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미 투 - 2018. 3. 2.

jaykim1953 2018. 3. 2. 18:19

 

최근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끄는 뉴스 거리 가운데 하나가 성추행과 관련된 소위 “#미투” (me too) 움직임입니다.

 

얼마 전 제가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면서 주고 받은 이야기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L 은 학교 다닐 때에 조금 우쭐대면서 덩치가 작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어깨 행세를 하던 친구였습니다. 2~3년 전 교통 사고로 L이 다리를 다쳤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서 L, ‘다리를 다친 후로 제대로 뛸 수도 없고 답답하다.’ 고 하였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은, ‘조심해라 학교 다닐 때 너한테 얻어 맞았던 친구가 지금 복수하면 어떻게 할래?’ 라며 놀렸습니다. 그러자 L, ‘아니다 나는 애들 별로 때린 기억 없다.’라고 변명을 하였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원래 때린 녀석은 기억을 못하지만, 맞은 녀석은 기억을 잘 한다. 가해자는 잊어버려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라고 심각하게 말하였습니다.

 

가해자는 잊어 버려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 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최근의 성추행 폭로 상황을 보면 피해자들은 각종 정신적인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렸음을 토로하는 반면, 가해자들은 그 동안 죄의식조차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성추행 관련 뉴스를 보면서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가 다른 여성에게 불쾌한 성적인 농담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었나 되돌아 보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제가 상대 여성에게 성추행으로 느껴지는 행동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상 일은 상대적이다 보니 누군가가 저로 인하여 불유쾌한 기억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저로서도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답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새카맣게 잊고 있더라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생생히 기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최소한 그 동안 보도된 내용과 유사한 부류의 성추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동료 여직원들을 항상 존중하였습니다. 저의 이러한 마음 가짐을 상대방이 느꼈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저 자신은 동료 직원, 특히 여성을 존중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로서 신뢰하였습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성추행 뉴스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친구들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슬아슬한 경험도 하였고, 주변에서 또는 자신이 직접 모함을 당하거나, 실수를 경험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발견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여직원에 대한 기대치가 여직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신입 여사원들은 간부사원, 또는 선임사원들의 차 심부름을 합니다. 남자 신입사원들은 차 심부름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1978년 첫 직장인 Bank of America (BOA) 서울 지점에 입행 하였을 때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제 책상에 커피 한 잔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연세는 40대 중반쯤 된 여자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분을 아주머니라고 불렀고, 외국인 직원들은 janitress (janitor의 여성형) 라고 불렀습니다. 그 당시에 BOA 서울 지점의 직원은 약 150여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침마다, 또 손님이 오셨을 때 차를 내 주는 아주머니는 두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은 계약직이었고, 차 심부름뿐 아니라, 간단한 사무실 비품 정리 등의 일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전 직원이 야유회를 간다거나 지점 안의 행사가 있을 때면 그 두 분의 아주머니도 함께 행사에 참가하였습니다. 비록 계약직이었지만 직장의 행사에는 떳떳하게 참가하였습니다. 사무실 안에서 맡은 직책이 janitress 일 뿐, 직장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중 받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외국은행에서는 일반 여직원은 물론이고 비서 일을 하는 여직원들도 차 심부름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여직원이건 남자 직원이건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하여 각자 자기 일을 할 뿐 상대방에게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녔던 외국은행은 이런 면에서는 국내 기업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관하여서는 이미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3. 7. 참조) 그 내용을 일부 다시 살펴 보면;

 

저의 첫 직장인 Bank of America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입니다. 환경도 조금은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휴게실에서 근무하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전 직원에게 커피를 한 잔씩 가져다 주셨습니다. 비록 신입 행원이었지만 저도 아주머니께서 가져다 주시는 커피를 잘 받아 마셨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자연스레 휴게실에 전화하여서 아주머니께 손님 커피를 부탁 드리곤 하였습니다.

 

언젠가 제 선배 한 분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 왔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전화로 아주머니께 손님 커피 한 잔을 부탁 드렸고, 아주머니도 여느 때처럼 쟁반에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를 본 저희 선배는, “야! 너 진짜 좋은 직장 다니는구나!”라며 놀라셨습니다. 그 당시 국내 직장에서는 전화로 휴게실에 커피 부탁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그렇다면 왜 janitress와 같은 직책의 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두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비용 문제가 첫 번째 이유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Janitress가 하는 일을 일반 여직원들이 나누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 일을 남자 직원들도 함께 나누어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남자 직원이 하지 않는 일이라면 여자 직원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별히 남녀평등, 성차별 금지 등의 거창한 구호를 외치기 전에 아주 간단하고 쉬운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남자 직원이 하지 않는 일은 여자 직원도 하지 않고, 여자 직원이 하는 일은 남자 직원도 하면 됩니다. Janitress 의 역할을 할 인력을 따로 채용하는-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비용은 성추행 예방이나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그런데 실제 성추행에 대한 처벌의 실상을 보면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처벌이 그리 엄중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지난 2014 11월에 있었던 군부대 안에서의 사건이 최근에야 확정 판결이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2018/2/28_성추행 17사단 징역 6개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시기는 이미 형 집행이 완료된 시점이기도 합니다.

 

성추행과 관련된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와 다름이 없습니다. 리스크 관리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예방과 감독입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하여서는 비용을 지불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추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서는 비용이 수반되는 것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직원들의 인성 교육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인성 교육의 결과 모든 임직원이 양과 같이 순하고 도덕 선생님처럼 고귀한 인품을 갖게 되리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약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