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GSOMIA)- 2019. 11. 22.
오늘 11월 22일은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라고 불리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정보 협정이 만료하는 날입니다. 아직까지 연장에 대한 확실한 의사 결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정부 방침대로 협약의 만기 도래에 따라 파기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소미아는 우리나라와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의 군사 정보 교류에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보 관련 문제가 그 발단이 엉뚱하게도 일본의 대한 무역 보복 조치입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19/8/28_한국
그런데 광우병 사태를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괴담에 많은 사람들이 휘둘렸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의도적이건 실수이건 일부 극렬한 운동권 인사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고 이를 믿은 일반 사람들은 분노하였던 것입니다. 여기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는 것에 대하여 국민들이 반감을 표시하고 있던 때에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인은 좀 더 배워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_2008/6/4_ 한국인은 더 배
미국 대사가 이야기한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학적인 사실을 좀 더 확인해 보라' 는 의미였을 것이었으리라고 추측합니다. 영어의 'learn' 이라는 단어가 반듯이 '배우다' 라는 의미로 쓰였다기 보다는 더 잘 알게 된다는 의미로 - get to better know- 쓰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는 마치 '한국인들이 배우지 못 하여서 광우병 걱정을 하는 것으로 보이니 공부를 더 하여라' 는 일종의 훈계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냉정히 돌아보면 주한 미국 대사의 말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였던 각종 괴담들은 거의 99% 조작된 거짓이었고, '뇌송송 구멍탁' 이라는 말도 허무맹랑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짓 선동에 불과하였습니다. 조금만 과학적인 지식이 있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였더라면 온 나라를 광우병 돌풍으로 휩쓸었던 거짓 선동과 모략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황당무계한 여론 조작에 휩쓸린 것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意識) 수준, 지적(知的) 수준을 드러낸 듯하여 입맛이 씁쓸합니다.
그 당시 미국 대사의 발언은 괴담에 흠뻑 젖어 있던 우리 국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유발하였습니다. (관련기사: ohmynews.com_2008/6/4_버
지금의 지소미아 사태와 비교해 보면 자존심을 내세운다는 점에서는 광우병 사태 당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느끼게도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서 월남전 파병에 대한 사과도 하였고, 중국에서는 사드 (THAAD) 배치에 대한 유감 표명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무례한 도발에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이유와 논리로 그들의 발언을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것을 봅니다. 그런 정도로 자존심을 접는다면 이번 지소미아 사태도 충분히 자존심을 접고 연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 것은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한 국가의 자존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국가 원수가 외국을 방문할 때에는 의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상대국에서 어떤 레벨의 사람이 우리 국가 원수를 영접하느냐에 신경을 곤두 세우기도 합니다. 사진 촬영을 한 번 하여도 어떤 상황에 어떤 배치로 사진을 촬영하는가에 따라 국격(國格)을 들먹이게 됩니다. 이러한 자존심은 사소한 듯 보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매우 중요합니다. 외교의 어려움은 외교적으로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으면서 서로의 국격을 존중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국격에 크게 손상이 가지 않는다면 경제적인 실익을 위하여서는 조금은 대범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일본과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처음 시작은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판결한 일제시대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배상 문제입니다. 이로 비롯된 두 나라 사이의 감정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대응 카드로 내민 것이 지소미아의 만기 파기입니다. 일련의 상황을 복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과거사 문제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일본측에서 경제적인 보복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는 안보 문제로 대응하였습니다. 그런데 안보 문제는 일본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는 조치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함께 부담을 떠안게 되는 조치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나라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마도 지금으로서는 그러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듯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 분야에서의 대립은 경제 문제로 맞서고 정치 또는 안보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막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9. 8. 9. 참조)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실익을 위하여서는 자존심은 잠시 접어 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수준의 심한 모욕이 아니라면 조금의 자존심 상하는 일을 수용하면서 경제적인 실익을 더 많이 취할 수 있는 방법도 받아 들일 용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과거사에 따른 굴욕과 연이은 일본 기업에 대한 압박을 경제적인 조치로 대응하였습니다. 그에 대하여 우리나라도 경제적인 대응 방안을 취하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도 마땅히 대응할 경제적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경제 현황으로는 우리가 일본을 향하여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대등한 경제력을 이루어 가는 것이 우리가 이룩하여야 할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