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포퓰리즘의 허구- 2021. 5. 14.

jaykim1953 2021. 5. 14. 05:51

지난 달 초 보궐선거가 있고 난 다음 선거의 열풍이 식은 것이 아니라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새로운 선거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선을 목표로 하는 여러 후보 가운데 여당측 후보들은 너나 없이 선심 경쟁을 하는 듯 합니다. 청년들에게 1 천만 원씩 지급하겠다거나, 사회 복귀 보조 형태로 군에서 제대하는 사람에게 3천만 원을 지급하자는 등의 선심성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포퓰리즘의 서막... 1천만원,  3천만원을 주잔다 _seouleconews.com_5/6/2021) 그러더니 급기야는 전국민에게 1인당 2천만 원씩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어느 날 하루에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은 아니겠지만 얼핏 들어도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국민 1인당 2천만 원을 지급하려면 총 1천조 원이 필요합니다. 몇 년에 걸쳐서 지급하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2021년 우리나라의 국가 예산이 약 55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실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정세균, 모든 국민에 1인당 2000만원씩 능력지원금 _hankyung.com_5/11/2021)

 

이 여권 후보는 모든 국민에게 2천만 원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전국민에게 1억 원씩을 나누어주자는 아이디어도 냈습니다. (관련기사: 이재명 천만원, 이낙연 3천만원, 정세균 1억원_mk.co.kr_5/11/2021)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린이가 태어나면 정부에서 월 30만 원씩 20년간 적금을 부어 주고 그 돈이 모이면 1억 원 정도의 돈이 마련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증해 보았습니다. 월 30만 원씩 20년을 저금하면 얼마가 될는지 계산해 보았습니다. 이자율이 연 2%라면 20년 후 원리금은 8천8백만 원이 됩니다. 이자율이 연 1% 라면 8천만 원이 조금 안 됩니다. 1억 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계산해 보면 매년 약 1조원씩 증가합니다. 연간 출생하는 신생아 숫자가 최근 30만 명 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매년 새로 태어난 30만 명의 어린이에게 매달 30만 원씩 12달을 지급하면 정확하게 1조 8백억 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태어나는 신생아부터 월 3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한다면 첫 해에는 1조 원, 그 다음 해에는 기존 1 조원의 수요에 새로 태어난 신생아를 위한 1조 원이 추가로 소요되어 2조 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렇게 매년 1조 원씩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20년 후에는 20조 원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도 만기에는 1억 원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시장 이자율에 가까운 연 1%의 이자를 지급한다면 20년 후의 원리금 합계는 약 8천만 원- 정확히는 79,668,373 원이 됩니다.

 

정치인들은 정확한 계산의 결과 나오는 세세한 금액에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보조금의 규모가 대강 1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라 보이면 1억 원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1억 원과 8천만 원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입니다. 1억 원에서 20%가 부족한 금액입니다. 그 뿐 아니라 여권의 세 후보가 이야기하는 공약을 들여다 보면, 대학 진학을 포기하면 1천만 원, 군대를 제대하면 3천만 원, 거기에다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능력 지원금 2천 만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태어나는 어린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정부에서 매년 30만 원씩 적립하여 20세가 되면 8천만 원이 넘는 금액(공약을 제시한 후보의 표현으로는 1억 원)을 받습니다.

 

이러한 장밋빛 복지 공약은 젊은이들에게 근로의 의욕을 불태우도록 고무하기 보다는 일하지 않더라도 편히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복지 대책의 재원을 어찌 마련하려는지에 대하여서는 많은 언론이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복지 대책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는지 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의 계산이 8천만 원 또는 많아야 8천8백만 원에 그칠 것입니다. 단순한 복리 계산기만 있어도 이런 계산은 쉽사리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들의 주변에는 복리 계산기 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보다 정교한 계산과 치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홍보하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선심성 공약은 일부 군소정당 후보들이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극단적인 공약을 들고 나오는 것으로 치부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덧 이제는 여권의 주요 후보들까지도 이러한 선심성 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약 30년쯤 전에 나왔던 미국의 영화 가운데 Dave 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Dave (1993) - IMDb) 허구의 설정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대통령과 외모가 똑같이 생긴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령의 대역을 하도록 하여 위기를 넘기려고 합니다. 이러한 계획은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와 참모진들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역을 맡은 사람이 홈리스 (homeless)를 위한 구호시설에 거액의 예산을 집행하려 합니다. 이 구호시설은 원래의 진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계획이었으나 잠시 대역을 맡은 사람이 이런 시설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집행하려 합니다. 그러자 그의 참모들은 이미 거부권 행사로 예산이 삭감되어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며 뒷켠에서 대역을 맡은 거짓 대통령을 욱박지릅니다. 그러자 대역을 맡은 거짓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 회계사를 백악관으로 불러 정부 회계 내역을 보여주고 홈리스 구호시설에 필요한 예산을 짜내어 보라고 부탁합니다. 정부 예산 회계를 들여다 본 회계사 친구는 밤새 숫자를 검토하여 오류를 수정하고 과다 계상된 부분을 정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홈리스 구호시설에 필요한 금액을 충당하고도 남을 금액을 절약한 예산안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는 허구 스토리입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실제 예산 운용이 이 영화 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영화는 스토리 전체가 허구입니다. 그런데 허구여서는 안 될 정책이 허구인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계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짜맞추다 보면 정책 전체가 허구가 되고 맙니다. 월 30만 원씩 20년 적립하여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정책도 제대로 계산조차 해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현실에서도 허구의 스토리인 영화 Dave 에서 처럼 오류와 과다계상된 많은 예산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정교한 계획과 계산으로 예산을 아끼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추신: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영화 Dave를 한 번 감상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