 – 취득원가)의 공식에서 취득원가가 “0” 이므로 매도가격 전체가 자본소득이 되고 매도 금액 전체에 대하여 자본소득세를 물게 됩니다.

그 반면 한국의 제도는 조금 복잡합니다;

우선 스톡 옵션의 행사가격은 옵션을 부여하는 시점의 시장가격 (또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장부가치), 혹은 시장가격이 낮을 경우에는 액면가 등 또는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옵션 행사가 가능한 시기는 법적으로 3년이 경과하여야 합니다. 옵션을 행사할 때에는 행사 시점에서의 시장가격과 행사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하여 소득세 (납세자의 지위에 따라 갑근세, 을근세, 사업소득, 기타소득 등으로 구분)를 부과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에 다니는 K씨가 행사가격이 5만원인 스톡옵션을 1만주 받고, 옵션의 행사 시점에 A의 주가가 10만원이라고 하면 행사 시점에서 시장가격과 행사가격의 차이, 즉 주당 5만원 (시장가격10만원 - 행사가격5만원)의 이익이 발생하여 총 5억 원 (5만원×1만주)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하여 과세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주가가 낮을 때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여야 유리합니다. 그리고 옵션을 행사한 이후의 가격 상승이 크면 클수록 비과세 소득이 커지게 됩니다.

약 2년 전까지는 지금의 제도보다 조금은 더 불합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기업이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과하고 해당 직원이 이를 행사하여 1인당 5천만 원 이상의 소득 금액에 대해서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부과하였었습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B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였고 B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2억 원의 소득이 발생하였다면 A기업은 비과세를 인정하는 금액 5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 1억 5천만 원에 대하여 법인세를 납부하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세 취지는 새로운 주식을 시장가격에 발행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싼 가격(행사가격)에 발행하여 이득을 포기하면서 그 이익을 임직원에게 돌아가게 하였으므로, 이익을 포기한 것에 대한 과징금의 성격을 가진 세금을 부과하여 회사가 작위적으로 거액의 스톡옵션을 남발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엄밀히 분석하면 스톡옵션 행사자의 소득과 발행자가 포기한 이익에 모두 과세하여 이중으로 과세를 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5년 우리나라에 스톡옵션 제도가 처음 소개된 이래 2년 전(2010년)까지 이어온 세금 부과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과세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3월 삼성엔지니어링이 회사 임원 2명에게 보통주 3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이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을 부여하였고 2005년 9월 A 임원은 1만 주에 대해, B 임원은 같은 해 11월 2만 주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하였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리 취득하여 둔 자기주식 가운데 3만 주를 이들에게 교부하였고, 두 임직원은 약 3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해 2006년 3월 삼성엔지니어링은 1인당 5000만 원씩의 비과세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 약 2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여야 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아무런 이익도 없었는데 이러한 법인세 부과가 억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2008년 “법인세를 잘못 납부하였다”며 이미 납부한 세금을 환급하여 달라고 역삼세무서에 청구했고 역삼세무서는 이러한 청구를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에서는 조세심판원에 법인세 반환청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세심판원도 청구를 기각하였고 법정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3심까지의 재판 결과 “스톡옵션 지급액이 5천만 원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원고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승소를 판결하였습니다. 1인당 5천만 원 이상 스톡옵션 계약에 따른 법인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하였으며, 기업이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을 때 비과세 한도(1인당 연간 5천만 원)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무조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5년 이후 스톡옵션과 관련해 1인당 5천만 원이 넘는 소득에 대하여 과다 납부한 법인세를 모두 환급 받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 시 5천만 원 초과분에 대해 무조건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임직원과의 스톡옵션 계약을 더 유리하게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톡옵션 제도가 이렇듯 과거에 세무당국으로부터 많은 제약을 받고 무리한 과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주식 양도에 대한 비과세의 원칙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이 “0” 이라 하더라도 매각 시점에 발생한 자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다 보니 스톡옵션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이득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하여야 하는 복잡함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당장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 또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보다 합리적인 세제와 그에 따른 스톡옵션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뿌리 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