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23년 금융 위기- 2023. 3. 24.

jaykim1953 2023. 3. 24. 06:20

최근 미국에서 비롯된 파란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먼저 시작은 SVB (Silicon Valley Bank, 실리콘 밸리 뱅크)였습니다. (관련기사: Silicon Valley Bank Fails After Run on Deposits_nytimes.com_2023. 3. 10.) 그 이후 3월 12일에는 뉴욕에 있는 시그니쳐 은행(Signature Bank)도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들 은행의 파산에 관하여서는 그 동안 여러 언론들이 상세히 보도하였습니다. 특히 SVB는 파산 은행 자산 규모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큰 규모의 은행이었습니다. (가장 큰 파산 은행은 워싱턴 뮤추얼- Washington Mutual-이었습니다) SVB는 지난 해부터 미국의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으며 금년(2023년) 초에는 유동성 부족과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대한 FED의 집중 검사인 Horizontal Review도 받았습니다. 이미 SVB의 위기는 미국의 금융 감독기관에게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 금융 감독기관들이 한결 같이 우려하였던 것은 SVB의 이자율 마진이 2.8%에 불과하여 정상적인 은행 영업 이익을 확보하기에 취약하다는 경고였습니다. (미국 은행 이자율 마진 Net interest margin of the U.S. banks 2019 | Statista과 비교)
그 뿐 아니라 SVB의 파산 이후 조치에는 매우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파산한 은행의 예금은 미국 예금 보험 공사 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에서 25만 달러까지만 보상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은행의 자산을 청산하여 정산하여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SVB만큼은 모든 예금을 전액 보상해 줍니다. 보상이라는 표현은 조금 잘못 인식될 수 있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예금 전액을 바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재무장관 옐런, FED 의장 파월, FDIC의장 그뤤버그가 합동으로 문서로 작성하였습니다. (관련기사: Joint Statement by the Department of the Treasury, Federal Reserve, and FDIC)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SVB를 이용하는 많은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 기업들이 예금 인출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Silicon Valley Bank’s Collapse Causes Strain for Young Companies_nytimes.com_2023. 3. 10.) 이러한 예금 전액 인출 조치로 SVB와 거래하던 기업들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문제는 해결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그 동안의 FDIC 보상 원칙에 크게 벗어나는 일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원리금 합계 $250,000 까지만 FDIC에서 보상을 해주며,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은 파산한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청산하고 남은 금액으로 배상을 해주게 됩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즉 은행의 자산과 선순위 부채를 청산하고 난 금액이 ‘0’ 달러인 경우에는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예금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이번 SVB의 경우에는 이러한 FDIC보상의 룰을 깨뜨렸습니다. 미국 정부(재무성), 중앙은행(FED), 예금보험공사 (FDIC) 이 세곳이 공동으로 예금 전액 보장을 약속한 것입니다. (공동 서신에는 시그니쳐 뱅크에게도 SVB와 똑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의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앞으로 파산하는 모든 은행에 똑같은 전액 보상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혹은 이번만 예외적으로 적용할는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만약 이번 SVB와 시그니쳐 은행의 경우에만 국한하여 예외적으로 적용한다고 한다면 왜 그렇게 예외적인 적용을 하는지에 대한 상황 설명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금융 시장에서 SVB의 후폭풍은 스위스 은행 CS (Credit Suisse)로 번졌습니다. 원래 스위스에는 3 개의 큰 은행들이 있었습니다. SBC(Swiss Bank Corporation)와 UBS(Union Bank of Switzerland), CS가 그들이었습니다. 1997년 UBS와 SBC가 합병되어 새로운 UBS가 태어나면서 스위스 금융계는 UBS라는 초거대 은행과 CS라는 거대은행으로 양분 되었습니다. CS는 한 동안 미국내에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이라는 합작 투자은행을 자회사로 가지고 운영하면서 미국내에서도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하였으며, 2006년 CSFB라는 브랜드를 접고 CS라는 통일된 브랜드를 사용하였습니다. 비록 UBS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서 CS도 규모와 전문성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SVB의 후폭풍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스위스의 금융감독기구는 UBS로 하여금 CS를 인수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관련기사: UBS Agrees to Buy Rival Credit Suisse_nytimes.com_2023. 3. 19.)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겪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Global Financial Crisis, GFC)의 진행 과정과 비교해 보면 사태의 마무리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확실한 매듭을 지어서 더 이상 사태가 악화하고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조치가 눈에 띕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혹시라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나라 정부와 당국자들도 일사불란하게 전광석화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들의 시각도 고쳐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SVB는 넘쳐나는 예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지는 미국의 재정증권에 투자하였습니다. 문제는 SVB가 가지고 있는 부채는 유동부채인 요구불 예금이 대부분이었고, 투자한 재정증권은 비유동자산인 장기채권이었습니다. 단순히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관리하는 면에서도 유동성 리스크가 큽니다. 그리고 장기 자금 관리의 측면으로 보면 자산의 듀레이션(duration)은 길고 부채의 듀레이션은 짧아 이자율 변동에 따른 자산의 손익폭이 부채의 손익 움직임보다 큽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금리는 상승하고 채권가치는 하락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환율 리스크 vs 금리 리스크-2022.7.15. 참조) 미국 달러화의 금리상승의 결과 SVB의 자산 가치는 크게 떨어진 반면 부채의 가치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미국 금융당국이 SVB에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금년도에 Horizon Review를 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자율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지적 대상이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의 SVB 감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의 시각과는 많이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리 상승 시기에 은행의 자산인 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금융기관의 대출은 ‘공공재’인데 돈잔치를 한다는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뒷감당-2023. 2. 17. 참조) 우리나라 정부의 비판대로 따르자면 금융기관은 이자율 마진을 줄여야만 합니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미 제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자율 마진을 축소하여 금융기관의 이익이 줄어들면 금융기관의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도 SVB와 같은 뱅크 런(Bank Run) 사태가 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결코 잘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정부의 시각이 금융기관의 금융자산이 공공재(公共財)라는 인식만 앞세워서는 안됩니다. 금융기관도 이익기관으로서 이익이 발생하여야 생존할 수 있고,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익성을 확보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 기관이 보다 폭넓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기를 원합니다. 시각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인사를 하였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는 곧 사진 찍는 각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잘못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의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일명 ‘The dangers of one sided story.’ (일방적인 이야기의 위험)이라는 주제로 보여지는 사진입니다. 아래에 있는 사진 중에 위에 있는 것을 보면 영국의 윌리암 왕자가 손가락 욕을 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정면에서 찍은 밑에 있는 사진을 보면 손가락으로 셋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윌리암 왕자가 욕을 한다고 비난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 자산이 ‘공공재’라는 시각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라는 곳에서 영업을 하는 이익단체인 금융기관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금융 감독 당국도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금융시장을 바라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SVB에서 시작하여 스위스의 CS로 번진 금융 불안, 금융 위기가 우리나라까지 덮치지 못하도록 우리나라 정부의 금융 당국이 바른 시각으로 잘 대처하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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