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금융제도, 우편향 금융제도- 2024. 10. 4.
열흘쯤 전에 국내 언론에 게재된 칼럼 가운데 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칼럼 내용도 제가 동조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좌편향·우편향, 동시에 고쳐야 한다-chosun.com- 20024. 9. 23.) 이 글을 쓴 이는 예전에 재정경제부에서 국장급으로 근무하였던 공무원이었으며, 외환은행을 론 스타 펀드에 헐값에 매각하였다고 배임 혐의로 기소 되었었고 (관련기사: '외환銀 헐값매각' 변양호 무죄 확정-yna.co.kr- 2010. 10. 14.) 또 현대자동차의 로비 대가로 현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기도 하였던 (관련기사: `현대차 로비' 변양호 무죄 확정-yna.co.kr- 2009. 9. 10.) 변양호 씨입니다.
변양호 국장은 나이는 저보다 한 살 아래이지만 제가 아주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두 가지 혐의에서 서슬 퍼런 검찰의 압박에서 살아남아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첫날부터 썼다는 그의 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게 현금 뇌물이 전달되었다고 하는 시간과 장소를 검찰측 증인이 특정하는 과정에서 허위가 있었음을 밝혀내는 데에는 변 국장의 일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여러 해가 지난 상황에서 어느 특정한 날 특정한 장소에 변 국장이 있었느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변국장은 자신의 일기를 보고 그 날 자신이 국회에 불려 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국회 회의록, 폐쇄회로 TV 등을 통하여 실제로 변 국장이 국회에 있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국회에 출석한 변국장이 검찰측 증인이 현금을 전달하였다고 주장하는 장소에 시간 맞춰 가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재판부가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황이 그에게 무죄 판결이 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일기가 그를 살려낸 것이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일기를 썼던 적은 있으나 항상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불과 2 – 3일 일기를 쓰다가는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일기를 썼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써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일로 보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그의 칼럼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요즈음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경제 정책이 좌우 성향에 따라 극단적인 주장만을 편다는 지적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지극히 공감합니다. 마치 자본가는 강자(强者)이며 악(惡)이고 노동자는 약자(弱者)이며 선(善)이라는 식의 이분법으로는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왔던 현실은 오히려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 강자 노조와 그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약자 사용자입니다. 심지어는 임원을 집단 폭행하는 노조원들 앞에서 경찰조차도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노조원이 임원 집단폭행 하는데… 40분간 구경만 한 경찰-chosun.com- 2018. 11. 27.) 그뿐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노조는 무력 시위를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시골 판사’ 박보영 출근길 ‘험난’…쌍용차 노조 항의-donga.com- 2018. 9. 10.)
이러한 현상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지극히 좌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노동자들, 피고용자들이 약자이고 보호받아야 할 절실한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노동자가 항상 약자이고 보호받아야 할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강자 행세를 하며 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한 노동자 앞에 사용자가 도리어 약자가 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극단적인 좌편향의 경제관은 자본의 생산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입니다. 제가 과거에 구 소련의 개방 계획- 페레스트로이카에 금융 분야 자문을 하면서 느꼈던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 2012. 6. 15. 참조) 그 반면 극단적인 우편향의 경제관은 노동의 생산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치 창출에 쓰여진 노동의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가치 창출에 기여한 자본의 생산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자본 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극단적인 좌편향도 있어서는 안 되고, 극단적인 우편향도 있을 수 없습니다. 좌편향 사고와 우편향 사고가 적정선에서 접점을 찾아 슬기로운 타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연금 제도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상당히 좌편향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불입금을 하나의 커다란 펀드로 만들어 이를 운용하고 펀드 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약정된 연금을 지급합니다. 그렇지만 기금이 부족하다고 하여서 정부가 세금으로 보충해 주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가입자들이 불입한 돈을 기반으로 연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 감소, 평균 수명 연장,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하여 기금 고갈의 우려가 발생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3. 4. 21. 참조)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하여서라도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시급히 수정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겉으로는 좌편향 제도- 사회보장형입니다. 개인의 불입금이 얼마가 되었든 가입자가 받는 금액은 기금 운용의 성과와 관계없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도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금이 부족하게 되어도 정부가 개입하여 기금을 보충하는 일은 없습니다. 차라리 일관된 좌편향 제도라면 기금의 부족분을 국가 재정으로 보충하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를 극단적인 우편향 제도- 개인 계좌 운용 시스템으로 바꾼다면 각 개인의 불입금을 개인별 계좌로 구분하여 개인별 운용 실적에 따라 현재의 자산 가치를 파악하고, 그 자산 가치를 바탕으로 노후 연금 지급이 이루어지게 하여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어야 합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사회 보장제도 (social security)는 지극히 좌편향 제도입니다. 사회 보장세금을 거두어 이를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401K 또는 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등은 철저한 우편향 제도입니다. 개인의 계좌를 각 개인이 운용하여 자신의 노후 연금 재원으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라리 적정 부분을 분리하여 국민연금의 일부는 철저한 사회 보장 제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개인이 자신이 불입하여 적립한 자산 가치를 바탕으로 그에 맞추어 자신의 노후 연금을 설계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좌편향 국민연금 제도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연금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부분적으로라도 우편향 제도를 도입하여 합리적인 연금 운영이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