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歲月 - 2024. 5. 10.

jaykim1953 2024. 5. 10. 06:02

Heather Locklear 라는 영화배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 미국 영화계에 데뷔하여 TV극인 T. J. Hooker 라는 경찰 드라마에 고정 출연하면서 미모와 연기력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배우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미모와는 달리, 나이 든 그녀의 모습은 그리 아름다워 보인다고 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녀도 한 동안 약물과 알코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고, 성형 수술의 후유증 등으로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 모습 사이에서 지나간 40년이라는 세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렀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나이 든 여배우의 사진만이 아닙니다.
지나간 시절의 신문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1980년에는 이런 기사도 있었습니다.  ‘임금 현물 지급 단속’(관련기사: 임금 현물 지급 단속_경향신문-1980. 6. 19.) 이 당시에는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직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현물로 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원치 않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떠안게 되어 이들을 주변의 친척, 친지들에게 판매하여 현금화하여야만 하였습니다. 판매가 부진한 가전 제조사들이 직원들에게 강제로 물건을 떠넘겼던 것입니다. 그러던 가전제품 회사들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세계 1등을 당연시하고 1등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주주들에게 다음에는 세계 1위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AI 초기 시장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승리해야"-yna.co.kr-2024. 5. 1.) 40여 년 전 직원들의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하고 물건으로 떠넘기던 기업이 이제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것입니다.
40여 년 전의 기억을 들추자면 저도 가슴 벅찬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일이 있습니다. 1980 년대 초에 제가 뉴욕으로 출장을 갔을 때에 뉴욕 번화가 55 스트리트와 매디슨 애비뉴 교차 거리에 있던 쏘니(Sony) 전시관을 찾아갔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2014. 9. 19. 참조)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전자제품 제조사의 전시관은 뉴욕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쏘니는 뉴욕의 맨하탄 번화가 한복판에 그들의 전시관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 전자제품 전시관이 맨하탄의 중심지역인 컬럼부스 서클 주변에 보란 듯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40여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변화일 것입니다.
금융 분야도 말할 것이 없습니다. 1985년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최초로 해외 시장에서 CB(전환사채)를 발행하였습니다. 발행 금액은 2천만 달러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여겨졌고 국내 증권사들은 이 CB 발행의 인수단에 참여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썼습니다. 공동 주간사였던 동서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인 1백만 달러를 인수하였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불과 1 - 2십만 달러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여러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CB, BW(신주인수권부 사채), DR(주식예탁증서) 등을 활발히 발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의 해외 증권 발행 금액은 작게는 1천 5백만 달러부터 많아야 5천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그 정도의 금액을 빌리기 위하여 로드 쇼를 나가고 증권사들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은행 한 두 곳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상이 약 40 년 전 삼성전자가 처음 해외 CB를 발행하던 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 시장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흔히들 격세지감(隔世之感), 상전벽해(桑田碧海)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지난 40년을 돌아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 상전벽해입니다.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달라졌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시장에 잘 알려지게 되고 우리나라 경제의 규모도 커지면서 더 이상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변방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당당히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G20 국가의 중심 국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40년 전에 깊은 잠에 들었다가 지금 깨어난다면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 시장의 변화에 현깃증을 느낄 것입니다. 1985년 삼성전자가 첫 해외 CB를 발행할 때에 투자 안내서(prospectus) 안의 내용, 숫자 등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 로드 쇼 현장에서 발견되어 쩔쩔 매며 진땀을 흘리던 것이 엊그제만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어엿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요 증권 발행 국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세월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세월에 따른 그 변화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앞으로 또 다른 40년이 흐른 뒤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으려는지 궁금해집니다.
세월이 흐르면 젊고 예쁜 여배우의 모습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금융시장에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나간 세월 속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앞으로 다가오는 세월 속에도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부디 그 변화들이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일어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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