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이야기

Wall Street 의 주방- 2012. 3. 6.

jaykim1953 2012. 3. 6. 14:32

오늘 (3 6) 아침 인터넷 판 Wall Street Journal에는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제목은 “It's Time for Wall Street To Wash Its Dirty Dishes”- 번역하면, ‘이제는 월 가에서도 지저분한 접시를 닦아낼 때가 되었다.’ 이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QUOTE

 

주방은 깨끗할까?’ 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나 투자자나 다 똑같다.

 

겉으로 드러난 거래의 뒤 편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골드만 삭스 그룹과 모건 스탠리가 연루된 $ 211억에 달하는 에너지 회사 엘 파소 (El Paso Corp.)를 송유관 운영사인 킨더 모건 (Kinder Morgan Inc.)에 매각하는 거래의 재판에서 월 가의 주방 문이 열렸다. 그 광경은 입 맛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델라웨어 주(Delaware. *: 세금 혜택으로 인하여 많은 기업들이 델라웨어 주에 법인 등록을 하고 있음)의 기업 최고 재판소 판사 (top business court judge) 레오 스트라인 (Leo Strine)은 이번 사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과 왜곡된 진실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스트라인 판사는 이번 거래를 정지시키지는 않았다. 거래 정지가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밝힌 사실들이 적혀 있는 33 페이지의 판사 의견은 앞으로 월 가에서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가 밝힌 진실은 이렇다; 엘 파소와 오래 전부터 고문 계약을 맺어 온 골드만 삭스는 이해의 충돌 (conflict of interest)에 직접 연관되어 있는 이해 당사자였다. 골드만 삭스는 킨더 모건의 지분 19% ( $ 4십억 상당)를 보유하고 있고 이사회에 2 석의 이사 선임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골드만 삭스의 대응은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인 방화벽 ‘ (Chinese wall. *; 단순한 fire wall 정도가 아니라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은 견고하고 확실한 분리를 강조함)을 쌓아 엘 파소의 거래를 담당하는 팀과 킨더 모건의 지분을 관리하는 팀을 철저히 격리하여 킨더 모건 이사회와의 거리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이번 거래를 위하여 엘 파소는 또 다른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를 끌어들였고, 형식상 골드만 삭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듯 보였으나, 사실은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 2천만의 수수료가 골드만 삭스에 지불이 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거래에서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진행되었던 이해의 충돌 가능성은;

 

(1) 엘 파소의 거래를 담당하는 골드만 삭스의 책임자 스티브 대니얼이 킨더 모건의 주식 $ 34만 어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고지의 해태(懈怠)는 이 사건과 관련된 스티브 대니얼의 진술과, 특히 이번 거래와 관련된 그가 행한 어드바이스의 신뢰성을 떨어드린다. 엘 파소의 CEO는 법정에서 이렇게 반박하였다, “스티브 대니얼이 이해 관계 당사자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조직내의 방화벽을 강조하지만 스티브 대니얼 개인의 뇌 속에 방화벽을 쌓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지난 일요일 골드만 삭스는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엘 파소의 이사회가 그 (스티브 대니얼)의 지분 보유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엘 파소의 경영진이 알았어야 할 것을 엘 파소는 모르고 골드만 삭스는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유감이 아니라 심히 유감스럽다. 은행이 지켜야 할 규율 가운데 으뜸은 고객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골드만 삭스의 이번 거래는 기준에 많이 못 미치는 것이다.

 

(2) 두 번째 이해 충돌은 더욱 교묘하고 질이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 엘 파소가 킨더 모건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에 모건 스탠리는 수수료 (financial incentive)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가 성사될 때에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은행들이- 특히 M&A 거래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엘 파소의 경우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였다: 첫째 킨더 모건에 매각하는 방법, 둘째 아무 거래도 하지 않는 방법, 셋째 일부 부서를 제 3자에게 스핀-오프 (spin-off; 부분 매각)하는 방법 등이었다. 모건 스탠리는 이 가운데 킨더 모건에게 매각되는 방법이 택하여져야만 돈을 벌 수 있었고, 스핀-오프를 하는 경우에는 골드만 삭스에게만 수수료가 지급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모건 스탠리는 이 거래의 결과가, “허당, 헛일, 무수익이 되고 마는 것이다.

스티브 대니얼이 주도하여 엘 파소로 하여금 골드만 삭스와 고문 계약을 맺게 하였으므로, 판사의 판단으로는 모건 스탠리가 특정 거래가 이루어질 때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상당한 의심을 하였다. , 골드만 삭스가 모건 스탠리의 거래에 손 때를 묻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상적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복잡한 일들은 킨더 모건이 엘 파소와 접촉을 시작할 때에 골드만 삭스가 한 발 물러섰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골드만 삭스가 그 때에 물러섰다 하더라도 킨더 모건이 기존의 고문계약 관계에 있는 골드만 삭스와 다시 계약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게 되었다면 골드만 삭스는 수익면에서도 거의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고 이와 같은 불편한 진실 게임에도 연루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 삭스의 거래 행태는 비록 불법적이지는 않은거래이기는 하나 부적절한’ (inappropriate)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UNQUOTE

 

비록 법의 잣대로는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덕과 윤리의 규범을 벗어나고 어긋나는 일은 금융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금융기관이 지켜야 할 규범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법률과 규정을 지키는 컴플라이언스 (compliance; 준법감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이나 사회적 책임 못지 않게 중요한 금융인 또는 금융 기관으로서의 행동규범’ (Code of Ethics)입니다. 이번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의 경우는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하나 행동규범에는 많이 어긋나는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