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은퇴 준비가 안 되면...- 2014. 8.29.

jaykim1953 2014. 8. 29. 16:47

지금으로부터 30 과거 이야기입니다. 당시 은퇴 노인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 이야기는 픽션입니다.)어느 은퇴 노인이 아침이면 집을 나섭니다. 오라는 곳도 없고 곳도 딱히 없지만 집에만 있으면 부인의 눈치가 보여 외출을 합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까지 옵니다. 곳에서 버스에서 내려 종로 2가까지 걸어갑니다. 바지 주머니에는 집을 나설 부인에게서 받은 원짜리 지폐 장이 버스비 80원을 내고 받은 거스름돈- 5백원짜리 지폐 장과 백원짜리 동전 4, 십원짜리 동전 2개로 바뀌어 있습니다. 서울역에서 종로 2가까지 버스를 타고 수도 있으나 버스비 80원이 들기에 버스비를 아끼려고 걸어갑니다. (요즘처럼 버스 환승제도가 있었더라면 노인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하루에 천원의 용돈을 받습니다. 왕복 버스비로 160원을 씁니다. 점심시간에는 뒷골목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350원짜리 짜장면 또는 근처 식당에 가서 5~6백원짜리 국밥 그릇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그릇에 천원씩이나 하는 갈비탕은 그림의 떡입니다.커피 잔에 2백원입니다. 그러니 다방에도 쉽사리 들어가지 못합니다. 다행히 종로 2가에는 파고다 공원이 있습니다. 곳에는 많은 노인들이 와서 없이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노인들 틈에 앉아서 자리 노인이 보던 신문을 빌려 보기도 합니다. 공원 안에는 야바위꾼이라고 불리는 장사꾼들도 있습니다. 박보장기( 안에 상대를 이기면 판돈의 5 혹은 10배를 상금으로 주는 도박성 묘수풀이) 또는 박보 5 따위 도박판 옆에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묘수풀이를 골똘히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막상 돈을 걸고 하기에는 노인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많이 부족합니다.해가 뉘엿뉘엿 때면 노인은 다시 서울역까지 걸어갑니다. 서울역 염천교 공터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180원을 주고 소주 병을 사서 마십니다. 안주를 사먹을 형편은 됩니다. 포장 마차 주인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오뎅(*: 우리말 표준어는 어묵입니다.) 국물이라도 그릇 얻어 마시는 날은 그래도 운이 좋은 날입니다. 그나마도 없으면 그저 소주 병을 들이키고 거나한 기분으로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와서는 부인이 차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노인은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하루에 피우는 담배는 70원짜리 파고다 담배를 삽니다. 노인의 셔츠 주머니에는 300원짜리 거북선 담배가 있습니다. 그러나 300원짜리 거북선을 피우는 것은 하루 용돈이 천원인 노인에게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을 만날 것에 대비하여 셔츠 주머니에는 최고급 거북선 담배를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어쩌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게 되면 우리 아들이 용돈을 주면서 담배는 좋은 것을 사서 피우라고 해서 내가 비싼 거북선을 피운다니까.’ 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파고다 담배는 바지 왼쪽 주머니에 있습니다. 보통 때에는 바지 주머니에서 파고다 담배를 꺼내 피웁니다. 파고다보다 비싸지만 맛이 나은 100원짜리 개나리나 환희 담배를 사서 피우고 싶기도 하지만 파고다를 선택합니다. 개나리와 환희의 담배 필터 색깔은 누런 색입니다. 거북선 담배 필터 색깔은 색이고 파고다 담배의 필터 색깔도 같은 흰색입니다. 파고다 담배를 피우고 있을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얼핏 보면 입에 물고 있는 담배가 거북선과 흡사해 보이라는 것입니다. 노인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하루 용돈이 2천원만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거북선 담배를 사서 피울 수도 있습니다. 저녁 포장마차에서 150원짜리 우동 그릇, 또는 250원짜리 참새 구이 마리를 안주로 시킬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 보다 300 하는 기료(棋料)를 내고 번듯하게 기원에 앉아 바둑도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역부터 종로 2가까지 걸어 다니지 않고 버스를 갈아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노인의 가정경제권은 부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큰 아들이 받아 오는 월급으로 겨우겨우 생활해 나가고 있어 남편의 용돈을 넉넉하게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아들이 가져 오는 월급은 세금을 떼고 나서 매달 19만원 남짓, 두 달에 한 번 보너스 또는 수당 등의 명목으로 10만원 정도를 더 가져 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회사사정이 어려워지면 보너스를 현금이 아닌 물건으로 주거나 회사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는 캠페인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힘 없는 이 노인은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어렵사리 부탁을 합니다. 옛 정을 생각해서 아들 회사 제품을 사주던 주변 사람들도 한 번, 두 번은 받아 주었으나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제는 이 노인이 아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저 아들이 받아 오는 월급에서 자신의 용돈으로 하루 천원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입니다.

그러던 이 노인이 뜻하지 않게 어깨를 펴고 으스댈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작은 아들이 취직을 한 것입니다. 외국계 회사에 들어간 작은 아들은 세금을 내고 나서도 월급을 27만원이 넘게 받습니다. 비록 보너스나 수당이 없어 일년 12 달 같은 금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여유 있는 금액입니다. 작은 아들이 큰 아들보다 더 많은 금액의 생활비를 부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노인의 부인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작은 아들에게 매월 16만원만을 생활비로 내 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아들은 비교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월급날 작은 아들이 사주는 10갑 들이 거북선 담배 한 박스를 받는 날이면 이 노인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작은 아들이 이 노인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만 원짜리 지폐 두세 장을 못 이기는 척 받고 나면 뿌듯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노인은 작은 아들의 월급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아들의 월급날이면 남몰래 돌아 앉아 흐르는 눈물을 닦곤 하였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관련기사: 2014/8/14-이코노미조선-준비안된베이비붐세대) 아무런 노후대책 없이 은퇴하고 나면 오늘의 은퇴 노인도 30여년전 과거의 은퇴 노인과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자식들의 생활비 보조에 의존하여 용돈을 아껴 가며 여생을 보내야만 할 것입니다. 여유롭게 사는 작은 아들이라도 있어서 남몰래 주머니에 용돈을 두둑이 찔러 준다면 모를까, 하루하루 용돈도 규모 있게 아껴 써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은퇴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분들은 심각하게 은퇴 후의 생활을 계획하여야 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미리 잘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노후생활을 뒷받침할 경제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못합니다.

아직도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55세 이상의 사람들이160만명에 달하고, 60대 이상의 고령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액이 1억을 넘어 가장 큰 손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관련기사: 2014/6/10-60 억대큰손) 은퇴자들은 자산 가치의 변화가 적은 안전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나이 든 노인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하여 자산 가치의 변화가 큰 주식투자에 매달려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은퇴 후 금융자산으로 살아 가기에는 지금의 이자율은 너무 낮습니다. 충분하지 못한 원금으로 은퇴 후의 가계를 꾸려 가려면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여 현명한 은퇴 재무설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30년 후 미래에 지금부터 30년 전 과거의 노인처럼 하루 용돈을 쪼개고 아껴 쓰는 은퇴 생활을 하여야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그런 초라한 노인이 되지 않도록 젊은 사람들도 미리미리 준비를 하여 두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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