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상속세- 2020. 6. 12.

jaykim1953 2020. 6. 12. 07:13

지난 화요일 (6월 9일) 국내 경제일간지에는 상속세 폐지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20/06/09_상속세가 탈법조장)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인하여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저축과 투자,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업을 승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간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가히 가혹하다고 하리만치 높은 세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50%를 상속세로 부담할 각오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지배적 위치에 있는 주주는 30%의 할증 (50% 상속세의 30%이므로 상속 재산의 15%) 이 부과되어 총 65%의 상속세가 부과됩니다. 이러한 상속세를 부담하고 지배적 주주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65% 상속세를 내면서 2대만 내려가면 100% 소유 기업도 12.25% 로 보유 지분이 줄어듭니다. 먼저 100% 지분에 대한 65%의 세금을 내고 나면 35%의 지분만 남게 됩니다. 그 다음 남겨진 35%의 지분에서 다시 남은 지분의 65%에 해당하는 22.75%에 해당하는 지분을 상속세로 내고 나면 남는 지분은 12.25%뿐 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서 한 번만 더 상속이 된다면 50%의 상속세를 물더라도 6.125%의 지분만 남습니다. 더구나 비상장 기업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는 국세청의 가치 평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장부상의 가치는 청산 가치에 불과하므로, 계속 기업의 가치로 국세청이 평가한 금액을 기준으로 65%의 가혹한 상속세를 과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을 죄악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세는 결국 상속이라는 범죄적인 행위에 대한 과징금 내지는 벌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상속세는 세금이 아니라 부자들의 부의 세습에 대한 벌금에 불과합니다. 모름지기 세금이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속세는 과세의 정당성이 부족한 세금입니다. 선대(先代)의 부모가 벌어들인 소득으로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재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 주는데 또 다시 세금을 걷어가는 것은 이미 한 번 세금을 부과한 소득에 또 한 번의 세금을 물리는 것에 다름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상속세는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천 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상속세의 면세 금액으로 설정하여 웬만한 경우에는 상속세를 물지 않습니다. (2020년 기준 1천 1백 58만 달러까지 연방 상속세 비과세. 주 상속세는 개별 주마다 다름. 뉴욕주는 5백 74만 달러까지 비과세, 캘리포니아주는 전액 비과세.) 그리고 상속세 면세점을 초과하는 큰 금액의 상속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탁 (Trust) 계정으로 전환하여 놓으면 상속세를 물지 않습니다. 단, 신탁 계정의 수익자 (beneficiary)에게는 신탁으로부터 받아가는 수입에 대하여 일반 소득세보다 높은 소득세율을 부과합니다. 이는 오히려 합리적인 과세 행정으로 보입니다. 상속 재산을 신탁 계정을 통하여 지켜주되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하여서는- 즉, 상속으로 물려준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는 높은 소득세를 물리는 것입니다. 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은 원칙적으로 임금, 이자, 지대, 이윤 (wage, interest, rent, profits)입니다. 이 들에 대하여서는 동등한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신탁으로부터의 수익은 이 네 가지 소득의 분류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들 소득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상속세는 부의 세습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상속을 막으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을 죄악시하는 이러한 시각이 반듯이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가혹한 상속세를 이용하여 상속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높은 상속세율이 의도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많은 제도와 법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과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최고 금리 인하 소식도 의도와는 달리 항상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정책입니다. (관련기사: 최고금리 20%가 정의일까?)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법정 최고 금리가 인하 될 때마다 신용등급 최하위 계층이 가장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최고 금리를 부담하는 차입자들은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러한 신용 등급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으로 최고 금리를 낮춰 버리면 그 동안 최고 금리를 부담하던 차입자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조차 못하게 됩니다.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법을 기획한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출 때마다 낮은 신용등급의 차입자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엊그제에는 이와 유사한 또 다른 기사가 있었습니다. 새로이 시작하는 국회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하여 주택 임대자 관련법을 세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20/06/09_선의로 포장된 임대차법 세입자 고통만 가중) 이는 마치 지금 우리나라의 고용 관련 규정들이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서 노동자를 보호한다 하지만, 사실은 고용을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외환 관리법이 해외에서 자본을 들여 오는 것은 쉽게 만들었으나 자본 철수를 어렵게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철수가 어려운 우리나라에는 해외 자본이 아예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가혹한 상속세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해외의 투자자들이 쉽사리 점령할 수 있게 만듭니다. 외국의 투자자는 신탁 등의 제도를 통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대주주 지위를 차지하더라도 상속세 등으로 지분율이 줄어드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주주는 상속세 부담으로 인하여 대주주 지위를 쉽사리 잃게 됩니다. 아마도 2~3 세대가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에서 유망한 기업들은 대부분 대주주의 손을 떠나 외국인 주주들의 손에 들어가고야 말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비상장 기업들은 상속세 부담의 공포로 인하여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외국의 펀드 등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넘기게 될 것입니다.

상속세라는 것이 돈 있는 사람들의 부가 세습되는 것이 배가 아파 방해하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나라 산업과 기업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재벌 기업들의 오너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일으켜 왔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라난 삼성전자도 1980년대에 삼성의 대주주 오너가 결단을 내려 투자한 것이 주효하였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일입니다. 1년 ~ 3년의 임기 동안 실적을 보여야 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과연 고통스러운 장기 전략과 투자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입니다. 상속세라는 제도를 통하여 대주주의 지분을 빼앗아 가는 것이 과연 기업을 위하여 또 우리나라 경제를 위하여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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