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007 제임스 본드- 2020. 11. 13.

jaykim1953 2020. 11. 13. 05:55

 

1960년대 크게 유행하던 현상 가운데 하나가 무엇엔가 번호를 매기는 것이었습니다. 번호의 원조는 ‘007’이었습니다. 소위 ‘살인번호’라고 불리는 살인면허를 가진 특수 정보원 번호였습니다.  그 이후 0011, 117, 077 등 수 많은 특수 번호를 가진 특수 공작원의 스토리가 봇물 터지듯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원조 007을 뛰어 넘지는 못하였습니다.

갑자기 007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 짐작들 하셨겠지만, 최초의 007 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하였던 배우 숀 코네리 (Sean Connery)가 지난 10월 31일 (현지 시간) 바하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관련기사: 007 숀 코너리 떠나다) 이 기사에도 언급하였듯이 그는 007 영화에서 이름을 물으면 ‘Bond, James Bond’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라는 발음을 ‘제임시’와 ‘제임스’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발음으로 말하였습니다. (Bond, James Bond 참조) 국내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ㅅ’ 발음을 조금 특이하게 하는 사람이 있듯이 숀 코네리의 ‘s’ 발음은 특이하였습니다. 언젠가 미국의 영화 관련 시상식에서 여자 사회자가 숀 코네리에게 007 영화에서와 같이 이름을 말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특유의 그 발음으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말하자 온 관객이 떠나갈 듯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도 하였습니다.

숀 코네리는 007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그리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우리나라에 상영된 영화에 처음 등장한 것은 ‘타잔’ 영화에 출연하면서 였습니다. 그가 출연한 타잔 영화는 007 영화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으나 그 당시에는 숀 코네리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였습니다. 더구나 그가 맡은 역은 조연 가운데에서도 악당의 부하 노릇을 하는 악역이었습니다. (Tarzan- greatest adventure 1959 참조) 그러다가 007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 되고 그 영화가 크게 성공하자 일약 세계적인 대스타가 됩니다. 007은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원 영국 해군 중령 제임스 본드를 주연으로 합니다. 해군 중령이면 대개 나이가 30대 중후반에서 많아야 40 초반이어야 합니다. 숀 코네리가 처음 007 영화를 찍었을 때 그의 나이는 32세였다고 합니다. 해군 중령이 되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였지만 큰 키 (188 쎈티미터)에 건장한 체격으로 군인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고 정확한 영국 영어를 구사하는 배우라는 점이 그를 제임스 본드로 낙점 찍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보디 빌딩을 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당당한 체구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007 영화로 인하여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삶뿐 아니라 연기력도 크게 향상 되었고, 배우로서의 명성과 함께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일컫는 인생 역전을 이룩한 것입니다.

숀 코네리의 180도 달라진 인생 뿐 아니라 007 영화로부터 달리 불리기 시작한 이름이 아직도 우리 생활 가운데 쓰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007 가방입니다. 이 가방은 영어로는 brief case- 즉, 서류 가방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기 007 영화 2 번째 작품이었던 ‘007 - From Russia with love.’에서 소개된 이 가방은 이후 007 가방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불려져 왔습니다. (007 가방 참조) 실제 생활에서는 영화에서와 같은 특수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외관만으로는 영화 속의 가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때 돈 세탁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금을 세탁하려면 현찰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는 5만 원 권이 나오기 전이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최고액권은 1만 원 권이었습니다. 그 1만 원 권을 빼곡히 집어 넣으면 일반적인 크기의 007 가방에는 1억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1만 원 권 1만 장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가방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므로 모든 007 가방에 1억 원이 들어 가는 것은 아니겠으나 대체로 1억 원 전후의 금액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5만 원 권이 있으므로 5만 원 권으로 채워 넣으면 007 가방에 대략 5억 원의 현금을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때는 007 가방이 현금 수송용 또는 자금 세탁용으로 쓰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가 주연한 또 다른 007 영화 골드핑거 (Goldfinger)에서는 하와이 출생의 일본계 프로 레슬러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악역을 맡은 골드핑거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 역을 수행합니다. 그가 쓰고 있는 중절모의 가장자리가 예리한 칼날로 되어 있고, 그 모자를 던져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주기도 합니다. (007 Goldfinger hat throw 참조)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즈음에 중고등학생들은 서로 모자를 벗어 상대방에게 던지는 흉내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007 영화는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초기 007 영화는 모두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 = 숀 코네리 라는 등식으로 각인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마치 실제로 007 제임스 본드 처럼 무술도 잘하고, 기지(機智)와 관찰력이 뛰어난 정보원인 양 인식 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도 그렇고, 기관이나 기업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면 그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의 인상은 매우 믿음직스럽고 신용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은행이 발행한 자기앞 수표를 보증수표(保證手票)라고 부르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1. 23. 참조) 그러다가 1997년 금융위기를 맞닦뜨리면서 IMF 구제 금융을 겪어야만 하였습니다. 그 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은행도 망할 수도 있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이 문을 닫고 다른 은행으로 인수 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 은행은 미덥지 못하여 외국은행에 예금을 맡기고, 그러면서 국내은행보다 훨씬 낮은 예금 이자율도 감수하였습니다. 국내은행의 고위직에 일부 외국은행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국내은행의 금융관행은 마치 후진적인양 백안시하고 외국은행의 금융기법과 관습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당시에 국내 금융기관 출신들이 자조적인 말로 외국은행 출신을 부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씨뱅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씨티 뱅크 (Citi Bank)로 대표되는 외국 은행 출신들을 일컫는 씨티 출신 뱅커(Banker)의 줄임말이라고 하나, 듣기에는 조금 천박한 비속어였습니다. 어쨋든 국내 은행들은 외국 은행출신의 고위직 인사들에게 휘둘리다시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갔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세월이 흘러 이제는 20 여 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 옛날의 영화(榮華) - IMF 구제금융 이전의 영화를 되찾아 그래도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믿음직스러운 금융기관의 자리에 다시 올라섰습니다.

숀 코네리가 출연한 007 영화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 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정보원 007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고지식한 영국 영어를 고집하는 나이든 사람의 역할을 주로 맡았었습니다. 그에게서 이제는 007 제임스 본드의 인상은 많이 지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다시 사람들로부터 초기 007 제임스 본드였음을 회상하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아마도 첫 인상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신뢰의 대상, 믿음직스러움이 다시는 손상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숀 코네리는 그가 맡은 여러 배역 가운데 한 가지로만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이 생명인 은행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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