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벤치 클리어링- 2024. 6. 7.

jaykim1953 2024. 6. 7. 06:08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국내 언론에 낯 부끄러운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국내 프로 야구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경기를 마치는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벤치 클리어링이란 경기 중에 감정적으로 흥분한 양 팀의 선수들이 충돌하는 우발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전에 제 칼럼에서도 한번 언급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5. 26. 참조)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면 늘 그렇듯이 이번 벤치 클리어링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베테랑이라고 일컬어지는 선수가 벤치 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어린 선수에게 “너 이리와 봐”라고 삿대질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경기 종료 후 '너 이리와 봐' 한화 - KT 벤치클리어링-yonhapnewstv.co.kr- 2024. 6. 6.)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나이 어린 투수가 그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주눅이 들었던 터에 이날 따라 구위가 살아나면서 구원 등판한 후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았다고 합니다. 연이은 삼진에 신이 난 이 선수가 과도한 몸짓으로 삼진 잡은 것을 기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날 따라 어린 투수의 팀이 큰 스코어 차이로 경기를 이기고 있던 터라, 상대 팀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기도 잘 안 풀리고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는데 이기고 있는 팀의 어린 투수가 과도하게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언짢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몸짓이 상대팀 선수들에게는 나이 어린 선수가 도발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포츠라는 것이 원래 상대방을 어느 정도 자극하는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나이 어린 선수가 모처럼 신이 나서 과도하게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려니 하고 지고 있는 팀에서 대범하게 넘겼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도 더 많고 경기 경험도 훨씬 더 많은 베테랑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나이 어린 선수에게 “너 이리와 봐”라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몹시 눈에 거슬립니다.
만약 나이 어린 선수가 과도한 몸짓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 팀 선수들이 짐짓 모른 척하고 대범하게 넘어갔더라면 아마도 어제 아침의 보도는 오히려 젊은 선수의 철없는 행동을 꾸짖고 상대 팀 선수들의 대범한 행동을 칭찬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젊은 선수의 조금 과한 몸짓을 용납하지 못하고 삿대질을 하며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킨 행동은 전혀 스포츠맨십에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고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도발을 대범하게 넘기게 되면 대범한 행동이 칭찬 받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엊그제의 일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도발에 발끈하고 대들게 되면 발끈하고 대들었던 사람이 비난을 더 많이 받고, 도발적인 행동을 한 사람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정도로 지적을 받게 됩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과거에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과거 구급차 운전했다”-segye.com-2020. 8. 25.) 과거에 구급차 운전을 했었다는 택시 기사는 자신이 구급차를 운전하던 시절에 구급환자를 싣지 않은 상태에서도 긴급 사이렌을 울렸었다며, 실제로 구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구급차가 긴급 사이렌을 울리는데도 길을 비켜 주기는 커녕 오히려 길을 막아 섰습니다. 그러다가 접촉사고가 나자 구급차를 붙들고 구급환자의 이송을 방해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형사 입건되어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때에도 이 택시 기사가 오해하였던 것 처럼 구급차에 구급환자가 실리지 않았는데도 긴급 사이렌을 울렸다면 구급차 운전자가 잘못한 것이고, 구급차 운전자가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구급차를 가로 막게 되면 그 때에는 구급차를 가로 막은 택시 기사가 나쁜 사람이 됩니다.
과거에 일부 연예인들이 구급차를 마치 콜택시인 양 타고 다니며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강유미 구급차, 사과 후에도 비판 거세져-asiatoday.co.kr- 2013. 12. 13.) 이 때에도 만약 구급차에 연예인이 타고 콜 택시 마냥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길을 비켜주었다면 길을 비켜준 운전자들은 전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급차를 택시 처럼 운영하는 운전자와 택시 처럼 이용하는 연예인이 비난 받고 처벌 받아 마땅합니다. 만에 하나 연예인이 탄 것을 알았다고 하여서 이 구급차를 가로 막는 운전자가 있었다면 그 운전자는 의협심은 높이 살 수 있을는지 모르나 그가 한 행동이 결코 교통 법규를 지킨 것은 아닙니다.  구급차가 긴급 사이렌을 울리고 다가 오면 그 구급차에 긴급 환자가 타고 있는지 혹은 연예인이 콜택시 처럼 이용하는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우선 길을 양보해 주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긴급 환자가 타고 있는 구급차였다면 비켜주는 운전자는 옳은 일은 한 것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연예인을 태우고 거짓 긴급 차량 행세를 하는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해 주었다 하더라도 비난 받고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은 거짓 구급차 운전자와 그 안의 연예인 승객입니다. 길을 비켜준 운전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운동 경기를 하다가 상대팀 선수가 도발한다고 하여서 “너 이리와 봐”라고 분풀이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무리 의심쩍어도 구급차가 긴급 사이렌을 울리면 길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됩니다. 아주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쉽지 않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상대가 도발하면 발끈하기 십상이고, 구급차가 긴급 사이렌을 울리면 정말 저 구급차 안에 구급 환자가 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 비켜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운동 경기에서 상대팀이 도발하더라도 대범하고 의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칭찬받을 일이고, 구급 차량 안에 누가 타고 있던 간에 긴급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입니다.
그렇지만 관용을 베푸는 것이 늘 옳고 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는 여신 업무에서 거래 상대방이 신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단호히 대처하여야 합니다. 만기에 원리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여 이를 회수하여야 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여 잠재적 손실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신용 등급이 낮은 고객에게는 아무리 그의 사정이 딱하고 어렵더라도 신용 등급에 맞는 이자율을 부과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야만 금융기관을 믿고 자금을 맡긴 고객의 자산을 지킬 수 있고, 금융기관의 주주 이익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운동 경기와 도로에서의 운전에는 관용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여신 비즈니스에서는 인간적인 사정을 고려해주기 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단호함이 더 요구됩니다.
운동경기에서는 선수들 간의 너그러움으로 더 이상 벤치 클리어링이 없어지기를 기대하고, 구급차를 마주친 운전자들은 구급차에게 길을 내주는 아량이 베풀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서는 분명한 원칙으로 고객의 신용 상태에 따른 원칙적인 여신 업무가 이루어지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