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Going concern - 2020. 10. 30.

jaykim1953 2020. 10. 30. 06:01

지나간 한 주일은 정신 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야 말로 숱한 사건들이 지나갔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국회에서의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서로 상대를 향한 날선 대립각을 보였고, 그 여진으로 국회와 정치판에 온갖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국내 정치를 단 칼에 잠재운 사건도 지난 주말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타계 소식이었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단순히 우리나라 제일의 부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에도 세계 최고, 세계의 1 등을 하는 기업이 있다는 자부심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심어준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기업가는 생명이 유한합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기업은 무한히 지속됩니다. 소위 계속기업(繼續企業, going concern)인 것입니다.

또 한 편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바로 다음 주 화요일로 다가왔고, 그러는 가운데 지난 화요일에는 한 자리가 비어 있었던 미국의 대법관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nbcnews.com_Amy-Coney-Barrett_supreme-court) 상원에서의 투표 결과는 52:48, 공화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상원의 최종 투표 결과 Amy Barrett 대법관은 임명이 결정되었습니다.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직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로 '죽을 때까지' 직책을 수행합니다. 그녀가 승계한 대법관 자리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전임 대법관 Ruth Ginsburg 의 뒤를 잇는 것입니다. 종신직인 미국의 대법관은 누군가가 사망하기 전에는 자리가 나지 않으므로 대법관이 되기 위하여서는  적당한 시기에 기존의 대법관 가운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천운(天運)이 따라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건희 회장의 후계 자리는 일찌감치 정하여져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보장이나 장치는 없지만 이건희 회장도 삼성 그룹의 회장 자리를 종신 직책이나 다름 없이 수행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지난 2014년 불의의 병고로 인하여 의식이 완전히 회복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는 삼성 그룹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이건희 회장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이재용 현 삼성 전자 부회장에게 돌아간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지위를 승계하기 위하여서는 이재용 부회장은 커다란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천문학적 금액의 상속세를 내야만 합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20/10/28_상속세 11조, 영국이었다면 3조6천억) 전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우리나라의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이재용 회장은 삼성 그룹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6. 12. 참조)

상속세에 관하여서는 많은 찬반의 이론이 있습니다. 이미 소득세를 납부한 소득으로 이루어진 재산이 소유자의 사후에 후손에게 상속된다고 하여 세금을 물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원칙적으로 세금이란 소득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이미 소득세를 납부한 이후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것은 논리적인 배경이 취약합니다. 상속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혹하게 과세하고 있는 부동산의 취득, 등록세 또한 과세 근거가 취약합니다. 재산의 취득, 등록을 정부 기관에서 등기하여 주는 데에 드는 비용은 재산의 가액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비싼 재산을 등록한다고 하여 정부기관의 비용이 더 든다거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등록세의 경우에는 정액으로 몇 십만 원을 받는 것이 보다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취득세 또한 과세 근거가 취약한 세금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과세 근거가 논리적으로 취약한 세금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각종 세금을 중하게 부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세금이 무겁게 부과 되면 경제 주체들의 경제활동 의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정부가 이러한 면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중과세의 도가 지나쳐 어느 정도의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집요한 적폐청산 송사에 시달리던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자식에게 삼성의 후계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biz.chosun.com_2020/05/07_이재용도 포기, 기업승계 어렵다) 그 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약점이기도 하였지만 강점으로 여겨져 왔던 재벌 경영이 더 이상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가혹한 상속세를 2~3 대 거치고 나면 대주주 지분은 희석에 희석을 거쳐 소액주주로 남게 됩니다. 오히려 국민연금, 해외 펀드 등이 대주주로 남게 되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 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결단과 끈기로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유와 분리된 경영진들이 단기 업적주의에 내몰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사업전략은 뒷전으로 몰리기 십상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여러 가지 폐해가 경제계 전반에 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주의 지위도 갖추지 않은 정부가 경영진의 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하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영진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위하여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에 입김을 끼치는 정부 부서의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또는, 기업의 지배력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사모 펀드, 최근 부각되고 있는 ESG (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ety, 지배 Governance) 펀드 등의 공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해 질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금산분리 등 각종 규제 속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기만 합니다. 거기에다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입안하기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쉽사리 자주 바뀌는 각종 정책은 장기적인 사업계획과 시장분석으로 살아 남아야 하는 기업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됩니다.

정치권에서 가지고 있는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앞 날을 매우 어둡게 합니다. 지난 해에 있었던 대기업 그룹들의 면세점 허가 반납도 그러한 예입니다. (hankyung.com_2019/10/29_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점 포기) 정치권에서는 면세점 사업을 마치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단기간 허가를 내 주고 허가 기간이 끝나면 다시 경쟁 입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가했습니다. 그 결과 경쟁을 뚫고 허가를 받은 기업들은 과도한 초기 투자의 부담과 업계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결국은 면세점 사업은 기존의 사업자들을 쫓아낸 후 새로운 사업자마저도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정치가 앞장 서서 문제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1990년대에 이북에서 월남한 실향민 은행, 영남지역 제 2의 지방은행, 단자회사의 은행업 진출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새로운 은행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났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이미 보았다시피 부실화 된 여러 은행들이 몇몇 대형 은행으로 통폐합되고 말았습니다.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경제주체의 두뇌와 발언권은 힘 있는 정치권의 욱박지름 속에 묻혀 결국 경제에는 선무당에 불과한 자칭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정치꾼들의 세상이 되고 맙니다.

이건희 회장 같은 분들은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기업 경쟁력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라고 일갈하였습니다. (관련기사: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 그리고 나서 더욱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이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분조차 기대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어디에선가 또 새로운 기업가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마인드로 혜성과 같이 나타나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하여서 우리의 기업들이 계속기업- Going concern 으로 살아 남아 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