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Easy peasy lemon squeezy - 2021. 12. 3.

jaykim1953 2021. 12. 3. 05:55

“Easy peasy lemon squeezy!”

이 말을 우리말로 적으면 ‘이지 피지 레몬 스퀴지’입니다. 그 뜻은 ‘매우 쉽고 단순하다’는 것을 어린이 식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Easy peasy lemon squeezy is a playful way to describe a task or activity as extremely easy or simple to perform.’ 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이용하여 만든 노래도 있기는 합니다. (관련음악: https://music.youtube.com_EZPZ) 그렇지만 어린이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 손자도 이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제 손자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 후 수업에서 영어 교실에 참가하였습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대화를 하는 수업이었다고 합니다. 수업 도중에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 내용이 어렵지 않다는 의미로 ‘쉽지?”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이를 영어로 ‘easy?” 하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이때 제 손자가 답하기를, ‘Yes. Easy peasy lemon squeezy!’라고 답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원어민 선생님은 웃으면서 ‘Yeah, easy peasy lemon squeezy!’ 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답니다. 그 수업에 들어가 있던 다른 어린이들은 ‘Easy peasy lemon squeezy!’라는 말을 잘 알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졸지에 제 손자는 영어를 잘하는 어린이로 주목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 손자는 만 두 돌이 조금 지나서부터 매년 겨울이면 저를 따라서 미국에서 겨울을 나곤 하였습니다. 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한겨울을 피해서 미국의 따뜻한 지역에서 매년 연초에 두 달을 지내다가 오곤 하였었는데 그때 제 손자를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미국에 갔을 때마다 유아원, 유치원에 거의 두 달씩 보냈습니다. 아마도 그 덕분에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조금 터득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제가 맨 처음 제 손자를 미국에서 유아원에 보냈을 때에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단기간- 두 달- 동안만 다닐 것인 데다가, 영어도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 나이로 갓 4살, 미국식으로 2년 3 개월 된 어린아이를 유아원에 맡기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손자를 유아원에 보내면서 그곳 선생님에게 제 손자를 ‘조슈아’ (Joshua)라고 불러달라고 하였습니다.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울 테니 쉽게 영어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 손자에게도 그렇게 알려 주었습니다. 제 손자가 유아원에 다녀온 첫날 제게 말했습니다. “하부, 선생님이 나를 진짜 조슈아라고 부르시더라.” (제 손자는 저를 할아버지가 아닌 ‘하부’라고 부릅니다.) 제 손자도 선생님이 자신을 ‘조슈아’라고 부르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제 손자가 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약 일주일쯤 되었을 때입니다. 손자를 유아원 교실에 들여보내 놓고,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에 창문 뒤에 서서 고개만 내밀고 제 손자가 어떻게 하는지 바라보았습니다. 제 손자를 맞이하는 선생님은 ‘굿 모닝 조슈아’라고 하더니 ‘워쉬 유어 핸즈.’ (Wash your hands.)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 손자는 ‘예스’라고 말하더니 수돗가로 가서 물을 틀고 손을 씻었습니다. 일주일쯤 유아원에 다니더니 선생님이 ‘Wash your hands.’라고 하면 손을 씻으라는 말이라고 알아듣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저 정도면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에 일말의 안도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간단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운 저 같은 사람이 ‘Wash your hands.’라는 말을 알아들으려면, 먼저 wash 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고, 동사가 맨 앞에 나오면 명령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던 저 같은 경우에는 아마도 중학교 1학년 2학기는 되어야 알아들을 수 있었을 것만 같은 문장입니다. 그런 문장을 제 손자는 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1 주일만에 알아들었습니다. 물론 전반적인 언어에 대한 이해라던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의 숫자 등에서야 중학생이 더 많이 알 것입니다. 그렇지만 겁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선생님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알아듣는 것은 아마도 제 손자가 조금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외환시장의 생생한 현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1년 싱가폴에서였습니다. 저도 학력이 남달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 당시 싱가폴에서 외환 트레이딩을 하는 트레이더들 가운데 상당히 많은 숫자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 소지자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훌륭히 외환 트레이딩을 잘 수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수학적인 계산이나 시장 뉴스의 분석 등에서는 부족한 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트레이딩을 잘하였고 수익도 많이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학구적인 접근을 하는 방법을 알지도 못하지만, 시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터득한 방법으로 트레이딩을 하였습니다. 각종 지표라던가 경제 관련 수치에 대하여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의 통화량이 늘어나면 달러 가치는 상승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중앙은행인 FED에서 시장의 유동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워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통화량이 줄어들면 달러 가치는 떨어질 것을 압니다.

그리고 FED 가 repo 거래를 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reverse repo 혹은 matched sale을 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왜 그렇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익숙치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이런저런 표현을 써가며 설명을 하려 하지만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미국의 중앙은행이 repo를 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matched sale을 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설명을 부연하면;

FED가 repo 거래를 한다는 것은 현물시장에서 채권 (Treasury Bond 등 재정증권)을 팔고 선물시장에서 되산다는 것입니다. 현물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팔면 이는 곧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채권을 공급하여 주고 시장에서 돈을 거두어 들여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Repurchase(재매입)를 하는 시점까지는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므로 해당 기간 동안에는 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금리가 오르는 통화는 상대적으로 시장 가격이 오르게 되어 환율이 상승합니다.

반대로 reverse repo 또는 matched sale을 하게 되면, 현물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삽니다. 그리고 돈을 시장에 공급하여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선물시장에서 채권을 되삽니다. 채권을 되사는 reverse repo의 만기, 즉 matched sale이 일어나는 시점까지는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어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해당 통화의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간단한 상황을 애써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시장에서의 뉴스에 빠르게 반응하여야 합니다. 그렇기에 설명은 못 해도 행동은 빠르고 정확하게 합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 손자도 wash가 씻으라는 말이고, wash라는 동사가 문장의 맨 앞에 나온 것은 명령문이라는 것을 설명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치원 선생님이 ‘Wash your hands.’라고 말씀하시면 ‘Yes.’ 라고 답하고 수돗가에 가서 손을 씻는 것은 압니다. 제 손자에게는 선생님 말씀을 어떻게 따를 것인가가 중요하지, 단어의 뜻과 문장 구조는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제 손자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만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자기의 할아버지도 알아듣지 못하는 ‘Easy peasy lemon squeezy’라는 말을 하며 깔깔거리고 어울려 노는 것은 잘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학구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쳐 익히고 배우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를 하면서 돈을 버는 데에는 머리로 생각하여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몸으로 시장에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공부를 많이 하고 박식한 사람보다는 경험 많고 숙달된 트레이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