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꼼수- 2023. 4. 14.

jaykim1953 2023. 4. 14. 06:26

약 30년쯤 전의 일입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가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다”라는 폭탄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 직후 해당 기업은 황망히 뒷수습에 나서 “진의가 왜곡되었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관련기사: 삼성그룹, 李회장 발언 적극 해명하고 나서_yna.co.kr_1995. 4. 14.) 일개 기업의 회장이 정부를 향해 정치가 4류라고 일갈한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으나, 일각에서는 할 말을 했다고 시원해 하기도 하였습니다.
정확히 28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면 아직도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임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정치는 4류에서 더 떨어져 5류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하여도 수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 해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코메디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수' '이모', '한국3M' '한동훈 '김남국·최강욱 '헛발질'newdaily.co.kr-2022. 5. 9.) 아마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자질이 얼마나 한심한가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모(某) 교수를 이모(姨母)라고 주장한 사례와 ‘한국 3M’을 ‘한ㅇㅇ- 영리법인’이라고 표시하였는데 이를 법무장관의 딸을 지칭하는 것이라 주장한 사례는 우리나라 정치가 4류조차 안 되고 5류 또는 그 이하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제품 가운데에는 세계 초일류로 꼽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만드는 휴대폰은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은 전세계 가전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에는 이미 2류의 문턱을 넘어 1류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이 상당히 됩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관료와 정치는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정치 분야에서는 정도(正道)를 걷기보다는 각종 꼼수를 동원하고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회기 쪼개기, 위장탈당 등의 꼼수로 법안을 통과 시키고도 조금도 미안해 하는 기색 없이 헌법제판소에 회부된 자신들의 사례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논리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위장탈당·회기쪼개기에 면죄부헌재가위법합법화시킨 ”_munhwa.com_2022. 3. 24.)
정치판에서의 편법은 불법이 아니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권의 편법은 ‘불법은 아니다’ 라는 말로 면죄부를 받아냅니다. 그러나 만약 어느 재벌이 편법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면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문제가 되었을 것이고 그 당사자는 검찰에 수없이 불려 다니게 될 것입니다. 사안이 재판에 부쳐져 대법원까지 가는 것을 각오하여야 합니다. 설사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낸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무수히 죄인 취급을 당하고 언론의 질타를 각오하여야야 할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주식상장- 2021. 2. 19. 참조) 일단 기업에서 편법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면 마치 엄청난 비리라도 저지른 듯이 정치권이 요란을 피우며 달려들어 혼쭐을 빼놓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삼성그룹의 편법 증여입니다. 이 건의 경우에는 분명 편법을 사용하여 낮은 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함으로서 2세에게 경영권을 인수 인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러나 편법은 어디까지나 편법일 뿐 불법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시비하면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검찰의 수사가 6년 여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법원까지 간 최종 판결은 무죄였습니다. (관련기사: 에버랜드 저가CB’ 무죄_donga.com_2009/09/21)
기업 경영에서 꼼수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약 기업이 꼼수를 쓰면 주주와 투자자들은 이를 알아차리고 투자를 회수하거나 추가 투자를 피합니다. 그 결과 주가는 하락하게 되고 또한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도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꼼수를 쓰는 기업은 꼼수 수준에 맞는 대접을 받습니다.
그런데 정치판은 그렇지 않습니다. 꼼수를 쓴 정치인들이 오히려 더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국민들이 그들을 꼼수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모르는 듯 합니다. 그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주변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꼼수를 쓴다는 것을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큰소리 칩니다. 꼼수탈당 정도는 이미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뻔뻔함으로 이겨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그 뻔뻔함의 정도가 어디까지 가려는지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이러한 꼼수로 눈 앞의 정치적인 이익은 챙길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으나 꼼수를 부리면 부릴 수록 정치판은 4류에서 5류 또 그 밑으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기업이 꼼수를 부리면 시장이 이를 징계합니다. 정치판에서 꼼수를 쓰면 유권자들도 이를 징벌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정치판은 꼼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꼼수를 잘 쓰는 정치인이 득세하고, 뻔뻔한 정치인이 계속 정치판을 주무르게 될 것입니다. 정치판이 4류, 5류로 타락하면 국민들의 경제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정치판의 인사들이 입법부인 국회를 주무르고 있으며, 국회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꼼수에 능한 사람들이라면 불행히도 나라 전체가 꼼수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자신들의 꼼수에는 한 없이 관대하면서 기업이 조금이라도 꼼수를 쓰게 되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일벌백계 하여야 한다고 요란을 떱니다. 자신들에게는 조금도 손해날 것이 없으므로 꼼수를 사용한 기업들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서 사소한 꼼수로 인한 비판의 시간을 길게 늘리고, 비용을 부담시킵니다. 정치인들로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는 단 한 푼의 돈도 지불되지 않으면서 소위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통하여 자신의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으니 전혀 마다할 일이 아닙니다. 지난 정권에서 너무도 흔히 들어 왔던 ‘내로남불’이 횡행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눈에 있는 대들보는 보지 않으면서 기업인들의 눈에 있는 티끌을 탓하고 마치 엄청난 비리를 발견한 듯이 소란을 피웁니다. 그래야만 마치 자신이 비위를 적발하여 올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일 수 있습니다.
전국민의 노후를 떠맡은 국민연금에도 정치권의 입김이 영향을 끼칩니다. 소위 스튜어드쉽을 들먹이며 국민들의 돈인 국민연금 기금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려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스튜어드쉽-2018. 8. 3. 참조) 그런데 불행히도 스튜어드쉽을 사용하려는 목적이 3류 혹은 4류에 불과한 관료와 정치인 그룹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합니다. 얼마 전 저의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지금의 국민연금 운용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듯이 보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Quo Vvadis domine- 2023. 2. 10. 참조) 그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좌지우지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이 3류 관료와 4류 정치인 중심의 기금운용 비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제도를 적어도 2류 이상으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제대로 된 연금 금융상품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금융기관이 운용하고 판매하는 연금 상품은 부실화하여 연금을 지급할 기금이 고갈될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 반면 3류 관료와 4류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 가운데에는 이미 세계 1류의 반열에 오른 곳이 많습니다. 4류도 안 되고 5류 수준에 불과한 정치판의 인사들이 1류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기업이 꼼수를 부리면 주주와 투자자들이 응징합니다. 정치판의 인사들이 꼼수를 부리면 유권자들이 혼내 주어야 합니다. 경제가 살기 위하여서는 유권자들의 양식과 판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꼼수가 판치는 정치판을 근절하여 4류 정치가 1류 기업을 혼내는 코메디를 사전에 예방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1류 기업들에게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추신: 혹시 예전에 읽어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 기회에 금요일 모닝커피- 스튜어드쉽- 2018. 8. 3.을 꼭 한 번 읽어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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