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 공유 & 마이데이터 - 2024. 11. 29.
얼마전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사진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해리 리드(Harry Reid) 공항 사진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택시 승강대의 대기줄이고 왼쪽 사진은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의 대기줄입니다.
한 눈에 택시 승객은 없고 우버 승객은 바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행이 몇 명이나 되고 짐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우버는 차량의 종류를 지정하여 부를 수가 있습니다. 우버를 부르면 대략 몇 분의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요금은 얼마 정도 될 것인지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내가 타려는 차례에 어떤 차가 걸리게 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행이 많은데 조그만 차가 걸릴 수도 있고, 혼자 짐도 없는데 커다란 차를 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짐이 많은데 짐칸이 작은 택시를 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버를 부르는 것이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버는 택시의 경쟁 상품입니다. 처음 시작은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하여 전문적인 승객 운송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 소유 차량이 시간이 남을 때에 또는 운행 중에 같은 방향의 승객을 태워 주는 서비스로 시작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우버뿐 아니라 리프트(Lyft) 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그랩(Grab)등의 승차 공유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승객 운송의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들 가운데 승차 공유 서비스 앱에 가담하여 택시 영업과 병행하기도 합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경쟁력을 인정하여 승차 공유서비스에 가입하고 승객을 태웠을 때에 승객에게서 직접 택시 요금을 받지 않고 승차 공유 서비스를 통하여 요금을 받는 것입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승객 운송의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경쟁 상대였던 기존의 택시는 앞의 사진에서 보듯 경쟁력을 점점 상실하여 가고 있습니다.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별로 없고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타다 금지법 유감(遺憾)- 2019. 12. 13. 참조)
우리나라에서 승차 공유를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택시 업체가 받을 수 있는 타격’ 때문입니다. 이 법을 만든 정치인들도 승차 공유 제도가 택시보다 우월한 제도이고 소비자들이 더 선호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택시업계가 받을 타격을 방지하기 위하여 승차 공유 제도를 금지하였습니다. 즉, 택시업계를 살리기 위하여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하고 소비자가 더 선호하는 서비스를 군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 ‘타다 금지법’과 같은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의 현실도 처음 보여 드렸던 사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택시를 타려는 사람은 없고 승차 공유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소위 데이터 3법이라 불리는 법들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 신용정보법)’의 3 가지 법입니다. 이 법은 2018년에 만들어졌고 정부에서 발표한 법안 발의 목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자원인 데이터의 이용 활성화를 통한 신산업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인터넷기반 정보통신 자원통합(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이용이 필요하다. 한편 안전한 데이터 이용을 위한 사회적 규범 정립도 시급하다. 데이터 이용에 관한 규제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협치(거너번스) 체계 정비의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3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라고 합니다. (출처: 데이터 3법 해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상에서 설명하였듯이 데이터 3법은 ‘마이데이터’(MyData)라는 시스템의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법입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기관에서 개인 또는 법인의 금융 및 신용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제도로서 원래는 2021년 8월부터 도입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행상황이 늦어지면서 2022년 1월로 도입이 한 번 연기되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1월 현재 이 시스템은 제대로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 3월까지 35개 금융기관이 마이데이터 도입에 관련한 허가를 득하기는 하였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도 각 금융기관에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또는 법인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대부분의 금융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구태여 데이터 3법을 적용하여 마이데이터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나 금융기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데이터 시스템은 법적으로는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저의 이 글을 일고 계신 독자분들 가운데에서도 마이데이터라는 시스템 자체가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아마도 대부분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사양산업인 택시가 타격을 받지 않게 보호하느라고 법으로 승차 공유 시스템을 금지한 것이나, 금융 소비자가 전혀 관심이 없는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법으로 강제한 것이나 모두 소비자의 편의나 필요를 도외시한 정치인들의 편협한 시각이 만들어낸 한 편의 코미디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