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이름 바꾸기- 2014. 8. 14.

jaykim1953 2014. 8. 14. 14:01

지난 주 수요일 (8 6) 아침 신문 기사 가운데 세월호 충격 와중에 … 로비 법안, 본회의 통과까지 딱 8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_2014/8/6- SAC) 그리고 그제 (8 12)에는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2014/08/12-신계륜_검찰출두)

이번 사건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서종예; Seoul Arts College)라는 이름과 관련된 법률 개정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이 학교의 이름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였으나 직업학교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으니 이를 단순히 학교라고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실용학교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국회의원들과 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서종예 관련자(이사장) 등이 검찰에서 조사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련 정부부처인 교육부에서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 죽어도 안 된다고 반대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조선일보_2014/8/6-교육부_죽어도안된다) 제가 아는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정확한 상황을 알지는 못합니다만, 일단 주무부처인 교육부에서 죽어도안 된다는 표현을 써가며 반대를 하였을 때에는 단 8일만에 법안을 처리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수 년간이나 여러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였던 것을(관련기사: 조선일보_2014/03/30-갈길먼국회) 상기해 보면 이 경우에는 여야간의 대립이 아닌 주무부처의 반대의견이어서 쉽게 묵살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부족한 저의 상식적인 판단으로도 예술을 가르치는 곳을 직업학교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 반면 고등교육법에 의하여 학교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는 교육부의 견해에도 수긍합니다. 이 번에 문제가 된 법안은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이고 이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학교라는 이름의 사용에 대하여 주무부처인 교육부 관련 상임위원회가 아닌 환경노동위원회라는 것은 상당히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름에 관하여서는 금융계에도 매우 민감한 일들이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2002년 정부는 이전에 상호신용금고라고 불리던 금융기관을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은 소규모의 금융기관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기업 금융이나 대형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보입니다. 상호신용금고는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소규모 금융기관으로서 소액 예금주들의 예금을 받아 소액 대출을 필요로 하는 영세 상인과 가계에 대출하는 것을 주업무로 영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바뀌자 갑자기 대형 금융기관 흉내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요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매경-2002/5/26-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전형적인 현금흐름을 이용한 금융상품 (Cashflow financing product)입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현금흐름이 아닌 지급보증을 담보로 하는 담보금융 (collateral financing)의 형태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지급보증이 개입되자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전문성이 없는 저축은행들도 이 분야에 나선 것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조는 다음에 첨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df' 파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df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차주(借主, borrower)는 시행사가 됩니다. 그런데 시행사는 대부분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시한부 특수목적법인(SPV; Special Purpose Vehicle)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목적법인은 명목만의 회사일 뿐 기존의 사업이나 자산, 부채 등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행사에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하여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기관은 차주인 시행사의 신용을 대상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신용 대상은 프로젝트의 수행 결과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상환할 능력이 충분한지 여부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상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 분석과 사업 결과 발생하는 현금 흐름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전문 금융기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보다는 프로젝트를 시공하는 시공사- 건설회사의 지급보증에 의존하여 대출을 일으켰었습니다. 현금흐름에 대한 금융이 아닌 지급보증에 대한 담보대출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급보증을 담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급보증이 있다는 것은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에 크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아닌 지급보증 담보금융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저축은행들이 행하였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이름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일 뿐 시공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지급보증 담보대출에 불과하였습니다.

이 뿐 아니라 저축은행들은 후순위채권도 발행하였습니다. (관련기사: 2006/5/4-한경-저축은행후순위채) 후순위채권이란 일반채권과 달리 채권자가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일반 채권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후순위채권은 기술적으로 부채보다는 자본에 가깝게 분류됩니다. 따라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면 자본비율이 높아지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로 재무구조가 안 좋아지자 저축은행들은 후순위채권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후순위채권 발행 등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금융기법들입니다. 일반 소액 예금자를 상대로 수신업무를 하던 상호신용금고가 이름을 저축은행으로 바꾸었다고 갑자기 대형 금융기관 흉내를 내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 광고에 쓰였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XX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마찬가지로 이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도 아마 이름을 바꾸고 무엇인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하려고 계획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설사 이름이 바뀐다 하더라도 원래의 설립 취지와 존재의 이유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df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