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종전선언- 2021. 10. 1.

jaykim1953 2021. 10. 1. 05:21

오늘은 정치적인 토픽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가 경제, 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현지 시간 지난 토요일 (9월 25일) 오전에 뉴욕 타임스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North Korea Dangles Hopes for Summit and End-of-War Declaration” (관련기사: North Korea Dangles Hopes for Summit and End-of-War Declaration_nytimes.com)

이는 지난 유엔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에 대한 논평입니다. (관련기사: 文대통령, 마지막 유엔총회서 ‘종전선언’ 다시 제안_donga.com) 논평은 북한의 상황과 미국의 상황을 주목하면서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논조로 평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아쉬운 점은 종전선언이 우리나라의 경제, 금융 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은 종전선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남북한 사이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이 외부 세계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의 남북한 휴전상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루어진 휴전 협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휴전이라는 의미는 글자 그대로 전쟁을 멈추고 쉰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휴식이 끝나면 다시 전쟁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싸움이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종전이 곧 미군 철수가 아니라고 주장하여도 북한의 주장은 종전과 함께 미군의 철수를 요구합니다. (관련기사: 北, 종전선언에 ‘미군 철수’ 조건 걸어… 文은 “한미동맹과 무관”_donga.com) 그렇다면 우리나라 밖 세계의 시선은 어떠할까요?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하는데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남한에서는 미군 철수와 무관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미군 철수를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종전선언이 곧 미군 철수가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미국이 종전 선언을 하면 이는 곧 미군의 철수였고, 미군이 철수하면 미군이 지원하던 나라는 전쟁의 상대방 국가에 의하여 점령당하였습니다. 멀리는 1975년 베트남이 함락되던 사이공 마지막 날에 미국 대사관을 떠나는 미군 해병대 헬리콥터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Last day of Saigon - Google 사진 참조)

 

(사진 Last day of Saigon. 사진 출처: Google)

 

미군이 떠난 직후 사이공의 베트남 정부는 월맹군에게 점령당하여 항복하고 맙니다.

가까이로는 불과 한 달 남짓 전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입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종전을 선언하고 미군을 철수합니다. 그러자 바로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통령은 국외로 탈출합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공항에서 이룩하려는 미군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탈출하려 합니다.

 

(카불 공항, 이룩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사람들. 사진 출처: NY Times)

 

우리나라 정부는 종전 선언이 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세계 사람들의 기억에는 미국이 종전을 선언하면 군대를 철수하였고, 군대를 철수하면 이는 곧 미국이 지원하던 국가의 패망으로 이어진다는 학습을 하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세계인들의 눈에는 종전선언은 곧 “주한 미군의 철수, 북한의 남한 점령” – 이런 상황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측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변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여도 자신들이 그동안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종전선언을 위한 협상이 시작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에 투자하였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여 국외로 빠져나갈 것입니다. 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도발하여 남한을 점령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되어 있는 돈을 그대로 놓아 둘 리가 없습니다.

이들의 예상이 틀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빠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상승효과를 유발하여서 한꺼번에 많은 금액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금액 기준으로 약 1/3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투자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은 시장에 커다란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려면 우리나라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환전을 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는 1997년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할 당시의 상황을 회상해 보면 쉽사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환율은 쉽사리 달러 당 1,500 원 또는 1,600 원을 넘어설 것이며 상승 속도 또한 매우 가파를 것입니다. 이러한 충격이 경제, 금융에 미치게 되면 그 혼란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멈춰지고, 국내 자산 가치는 떨어지고, 기업의 활동도 위축 될 수 있습니다. 소득은 줄고 경제활동은 위축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이러한 사태로까지 상황을 몰고 가지는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과 미군 철수를 연계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관련기사: 문대통령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_yonhapnewstv.co.kr) 우리나라 정부의 이러한 의도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의 목표도 결코 미군 철수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세상 일은 의도한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민감한 사안은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외부 세계의 눈에는 매우 불안한 제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아무리 설득을 한다 하더라도 외부 세계가 그동안 학습한 바를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설사 우리나라가 의도한 대로 결말이 지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를 외부 세계에서 확인할 때까지는 계속 불안한 눈초리로 우리나라를 바라볼 것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안정된 상황 속에서 건실하게 성장할 때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더욱 건강한 경제를 이룩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의구심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종전선언 주장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인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저의 좁은 시야로 인하여 이해를 못하는 부분도 있겠으나, 종전선언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면 아마도 주식시장을 필두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조금은 답답한 심정에 주제넘은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국군의 날입니다. 우리 국군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외부 세계의 예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부족한 저의 소견을 널리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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