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2025. 2. 28.
‘뒤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면;
1. 명사. 일의 맨 나중이나 끝.
2. 명사. 어떤 일이 있은 바로 뒤.
3. 명사.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은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
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의미는 아마도 3번일 것입니다. ‘뒤끝’ 하면 아마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만만치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뉴스를 보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 창에 ‘트럼프 뒤끝’을 검색하면 ‘“뒤끝 작렬”… 美 법무부, 트럼프 수사한 검사들 줄줄이 해고’ (관련기사: “뒤끝 작렬”… 美 법무부, 트럼프 수사한 검사들 줄줄이 해고-etnews.com- 2025. 1. 28.), ‘트럼프,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뒤끝…“캐나다는 州, 총리는 주지사”’ (관련기사: 트럼프,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뒤끝…“캐나다는 州, 총리는 주지사”- munhwa.com- 2024. 12. 11.) 등의 기사가 뜹니다. 심지어는 자신과 1기 행정부에서 함께 일하던 주요 인사 가운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인사에게는 그 동안 제공되었던 경호마저도 끊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트럼프의 '뒤끝'…취임하자마자 자기 비판한 볼턴 경호 중단-yna.co.kr- 2025. 1. 22.)
미국의 대통령만 뒤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뒤끝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시간이 경과하였지만 이번 달 초에 우리나라에서도 ‘뒤끝’이 작렬하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비록 12.3 계엄에 따른 후폭풍으로 인하여 커다란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을 지리하게 끌어오던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사건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2심도 무죄,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chosun.com- 2024. 2.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또 다시 이 건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1·2심 무죄에도… 또 사실 따지겠다는 ‘삼바 상고’_chosun.com_ 2025. 2. 10.) 지난 10년 동안 검찰이 한 기업을 닦달하였음에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왔다면 검찰은 이제 물러나서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검찰의 뒤끝이 작렬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어이 3심 대법원에까지 상고하여 재판을 이어가는 검찰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처음 이 사건을 기소하였던 검사가 지금은 금융감독원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과를 한 상대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느라 지난 10년 동안 갖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국민들과 후배 법조인들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재용 기소한 이복현 금감원장 “국민들과 후배 법조인들께 사과”-chosun.com_ 2025. 2. 6.) 이는 마치 폭력배가 주먹을 휘두르고 자신의 주먹에 맞은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고 주변의 구경꾼들과 자신의 똘마니 폭력배에게 사과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 조차 불분명해 보입니다. 제대로 사과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기소를 당한 기업을 향하여서 사과를 하고, 그 회사의 주주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입니다. 죄 없는 기업을 자신이 기소하여 10년 동안이나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고 무릎 꿇고 사과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주들은 그의 기소로 인하여 주가가 떨어지고 기업활동이 위축되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기소한 책임을 지고 주주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주주나 해당 기업에는 일언반구 사과 없이 엉뚱하게 국민들에게 또 후배 검사들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왜 사과를 하고 후배 검사들에게는 왜, 무엇을 사과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고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확실한 범법자인데 사법부의 판단 부족으로 인하여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확신하는 듯 합니다.
자신이 수사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는 검사는 아마도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증명하는 증거에만 주목하고 확신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신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나 객관적으로는 자신의 확신이 증명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사과하여야 합니다. 확증편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확실한 사실을 자신이 증명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분하게 여깁니다. 이번에 국민과 후배 검사들에게 사과한 금감원장도 이러한 확증편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무죄 판결이 나왔으면 검찰도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반성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끝까지 3심, 대법원까지 가보겠다고 오기를 발동합니다. 이러한 검찰의 오기가 우리나라 기업 활동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검찰의 막무가내식 수사를 부추긴 것은 지난 정권에서 기세등등하던 시민사회단체였습니다. (관련기사: 참여연대·심상정이 분식 의혹 첫 제기… 文정부 검찰이 수사-chosun.com- 2025. 2. 10.) 이름을 보면 시민사회단체를 표방하고 있으나 지난 정권에서는 마치 정부의 한 축인 양 실세 행세를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문 정부 실세… 참여연대] ‘혁신성장’ 규제개혁 반대_economytalk.kr-2018. 9. 4.) 이들은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눈에 난 기업에 대하여서는 집요하리 만치 공격합니다. 이번 사태도 이러한 시민사회단체의 공격으로 시작되었고, 검찰 내부에서 조차 기소에 회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검찰의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에서 10대3 의견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였으나 검찰은 기소를 강행하였고, 그 결과가 1심,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 정도라면 이제는 기업을 더 이상 욱박지르지 말고 활발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풀어 주는 것이 맞다고 보입니다.
그 뿐 아니라 현 금감원장은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는 월권행위마저 서슴없이 행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민간 CEO에 ‘옷 벗어라’ ‘말아라’… 주제 모르는 금감원장-chosun.com- 2025. 2. 21.) 우리나라의 금감원장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권한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수 년 전 이러한 사태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비판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4. 20. 참조) 당시에는 금감원장이 자신의 역할과는 관련 없이 엉뚱하게 자산운용사에게 “펀드 수익률을 올려라” 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자산운용사는 금감원장의 당부가 없더라도 스스로 펀드의 수익률을 올리려 무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당시의 금감원장은 자신이 자산운용사에게 “펀드 수익률을 올리라”는 주문을 한 것이 매우 훌륭한 처사였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한 편의 코메디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에 기업 활동을 10년 동안이나 어렵게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국민과 후배 검사들에게 사과를 한 금감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들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그리고 기어이 대법원에까지 상고를 하는 검찰의 뒤끝이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행위임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자신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자각하기를 바랍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