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PVBP- 2012. 6. 29.

jaykim1953 2012. 6. 29. 09:03

 

제가 이번주 월요일에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떠났다가 어제 오후에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홋카이도로 피서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업병인지 TV를 틀면 자연스레 금융 뉴스 채널로 돌려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 방송의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 보곤하였습니다.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3년 만기 0.1%, 10년 만기 0.8% 수준이라는 것을 보고 전세계적인 초저금리를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다 보면 금리가 조금만 상승하여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리가 낮다고 리스크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자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에 따르는 여러 가지 리스크 가운데 PVBP (Price Value of a Basis Poin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것은 수익률 (또는 시장 이자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에 사용하는 개념으로써 수익률(이자율)의 최소 단위 변화- 1 bp (basis point; 1/100 퍼센트)가 변화할 때에 그에 따른 현재 가격의 변화를 측정한 것입니다. 흔히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른 말로는 ‘value of a basis point’ 혹은 ‘basis point value’라고도 부릅니다.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합니다.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가격은 오릅니다. 수익률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얼마나 변화할 것인지는 채권의 표면 금리, 만기까지의 잔존 기간, 신용 등급 변화 등의 요소에 의하여 달라지게 됩니다.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오릅니다. 이와 같이 수익률의 변동에 의한 가격의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PVBP입니다. 예를 들어 표면 금리 5% 액면 $ 1,000,000 만기 5 년짜리 채권이 있고, 현재의 수익률이 연 () 5%라면 이 채권의 현재가- PV(present value) $ 1,000,000 입니다. 이 때 만약 수익률이 5.01% 로 상승한다면 이 채권의 PV $ 999,567.17이 되어 이 채권 포트폴리오의 PVBP- $ 432.83 ($999,567.17 - $ 1,000,000)이 됩니다. 한편 수익률이 4.99%로 떨어지게 되면 PV $ 1,000,433.07 이 되어 PVBP+ $ 433.07 ($ 1,000,433.07 - $ 1,000,000)이 됩니다. 수익률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PVBP에 조금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이 채권의 표면 금리가 10% 짜리라고 한다면 수익률이 5% 일 때의 PV $ 1,216,473.83 이 되고, 수익률이 5.01% 로 오르면 PV $ 1,215,981.18 이 되어 PVBP - $ 492.65 ($ 1,215,981.18 - $ 1,216,473.83)가 되며, 수익률이 4.99로 떨어지면 PV $ 1,216,966.75 가 되어 PVBP + $ 492.92 ($ 1,216,966.75 - $ 1,216,473.83)입니다. 여기에서 보듯이 표면금리 (coupon rate)가 높은 채권의 PVBP가 더 크고, 같은 논리로 잔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또는 듀레이션 (duration)이 긴 채권 포트폴리오일수록 PVBP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 수익률의 커다란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PVBP를 작게 유지하도록 운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시장의 수익률 상승 (이자율이 높아지고 PV가 작아지는 것)이 기대될 때에는 PVBP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여 수익률 상승에 따른 평가(mark-to-market) 손실을 줄이도록 합니다. 이럴 때에는 표면 금리가 낮은 채권, 잔존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와 반대로 수일률이 하락 (이자율이 낮아지고 PV가 커지는 것)이 예상되는 때에는 PVBP를 크게 유지하도록 하며, 이 때에는 표면 금리가 높은 채권, 잔존 만기가 긴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PVBP를 이용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듀레이션을 이용한 전략과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기본적인 논리를 살펴보면 PVBP는 듀레이션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여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듀레이션이 길면 이자율 변동에 의한 손익의 변화가 크고, 반대로 듀레이션이 짧으면 이자율 변화에 의한 손익의 변화가 작아지는데, 이 때 손익의 변화에 주목한 것이 바로 PVBP입니다. PVBP는 현재의 수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시장 수익률의 변화에 따른 평가 손익의 크기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요즈음과 같이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채권 투자로부터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수익률이 더 하락하여 평가 차익을 기대하기에는 시장 수익률이 너무나 낮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장래에 수익률이 상승하게 되면 평가 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투자등급의 채권 수익률이 너무 낮다 보니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정크 본드 (junk bond; 혹은 high yield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BB- 급의 채권들 가운데에는 수익률이 연 6 %를 상회하는 수준에 거래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채권들은 발행사가 만기에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만기까지 부도가 나지만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혹시라도 전반적인 경제가 호전되거나, 또는 발행회사의 실적이 좋아져서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면 시가평가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평가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정크 본드에 투자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투자를 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투자자에게는 섣불리 정크 본드에의 투자를 권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정크 본드 자체의 신용 리스크도 문제이지만, 미국 달러화와 한국 원화간의 환리스크가 있어 미국 달러화 표시 정크 본드에의 투자를 권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하에서는, 우리나라의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주식 시장에의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이자율 수준은 엄밀히 분석한다면 신용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에 대한 보상조차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채권에의 투자는 발행사에 대한 신용 리스크와 이자율의 변동에 대한 시장 리스크의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지게 됩니다. 그 반면 주식에의 투자는 주가 변동에 대한 시장 리스크만을 지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신용 리스크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 리스크를 부담하고 그에 추가하여 시장 리스크를 부담하기 보다는, 시장 리스크만을 부담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식의 시장 리스크가 채권의 시장 리스크보다는 좀 더 변동성(volatility)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점은 미리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하여 향후 금리의 변동에 따라 보유 자산의 가치가 변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산의 가치를 증식 시킬 수 있도록 주도 면밀한 관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과 같이 저금리 상태에서는 이자율의 움직임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 반면 이자율이 상승하는 방향으로의 여유가 있을 때에는 PVBP를 가급적 작게 유지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채권을 보유하고 계신 투자자들께서는 이러한 점도 고려하셔서 리스크 관리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