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낭비- 2024. 9. 20.
이번 달 들어서 국내 경제지에서 한 가지 문제에 대하여 연거푸 다룬 사례가 있습니다. 첫번 째 기사는 지난 9월 2일에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1100억 썼는데 사람이 없네”...박원순이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결국 철거-mk.co.kr- 2024. 9. 2.) 그리고 후속 기사는 그로부터 열흘 뒤인 9월 12일에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박원순때 혈세 1109억 투입한 공중보행로…찾는 사람 예측치의 6.7%-mk.co.kr- 2024. 9. 12.)
2016년 시작하여 2022년 완공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철거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중 보행로를 설치하는 데에 들인 세금이 1,109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공중 보행로를 건설하는 데에 1천만 서울 시민이 1인당 1만 1천 원씩을 부담한 셈입니다. 만약 실제로 서울 시민 1 인당 1만 1천 원씩을 나누어 준다면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고마워할 금액은 결코 아닙니다. 1만 1천 원을 준다면 흔쾌히 받기야 하겠지만 그 돈으로 한 사람의 부를 축적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저 받으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 돈을 받기 위하여 교통비를 들이고 시간을 내야 한다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1인당 1만 1천 원을 거두어 간다면 1천만 시민의 저항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이 사업을 할 당시 시장이 전 서울 시민들에게 1인당 1만 1천 원씩 거두어 가겠으니 돈을 내라고 하였다면 커다란 저항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 서울 시민이 알게 모르게 1인당 1만 1천 원씩 징구 당한 셈입니다. 당시 서울 시장의 아이디어 대로 시민들에게서 거두어 들인 세금으로 1,109 억 원을 들여 공중 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드러내 놓고 공중 보행로 공사를 위한 세금을 따로 거두어 들이지는 않았으나 이미 거두어 들인 세금에서 전용(轉用)하여 공중 보행로를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공중 보행로를 만들어 놓은 결과는 위의 기사에서 보듯이 전형적인 세금의 낭비이고 무책임한 토목공사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금 1,109억 원이 허공에 날아간 것입니다. 처음 세운상가 지역에 대한 계획은 2006년 당시 시장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복합 개발을 기획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 시장이 바뀌면서 2014년 기존의 계획을 백지화하고 공중 보행로를 만들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서울 시장이 바뀌면서 전임 시장의 시정 철학과 계획은 무조건 백지화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새로운 시정 계획을 나열하는 것이 그 동안 보여 왔던 행태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시정의 결과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시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손해 금액을 징구한다면 아마도 이들의 자세는 180도 달라질 것입니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고 물어낼 일도 없는 예산은 마구잡이로 낭비합니다. 지금까지 시장들이 보여 왔던 행태이고 이번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와 같이 예산이 남용되고 무책임하게 낭비되었을 때에 이러한 사안의 의사 결정을 내린 시장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무책임하고 방만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하여 행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과거에 스스로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하여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예산을 낭비하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사업을 벌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운 상가의 공중 보행로를 만든 시장도 시장이 되기 전에는 시민 운동을 하면서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사실을 더욱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박원순, "(협찬 인생)그것은 너무 좋은 장점"-newdaily.co.kr- 2011. 10. 25.) 자신이 땀 흘려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해서 번 것이 아니고 여러 기업에게 협찬을 종용하여 자신의 경력을 쌓아 가는 것을 자신의 능력이라 여기고 그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강변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시정을 맡아서 운영하면서 세금을 아끼고 내 돈 같이 살뜰하게 관리하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 눈에는 돈이란 기업들의 약점을 잡아 위협하고 눈 감아 주는 대가로 협찬을 받으면 손쉽게 벌 수 있는 것이라 여길 것입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운영하면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경비를 사용하면서 얼마나 알뜰하게 아껴 쓰면서 유용하게 지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도 과거에 기업 상대의 금융 상품 거래를 하면서 기업들을 상대로 접대비를 적지 않게 사용하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정해졌던 원칙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접대비는 수익의 1%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둘째, 접대비는 사용 목적이 정당함을 입증(justify)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징계도 각오하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예를 제가 직접 보지는 못하였으나, 원칙적으로는 정당하지 못한 비용에 대하여서는 변상을 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한창 실적이 좋았던 1987년 - 1990년 기간에는 연간(年間) 미화 2천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사용하였던 접대비의 한도는 2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1억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의 접대비 한도였습니다. 그러나 접대비 한도가 1억 3천만 원이라 하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접대비는 사용하지 못하였습니다. 접대비를 사용하여 그로 인한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을 정당하게 밝혀야만 접대비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사용하는 연간 접대비 총액은 접대비 한도인 1억 3천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개별 기업별로는 해당 기업이 기여한 수익의 1%를 초과하는 접대비를 사용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해당 기업과의 거래에 경쟁 은행과 치열한 경쟁관계가 있어서 거래를 뺏기지 않기 위하여 약간의 과잉 접대(over entertainment)가 필요하다는 정당성(justification)이 뒷받침 되었습니다.
서울 특별시의 시정에도 예산 집행의 원칙과 정당성을 철저하게 적용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 각종 예산의 집행에 관하여서는 외국 금융기관이 원칙도 잘 정립되어 있고 그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금융기관과 같은 예산의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