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러시아 채권의 부도- 2022. 4. 1.

jaykim1953 2022. 4. 1. 05:11

미국 시간으로 지난 금요일 (한국 시간 토요일) 3월 25일 자 워싱톤 포스트 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목은 ‘Will Russian Bonds Default?’입니다. (관련기사: Will Russian Bonds Default? -The Washington Post_3/25/2022) 우리말로 번역하면 ‘러시아 채권이 부도가 날까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처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에는 며칠 안으로 전쟁을 마무리하고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이 보였으나 뜻 밖에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리면서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의 피해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전쟁 수행 비용의 부담이 늘어나고 달러화 수급이 원활치 못해지면서 러시아 채권의 원리금 상환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급기야는 러시아 채권의 부도 가능성이 신문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도라고 부르는 개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개념과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0. 19. 참조) 국제 금융시장에서 부도- default라 함은 지급불능으로 인하여 약정된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0. 19. 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단순히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도(technical default), 교차 부도(cross default) 등의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술적 부도란 결제 지급의 여부와 관계 없이 채무자의 지위에 변동이 생겨 법적인 채무자가 없어지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기업의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이 이름을 ‘메타’라고 바꾸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페이스북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이 없어짐으로서 채권을 징구할 대상이 없어지게 됩니다. 새로이 이름을 바꾼 메타라는 기업이 기존의 페이스북의 채무를 승계하여 그 채무의 지급과 결제 의무를 떠맡겠다는 법적인 동의(consent)가 있다면 채무 승계를 통하여 기술적인 부도를 피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경우는 교차 부도입니다. A기업이 B은행에 채무가 있고, 도 다른 C은행과의거래에서 A기업이 C은행에 지급하여야 할 금액을 결제하지 못하는 경우, B은행은 A기업이 부도가 난 것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계약 조항을 cross default clause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교차 부도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에디슨 모터스라는 회사가 쌍용 자동차 채권단과의 인수 합병 계약에 의한 인수 자금 지급을 제 때에 결제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경우, 에디슨 자동차의 다른 채무를 가지고 있는 채권은행은 에디슨 자동차가 쌍용 자동차 채권단에 대한 채무의 결제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채권도 부도가 난 것으로 간주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이 은행이 에디슨 모터스와의 채권 채무 계약에 cross default clause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cross default clause 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신문에 보도된 러시아 채권의 부도 가능성에는 두 가지 점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의 채무 이행 능력에 대한 회의입니다. 전쟁을 치르다 보니 재정이 어려워져 채무 결제를 위한 유동성이 실제로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실질적인 부도의 가능성입니다.

또 한 가지의 가능성은 러시아가 채무 이행을 약속한 계약서상의 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는 경우에도 부도가 난다는 것입니다. 채권 채무를 약정하는 계약서상에는 거래 통화(reference currency. 금요일 모닝커피 2022. 2. 25. 참조)가 미국 달러화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를 미국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결제한다면 이는 계약서상의 내용을 위배한 것이므로 부도- default-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아직은 부도를 실제로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지속하고,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지속된다면 러시아의 재정상황은 계속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 채권의 부도 발생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커져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세계 경제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성장이 둔화되고, 무역거래가 줄어들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저개발국가의 유동성에 막대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관광 수입으로 상당한 외화벌이가 가능하였던 스리랑카의 경우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관광 수입이 끊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스리랑카의 처참한 몰락_chosun.com_2022/3/31) 또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하여, 내전이 지속되는 미얀마,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미얀마·에티오피아… 전쟁 아픔 겪는 지구촌_kmib.co.kr_2022/3/31) 저개발국가가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선진국들의 도움이 없이는 헤쳐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하는 면이 있으나 저개발국가는 당장의 식량, 연료, 생필품 등의 공급이 끊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러시아 채권이 부도가 나게 되면, 그로 인하여 국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게 되고 그 결과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저개발국가의 채권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저개발국가는 경제 운용에 필요한 자금과 채권의 원리금을 상환할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어 연쇄 부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람직하기는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고 국력을 전쟁이 아닌 천연가스 공급 등 경제활동에 주력하여 러시아가 발행한 채권의 부도를 막아야 합니다. 아울러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의 경제개발에 도움을 주고 금융지원을 하여 전반적인 세계 금융시장에 부도의 어두운 구름이 더 이상 드리워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지난 주말 경제 분야 워크숍을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尹당선인이 일정 미루고 들은 경제 강연_chosun.com_2022/3/27) 이 기사의 보도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투자를 통한 경상흑자를 도모할 것을 요청했다. 경상수지는 무역·소득·이전 수지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무역수지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구조다. 하지만 무역적자는 작년 11·12월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가 1월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김 전 원장은 “이웃 일본의 경우 무역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지만 자본의 해외 투자를 통한 소득수지가 높아 경상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한국 경제의 수익원을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제가 약 반년 전에 주장하였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10. 8. 참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 가운데 일부분을 저개발국가의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고 이를 마중물로 삼아 우리나라 기업으로 하여금 그 나라에 진출하는 것을 돕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업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과 여러 지역에서의 전쟁, 내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같이 국제 정세에 영향력이 큰 나라의 채권이 부도 위기를 겪는다는 것은 세계 경제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경제 내실을 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충격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변 저개발국가 가운데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와 관계를 개선하여 그 나라의 발전을 돕고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제도 실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 채권의 부도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 경제의 튼튼함을 한 단계 더 올리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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