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에 론스타 (Lone Star)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이 갓 넘었습니다. 론스타 펀드가 강남의 스타타워 (현재의 강남 파이낸스 센터)를 인수한 것이 2001년이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 2003년입니다. 그 이전에는 론스타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론스타라는 이름은 미국 텍사스(Texas)의 주기(州旗; state flag; Texas_flag) 이름입니다.
텍사스의 주기에는 별이 하나뿐이라서 이를 가리켜 ‘하나 뿐인 (외로운) 별’이라는 의미로 ‘lone star’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미국의 텍사스 주는 처음에는 멕시코 영토였었다고 합니다. 똑 같은 영문 표기이지만 Texas를 멕시코에서는 스페인어 식으로 ‘테하스’라고 읽고 미국에서는 ‘텍사스’라고 읽습니다. (Mexico도 멕시코에서는 ‘메히코’라고 읽는답니다.) 텍사스는 19세기 초 멕시코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 그 당시 전투 가운데 유명한 알라모 요새 (Fort Alamo) 전투는 후에 영화화되기도 하였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 끝에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였고, 1959년 알래스카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주 가운데 영토가 가장 넓은 주였습니다. 알래스카에 있는 관광 가이드들은 어린이 관광객에게 ‘알래스카를 정확히 2 등분하면 텍사스는 미국에서 3번째 큰 주가 되었을 것이다’ (If you cut Alaska evenly in halves, Texas would have been the third biggest state in the US.)라고 이야기해 준다고 합니다. 알래스카의 땅 크기가 텍사스의 2배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비록 알래스카의 1/2도 안 되는 크기이지만 미국에서 두 번째로 땅덩어리가 큰 주(州) 텍사스는 넓은 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으면서 (2,560만- 2011 센서스) 경제규모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내 2위 (2010년 Gross State Product $ 1조 2천억)로 1인당 소득 수준이 높고, 특히 주세(州稅; state income tax)가 없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이러한 텍사스에서 시작한 사모 펀드(private equity fund) 가운데 하나가 이름을 텍사스의 주기에서 빌려와 론스타 펀드라고 지었고 이 론스타 펀드가 2003년 경영의 어려움에 빠진 외환은행을 인수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론스타 펀드에 대한 인상은 아주 좋지 않고 소위 ‘먹튀’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철수해 가면서 우리나라 국세청에서 물린 세금에 대하여 부당하다고 반환 청구 소송을 낸 것이 국민적 감정을 거스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론스타 펀드의 행태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생각일 것이고 저도 그러한 울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언론에서 조차도 드러내놓고 “뻔뻔한 론스타…’ (관련기사: 뻔뻔한_론스타_중앙일보_2012_5_31)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가 하면, 론스타 펀드의 세금관련 소송제기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세금관련 제도에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외국계펀드_과세강화_2012_6_7) 외국계 펀드라 하더라도 내국인이 투자자로 포함되어 있으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게다가 한미 FTA에서 문제가 되었던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라고 불리는 ISD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조항에 의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에의 제소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ISD소송1호_론스타_서울신문_2012_5_30, ISD_법률신문_2012_5_31) 이쯤 되면 론스타 펀드가 ‘괘씸죄’에 걸려들 것은 불을 보듯 훤합니다. (관련기사: 먹튀_괘씸_뉴스_토마토_2012_6_2) 아마도 론스타 펀드는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포기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좀 더 냉정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론스타 펀드가 하는 행동이 감정적으로 밉기는 하지만 이성적인 분석을 통하여 그 배경을 조금은 알아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우선 론스타 펀드는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미국 국내에서 이미 피소를 당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론스타_피소_경향_2012_6_4) 아마도 투자자(LP; limited partner, *주: 프라이빗 에퀴티 투자자 가운데 경영에 책임이 없는 단순 투자자를 제한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LP라고 부릅니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이는 론스타 펀드가 못 미더워 소송을 제기하였을 것이고, 투자자들의 이러한 소송과 비난에 대한 대응으로 론스타 펀드의 운용자(GP; general partner *주: 프라이빗 에퀴티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이에 대하여 무한 책임을 지는 참가자를 GP라고 부릅니다.) 측에서는, “우리는 법적으로 잘 못이 없는데 한국인들의 외국 자본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이용해 한국 검찰이 정치적으로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만약 제가 론스타 펀드의 투자자라고 하여도 당연히 론스타 펀드의 운용자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따져 묻고 싶은 상황일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반대로 제가 만일 론스타 펀드의 운용자였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국 정부가 세금을 부과한다고 고스란히 낼 것이 아니라 혹시 안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투자자들의 질타를 피하기 위하여서라도 우리나라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을 고스란히 내기보다는 일단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하고 필요하다면 소송을 제기라도 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면 아마도 저를 ‘매국노’라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입니다. 감정을 자제하고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여야 문제를 깔끔하게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론스타 펀드의 작태가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고,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하여서는 론스타 펀드가 왜 이런 식으로 사태를 끌고 가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론스타 펀드 운용자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낼 때에 내더라도 누구에게나- 특히 투자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론스타 펀드의 투자자들이 생각하기에는 1998년부터 외환은행의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였던 코메르츠 은행(Commerz Bank)이 실패하고 물러난 외환은행의 경영을 론스타 펀드가 인수하여서 성공적으로 정상화시켜 놓았고, 이익을 내고, 외환은행의 주가가 많이 상승하였다면 론스타 펀드의 공(功)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에 투자하여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론스타 펀드가 인수 당시에 경영의 어려움에 처해 있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부담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론스타 펀드가 성공적으로 외환은행을 경영하였기에 발생한 이익이지, 만약 코메르츠 은행의 전철을 밟아 외환은행을 회생시키는 데에 실패하였다면 론스타 펀드도 투자금을 되찾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보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코메르츠 은행이 한번 실패하였기 때문에 론스타 펀드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논리를 피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짧은 소견입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정상화시킨 공로는 인정하되, 소득에 따른 세금은 법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의하여 부과하는 것이 모두에게 공평한 해결 방법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되 이익을 많이 낸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투자 금액의 몇 배를 이익을 냈더라도 법 질서를 지켰느냐의 여부가 비판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에 투자하였다가 철수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국민 감정을 앞세워 곱게 돌려 보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면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보다 근본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점은 과연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가 금융기관- 그 것도 외환은행과 같은 우리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던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부실 경영의 해결책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에서는 금융기관의 대주주 지위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서 프라이빗 에퀴티에게는 금융기관의 인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잘 정비된 제도를 사전에 미리 마련하는 지혜와 준비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 주에는 좀 더 밝은 내용으로 여러분과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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