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손인실 여사- 2018. 8. 24.

jaykim1953 2018. 8. 27. 17:14



우리나라 여성운동가 원로셨던 분 가운데 손인실 선생님(손인실 여사 별세_ 1999/2/10)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의 부친은 손정도 목사님(네이버지식백과_손정도 참조)이십니다. 손목사님은 일제시대에 임시정부 의정원장도 역임하시고 만주로 쫓겨난 우리나라 농민들을 돌보기 위하여 길림성(吉林省)으로 가셔서 교회를 세우고 어려운 우리나라 동포들을 친가족처럼 돌보아 주셨던 분입니다. 그 분이 만주에서 친가족처럼 돌보아주었던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 가운데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갈 곳 없었던 북한의 김일성도 있었습니다. 김일성은 후에 그의 자서전에서 손정도 목사님을 자신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기술하였다고도 합니다. 손정도 목사님의 큰 아들은 우리나라 초대 해군 참모총장을 역임하신 손원일 제독입니다. 그리고 손 목사님의 셋째 딸이 손인실 선생님입니다. 초창기 여성운동의 리더로서 한국여성단체 협의회장, YWCA 회장, 대한 적십자사 부총재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손인실 선생님은 제 어머니와 이화여전 동기동창이시기도 합니다.

손인실 선생님은 일찍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셨고 저희 어머니께서는 졸업 후 8년이 지나서 결혼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손인실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너무나 어린 아이로 보이셨던 것입니다. 손인실 선생님은 슬하에 딸과 아들을 각 하나씩 두셨는데, 딸은 저보다 12, 아들은 저보다 8살 위입니다. 손인실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저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셨습니다. 어쩌다가 저를 보시면 어린아이를 대하듯 환히 웃으시면서, ‘~~ 재호로구나. 잘 있었니?’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저는 불혹의 나이 40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저를 보시면 어린 시절의 저를 대하듯 하셨습니다.

1990년대 초반 어느 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손인실 선생님은 저를 보시고 반갑게 부르시더니, ‘네가 엄마에게 그렇게 잘한다며? 매일 문안 전화도 드리고…’ 라고 하시며 제 등을 토닥여 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몹시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사실은 저는 저희 어머니께 잘 해 드리는 것이 없다고 자책하기 일쑤였습니다. 손선생님 말씀 가운데 맞는 것을 애써 한 가지 찾는다면 제가 매일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는 것입니다.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이면에는 제가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회피 같은 의식이 작용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 어머니께 전화 드렸던 4번 가운데 한 번은 화기애애하게 통화가 이루어졌으나, 한 번은 그냥 건성으로, ‘잘 지내시죠? 바빠서요..’, 또는 별 일 없으시죠? 또 연락 드릴께요.’ 라며 전화를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전화를 드리기는 하였지만 다정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4번 중에 한 번은 어머니께서 제가 잘 못한 일을 꾸중하셨고, 마지막 한 번은 제가 공연히 어머니께 짜증내고 투정 부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매일 어머니께 전화 드렸다는 것은 분명한 팩트(fact)이므로 이를 근거로 약간의 살(?)을 붙여서 당신의 막내 아들이 당신께 매일 전화를 드리고 아주 잘해준다고 손인실 선생님께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손인실 선생님께 자랑하신 이면에는 당신의 아들이 당신께 잘 해 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애써 숨기고 친구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누구나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을 근거로 하되 조금은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이고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은 감추는 것입니다.

금융 거래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알리고 싶지 않은 사항은 어떻게 해서든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정도가 지나치면 범법행위가 되고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사례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C라는 여성 사업가의 경우입니다. C는 원래는 실내 장식사업을 하던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 자제와 인맥을 쌓게 되었고, 그 인맥을 이용하여 비교적 성공적인 사업을 꾸려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 우리나라가 IMF 사태라 불리는 금융 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정권실세를 동원하였고, 그 결과 정부 투자기관의 금융거래에 대한 자문 계약을 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금융관련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일을 마구 크게 벌였습니다. 착수금도 받지 않고 추가적인 큰 딜(deal)을 따오는 데에 재미를 붙여서 여러 건의 거래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가 체결한 계약들은 그녀가 배타적인 위임(exclusive mandate)은 받았으나 그에 수반되는 수수료 지급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녀의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6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금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진행이 안 되고 자금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제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제가 검토한 결과 그녀가 맡고 있는 딜 가운데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한 두 건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녀는 저의 검토 결과를 듣고 걱정하였습니다. 당장 눈 앞의 자금 압박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를 제게 의논하였습니다. 저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C는 제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달이 난 것은 대출이 일어나고 사흘도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제가 소개해 준 은행에서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C를 얼마나 잘 아느냐는 것이 은행으로부터 온 첫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통하여 C를 알게 되었을 뿐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 아는 것은 아니라고 답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은행에서의 대답은: C가 은행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집에 선순위 저당이 잡혀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하여 C에게 왜 그런 사실을 은행에 알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C의 대답은 묻지 않는 것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은행에서 후순위 담보를 잡아 주기는 하였으나 그 대신 이자율을 더 높이고 말았습니다.

금융 거래에서는 설사 대주(貸主, 돈을 빌려 주는 사람)가 묻지 않더라도 금융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사항에 대하여서는 사전에 고지를 하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는 주요한 사항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겼던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I전자라는 벤쳐 회사의 사례입니다. 얼마 전 이 회사는 투자자를 끌어들여 회사의 생산시설을 확장하려고 하였습니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회사가 세계적인 우리나라 기업인 S전자에 납품한다고 소개하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 회사는 소위 2차 벤더 (vendor)입니다. S 전자에 직접 납품하는 것이 아니고 S전자에 납품하는 1차 벤더에게 부속품을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I 전자의 제품이 S전자 제품의 부품으로 쓰이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I전자가 S전자에 직접 납품을 하는 것은 아니고, I전자가 납품하는 1차 벤더가 S전자에 성공적으로 납품하여야 I전자의 제품이 S전자에 납품이 되는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팩트를 정확히 전달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조금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을 하여 작지만 분명히 다른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사사로운 것을 이야기할 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저희 어머니께 별로 잘 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친구인 손인실 선생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저희 어머니께서는 팩트를 조금 미화(美化)하여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로 인하여 특별히 불이익을 당하거나 금전적인 손해를 본 사람은 없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금융 거래를 하면서 상대방이 알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지 않거나, 또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다르게 알려주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금융 거래에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정확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