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문화의 차이 - 2021. 6. 11.

jaykim1953 2021. 6. 11. 05:30

서울 근교 일산 쪽에 살고 있는 영국 사람 A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입니다;

On the KTX on the way to Daejeon, we stop at Seoul Station and a woman gets on staring at me. She stands in front of me and says I’m in her seat. She then shows me her phone app ticket. I open my phone app and double check my seat. I’m right in coach 1, seat 5D. I show her my ticket and say I’m right. She then says even louder I’m in her seat. I press the service button on the app and the assistant comes. Now the train has already started moving again. The assistant points out to the lady, she’s completely on the wrong train!!!!

What’s wrong with some people!!!

And…out of all the train and all the seats, why mine again….

 

A는 일산 근방에서 KTX를 탔고, 서울역에 도착하였을 때에 웬 여성분이 기차에 올라 자기를 쳐다보면서 A가 앉아 있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합니다. A는 자신의 휴대폰 앱 티켓을 다시 확인하고 자신의 자리가 맞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승무원을 불러 확인한 결과 그 여자분이 기차를 잘 못 탔다는 것이 판명 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차는 이미 출발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분은 매우 난감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국 사람 A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그 수많은 기차에 그 수많은 좌석이 있건만 하필이면 내 자리가 또…’라는 것입니다. 저는 A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어서 과거에 이와 유사한 일을 몇 번 당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하게 좌석 때문에 생긴 일들이 한두 번도 아니고, 꽤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행히 A는 한국에 수십 년을 살았고 부인도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도 꽤 합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비교적 문제를 잘 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A가 대중교통만 이용하면 뭔가 사건이 생기곤 합니다. 아마도 외국인이라서 우리나라 사정에 어두워 자리를 잘못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A의 입장에서는 외모가 눈에 띄어서 주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이런 사건이 생기면 자기가 타고 있던 열차나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승객이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A가 얼마 전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또 다른 글을 보면…

Someone on the KTX train to Daejeon has a very, VERY bad stomach problem. It absolutely stinks every ten minutes or so....

Even though we are all wearing masks, it’s just that bad, and to make things worse....

Everyone is staring at me!!

It must be the foreigner (And no it isn’t me).

 

KTX에서 겪은 또 다른 경험입니다. 누군가가 속이 안 좋은지 입냄새가 매우 강하게 객실 안에 진동합니다. A도 참기 역겨운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봅니다. ‘필시 저 외국인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이야!!’ 그러나 A는 억울합니다. ‘나 아니야.’

실제로 주변에 무언가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의심받는 사람이 외모가 다르거나, 무언가 주변 사람과 다른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의심을 받습니다. 그래서 입 냄새가 강하게 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제일 먼저 A를 의심하였던 것입니다. A는 정말 억울합니다. 자신도 주변에서 나는 입 냄새를 괴로워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으로 보이니 이중고(二重苦)를 겪는 것입니다.

A가 겪었던 KTX 시리즈는 끝이 없습니다. 그가 과거에 소셜 미디어에 올린 또 다른 글입니다.

To this day it still amazes me how anyone cannot read and understand a train/plane seat ticket. It’s clearly aisle number and seat letter.

Some asshat was in my window seat so I asked him to move, he moved just to the seat next to me after checking his mobile app ticket... then came along another lady and asked him to move again because that was her seat so he moved to the opposite side of the train car, but wait.....: He was wrong again. He was in the seat next to that.

Omg how embarrassing (for him)

(*주: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원본 글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적절치 못한 단어도 있습니다. Asshat은 ‘모자를 쓴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비속어입니다.)

아직도 기차나 비행기표의 좌석을 잘못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통로와 좌석 표시가 명확한데도 말입니다. 어떤 모자 쓴 멍청한 아저씨가 창가 자리에 앉아 있길래 거기는 내 자리라고 하자 자기 표를 보더니 바로 옆자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떤 여자분이 오더니 그 사람에게 그 자리는 자기 자리니 다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건너편 자리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끝이 아닙니다. 그 자리도 잘못된 자리이고 그 옆자리로 다시 옮겨야 했습니다.

A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일들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영국 사람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일 수도 있으나, A는 1991년에 영국을 떠나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하여 30년 동안 너무나 많이 한국화 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아직도 많은 것이 신기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비단 A의 눈에만 그렇게 비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눈에도 정상이 아니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프랑스 은행에서 일할 때인 1987년 서울에 큰 비가 내렸습니다. 그때 프랑스 사람 지점장이 제게 물었습니다. ‘어제 TV 뉴스를 보니까 길에 물이 넘쳐서 길을 가던 사람들이 거의 허리까지 물에 잠겼던데, 그런데도 우산은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미 젖을 만큼 젖었고 물에 빠진 상태인데 왜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일까? 나 같은 프랑스 사람이라면 이미 물에 잠겼으니 귀찮게 우산을 쓰지 않을 것이다’ (관련 사진: 1987년 7월 27일 동아일보 )

저는 똑 부러지는 답을 찾지 못하여 ‘아마도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의 차이인가 보다. 한국 사람은 물에 빠진 상태에서도 상체만이라도 조금이라도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라도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걸어갈 때에 계속 비가 온다면 우산을 쓸 것입니다. 비록 넘치는 물에 빠져 있더라도 계속 비를 맞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입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그런 것이 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안산에 살고 있는 미국인 친구가 여러 해 전에 제게 한 이야기는 저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개발이 낙후된 지역에 한 달 동안 세들어 살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직접 체험하였다는 뉴스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제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옥탑방 살이 박원순_hani.co.kr_2018.08.19) 옥탑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그런 곳에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는지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옥탑방 생활이 어떨는지를 서울 시장이 경험해 본다고 해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옥탑방 생활이 편한 것은 아닐 것이고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게 되었다고 해결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한 달 동안 옥탑방 생활이 신문에 대서특필 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의 이러한 전시성 행보를 보는 시각이 외국인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느껴온 또 한 가지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어떤 지시 혹은 설명을 들었을 때에 순순히 알았다고 답하지 않고 꼭 한 번씩 되묻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창구에서 은행원이 고객에게 ‘비밀번호를 눌러 주세요’ 라고 말하면, 그냥 순순히 비밀번호를 누르는 사람보다는 ‘비밀번호를 눌러요?’ 하고 되묻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또 병원에서 환자에게 ‘이 약 다 드시고 다시 한번 오세요.’라고 말하면 순순히 ‘네’라고 대답하기보다는, ‘다시 와요?’라고 되묻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잘못될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은행원이나 병원의 간호사는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여 말이 두 배로 많아지게 됩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이 바라볼 때에는 쉬이 드러납니다. 또는 우리나라 사람이라 하더라도 해외를 오래 다녀왔을 때에는 이러한 일들이 외국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반드시 옳고 그른 것을 아닐 것입니다. 무엇인가 확실하게 확인하는 의미에서는 다시 한 번 되묻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특히 금융 거래에서는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를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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