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국내 경제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돈 많은 사람들이 싱가폴로 이민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아들에게 회사 물려주려다…현금 1200억 들고 한국 탈출_hankyung.com_2024.10.21) 단순히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싱가폴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지난 해에만 204명이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로 이주한 인원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4년 동안 단 6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255명으로 42.5배 급증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들은 대부분 거액의 자산가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사 내용 가운데, “로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상당수가 상속·증여·배당소득세를 피하려는 초고액 자산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1000억원대 초거액 자산가, 미국은 수백억원대 자산가를 선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적 상실자가 가장 많이 옮겨 간 상위 10개국 중 전년 대비 증가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2개국뿐이다.”라고 합니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천억대의 자산가들은 세금을 피하여 싱가폴로 이주하고 국적을 아예 싱가폴 국적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에도 싱가폴 국적을 취득한 거액의 자산가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폴 국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가 행여 한국 세무 당국이 그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워 세금을 부과할까 봐 아예 한국 세무 당국과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하여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거액의 세금을 피할 수 있다면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사고 방식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돈에 눈이 어두워 자기의 나라를 버린다’는 식의 논리는 케케 묵은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위의 기사에서 언급하였 듯이 돈을 벌면서 내라는 세금을 모두 꼬박꼬박 냈는데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준다고 자신의 소유 가운데 반이 넘는 재산을 나라에서 빼앗아 간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싱가폴이 돈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이유는 세금이 없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세금이란 상속세, 증여세, 배당세의 세 가지를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세금은 이중과세(二重課稅)의 논란이 있는 세금들입니다. 재산을 형성하면서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여 형성한 재산을 후손들에게 상속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증여할 때에 상속세,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미 과세한 소득에 추가로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것입니다. 원래 세금이란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속과 증여의 경우에는 새로운 소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혹 상속을 받거나 증여를 받는 사람이 소득이 발생하여 세금을 부과한다는 논리를 피력한다면,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주거나 혹은 증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므로 그 만큼 세금을 보전하여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속세나 증여세는 거래 상대방의 세금 감면 없이 일방적으로 상속을 받거나 증여를 받는 사람에게 과세합니다. 게다가 세율도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증여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1,200억의 자산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힘들여 축적한 자신의 부를 자신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데 국가가 반 이상을 떼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일 것입니다. 제가 그 사람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폴로 이민을 가고 싶을 것입니다. 행여 1,200 억의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탈세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세금 추징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였다면, 추가로 50% - 60%의 세금을 상속세라는 명목으로 떼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배당세도 전형적인 2중과세입니다. 기업은 발생한 이익에 대하여 기업의 법인 소득세를 냅니다. 그리고 세금 납부 후의 잔여 이익금 가운데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합니다. 그런데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에 대하여 세금을 물리는 것은 기업이 창출한 이익에 대하여 법인 소득세를 부과하고, 세후의 이익으로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에 대하여 또 한 번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기업에 한 번, 그리고 주주들 개인에게 또 한 번, 모두 2 번의 과세가 이루어집니다. 싱가폴에는 기업이 세후 이익으로 지급하는 배당에 대하여서는 배당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조세정의(租稅正義)라는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배당세는 부과하여서는 안 되는 세금입니다.
상속세, 증여세의 부과를 강력히 지지하는 일부 세력은 ‘부의 세습’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사실 ‘부의 세습’이 왜 부당한지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한 카타르시스 이외에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막상 그들이 가진 것을 그들의 자식들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세금을 덜 내려고 노력합니다. 상속 재산이 많거나 적거나 상속세는 조세 저항이 큰 세금입니다. 증여세도 조세 저항이 강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크지 않지만 배당세 또한 전형적인 2중과세의 악성 세금입니다.
싱가폴에는 없어진 상속세, 증여세, 배당세는 우리나라에서도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2중과세의 악성 세금입니다. 이러한 나쁜 세금이 없는 싱가폴은 우리나라보다 조세정의가 상대적으로 더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세정의가 있는 나라에는 더 많은 부자들이 찾아 들고, 악성 세금이 활개를 치는 곳으로 부터는 부자들이 떠납니다. 결국에는 없는 사람, 부자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만이 남아서 각종 악성 세금이 횡행하는 나라를 만들고 부(富)가 그 나라를 떠나는 것을 가속(加速)시키고 말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어서 조세정의를 이루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서 더 많은 부자들이 우리나라에 남아서 더 살기 좋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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