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善과 惡- 2020. 10. 16.

jaykim1953 2020. 10. 16. 05:11

3 주일쯤 전에 신문에 보도되었던 기사입니다. 전통시장의 경계로부터 20 Km 이내에는 대형마트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20/09/24_하다하다 이런 법도) 기사의 제목도 ‘하다하다 이런 법도 나왔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반경 20Km가 얼마나 넓은 지역을 포함하는지 알고 이런 법을 발의하였는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기사에서 예시한 서울의 논현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영동시장을 기준으로 반경 20Km를 살펴 보면 서울 전역은 물론, 인근 안양시, 의왕시, 하남시 등의 상당 부분도 적용 대상이 되어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법안이 나오게 되는 근저(根底)에는 ‘대형마트=악(惡), 전통시장=선(善)’이라는 흑백논리가 깔려 있다고 보입니다.

대형마트를 악으로 규정하고 전통시장에서 반경 20Km 이내에는 설치하지 못하게 발의한 국회의원도 아마 그의 가족이나 친인척 가운데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더우기 대형마트의 설립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효과로 전통시장이 더 커지고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런 식의 선악(善惡) 편 가르기는 지금의 정부 정책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달에 국회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와 같은 1급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는 임차인이 임대주에게 임차료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20/09/24_임대료 깎아달라 가능)임대인= 악, 임차인= 선’ 이라는 시각을 여지 없이 드러낸 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료라는 것이 모두 임대인의 이익은 아닙니다. 임대주도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있고, 건물 구입에 따른 여러 가지 부담도 따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임대주들의 반발도 피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20/09/23_월세 깎아주면 대출이자 깎아줄거냐?) 경제의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 수익과 비용이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시장의 움직임 속에 균형을 맞추어나갑니다. 이런 움직임을 무시하고 어느 한 쪽에 무리한 부담을 요구하게 되면 시장이 왜곡되고 균형이 깨지면서 시장이 무너지게 됩니다.

경제 활동에 정치의 입김이 미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항상 새로운 규제와 정책으로 산업의 발전을 옥죄기만 합니다. 겉으로는 혁명적인(?) 산업의 발전을 정부가 주도하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많은 경우에 정부의 규제는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뒷걸음치게 만듭니다. 그러한 예는 너무나 쉽게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의 기사에서 언급된 체온 발열기의 경우입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20/10/05_발열감지기는 체온계) 코로나 19로 인하여 각 건물, 업장 입구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화상으로 확인하는 발열감지기가 설치 되어 있는 곳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장확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와 같은 발열 감지기는 체온계라고 주장하면서 체온계는 의료기기인데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기기를 제조 판매하였다고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건물이나 업장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아 세워서 체온을 재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화상 발열 감지기로 체온을 확인하는 것은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비접촉(intact) 선진 과학 기술입니다. 그런데 정부기관은 이를 불법 의료기기로 단정지어 제조 판매 회사를 처벌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발해 나가면 이를 도와주기 위하여 기존의 규제와 법령을 개정하여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 기존 법령의 해석을 긍정적으로 하여 주기만 하여도 다행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놓고 발목을 잡고, 이미 개발되고 판매된 제품조차도 불법으로 몰아갑니다. 하기야 새로운 모빌리티 모델로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던 타다를 불법으로 만들어 사업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국회의원이 나서서 법을 고쳤던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9. 12. 13.)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의 관련부처 장관은 도리어 우리나라를 디지털 강국으로 키우겠다고 호언합니다. (관련기사: 박영선장관_벤처강국, 디지털 강국 만들겠다_2020/10/08) 디지털 강국이 정부의 의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벤처 기업을 정부가 키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구나 디지털 강국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앞장서 나서도 능력과 기술을 갖춘 기업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디지털 시스템을 이용하여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모델을 만들어낸 타다와 같은 기업을 기어이 불법으로 만들어서 시장에서 퇴출시켰던 것이 이 정부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디지털 강국, 벤처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전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디지털 사업의 모델은 사업가의 아이디어와 R&D를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국회의원들의 탁상 공론을 통한 입법과 정부부처 공무원의 발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한 이야기 가운데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에 있었더라면 아이폰은  결코 시장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방송통신법으로 휴대폰 통신을 이용하여 IT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불법이 되었을 수 있으며,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은 국가 보안상의 문제가 있다고 금지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더우기, 그 당시까지만 하여도 동영상 촬영을 하는 비디오 촬영기기인 디지털 캠코더(디캠)와 정지화면을 촬영하는 사진기 카메라의 하나인 디지털 카메라(디카)의 구분이 명확히 되어 있던 우리나라에서 비디오 촬영과 사진 촬영 두 가지를 하나의 휴대폰으로 모두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정부의 규제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초창기 디지털 카메라가 수입되었을 때에 이를 비디오 캠코더로 분류할 것인지 혹은 단순 사진기 카메라로 분류할 것인지를 놓고 관세당국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카메라가 정지 화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하는 제품이 출시되어 시판도 되었고 제품간에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 관세청은 디카(디지털 카메라: 정지화면 촬영)와 디캠(디지털 캠코더: 동영상 촬영)을 엄격히 구분하여 관세를 달리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품목 기준관리 강화 2004/04/05) 이와 같이 기존의 규정에 얽매이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불법으로 몰아간다면 우리나라의 산업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뒤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는 탄식을 하는 것도 전혀 낯설지 않게 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반적인 사회의 멈춤 현상이 있었습니다. 방역이 최우선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경제활동은 더욱 위축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더 많아질 것이 예상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4. 17. 참조)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이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사실은 정부의 힘이 이미 예전보다 많이 커졌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합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의 판단과 조치가 현명하고 미래를 꿰뚫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옳지 않은 판단이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좀 더 용의주도한 분석과 대응으로 우리나라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