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년 이어온 저축 은행 -2025. 3. 28.
우리나라에는 여러 형태의 금융기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금융기관은 은행입니다. 그 밖에 증권회사, 보험회사, 신용카드사, 리스회사, 자산운용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축은행도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저축은행은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과거에 상호 신용 금고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금융기관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이름 바꾸기- 2014. 8. 14. 참조) 비즈니스 내용은 바뀌지 않았으나 이름을 바꾸면서 과거의 소규모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대형 금융기관 행세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저축은행이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일부 저축은행은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고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에 투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저축은행은 지역의 서민 금융을 표방하며 소상공인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을 표방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상호 신용 금고라는 이름을 버리고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다음부터는 대형 은행들과 어깨를 견주며 대형 금융기관들과 경쟁을 하려는 듯이 영업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져 왔습니다. 최근 언론에도 이러한 사례가 또 다시 보도되었습니다. (관련기사: 부동산 PF 여파… 지난해 저축은행 기업대출 연체율 4.8%p 상승_chosun.com- 2025. 3. 21.)
저축은행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때에는 빠지지 않고 부실 대출과 부동산 PF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저축은행들이 성장에 대한 조급함이 불러오는 문제들이라고 보입니다. 저축은행들이 규모를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예금 이자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 동안에는 저축은행들은 예금 이자율을 다른 저축은행들보다 조금만 높여도 예금 규모가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예금 규모가 늘어나면 쉽사리 저축은행의 덩치를 키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높은 금리로 끌어드린 예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입니다. 높은 금리의 예금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면 자연스레 높은 이자율의 자산에 자금을 투입하게 됩니다. 대출을 내주어도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일으키게 되고, 투자 상품도 높은 금리의 투자 상품에 자금을 투입합니다. 그런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의 이치를 벗어날 수는 없어서 높은 금리의 상품에는 리스크가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즉, 높은 금리의 예금을 받아들여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일으킨다는 것은 자산 운용에 리스크 부담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실 대출이 늘어나게 되고 대손율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축은행의 자산은 부실하게 되어 갑니다.
저축은행은 지역 소규모 상인과 중소기업, 서민을 상대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에 적합한 금융기관입니다. 저축은행을 빨리 키워서 대형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욕심이 있다면 이는 저축은행을 부실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대형 금융기관 흉내를 내며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고 대형 부동산 PF에 투자하면서 저축은행은 본연의 금융업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자산은 빠르게 부실화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축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의 대명사인 양 금융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저축은행격인 커뮤니티 은행(community bank)들 가운데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커뮤니티 은행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매사추세츠 주(州)의 보스턴 근교에 있는 케임브리지 저축 은행(Cambridge Savings Bank)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Cambridge Savings Bank 홈페이지 참조) 이 은행은 1834년에 설립하여 금년에 191년이 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은행이 200 년에 육박하는 지난 과거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이 은행은 지역 중심의 경영을 하였습니다. 지역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 사회의 개인 고객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상품을 판매하였습니다. 무리한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하지도 않았고, 거액 대출을 일으키지도 않아서 자산이 부실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지난 191년 동안 금융 산업에 일어난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여, 디지털화(digital 化)는 물론, 각종 규정의 변화에 대한 적응, 새로운 상품의 개발, 모바일 및 온 라인 뱅킹 기술 개발 등에 꾸준히 투자하며 변화를 수용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기존의 고객은 물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하면서 고객 기반을 키워 왔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재무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경영하였습니다. 급격한 성장이나 무리한 사업확장을 피하고 안전성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착실한 성장을 보여 왔습니다. 급작스러운 성장이나 자산 규모 경쟁을 피하고 탄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케임브리지 저축은행의 이러한 경영 방침들을 살펴보면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성장에 대한 욕심과 성급함입니다. 어서 지역사회를 벗어나 대형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조급함이 우리나라의 저축은행들이 부실화하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여집니다.
쉬워 보이면서도 쉽게 지켜지지 않는 이런 원칙들을 우리나라의 저축은행들도 지켜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형금융기관 행세를 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소형 금융기관으로서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 차근차근히 성장하는 꾸준함과 인내심으로 케임브리지 저축은행처럼 190년, 200년을 살아남는 금융기관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