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블루 오리진 (Blue Origin) - 2021. 10. 22.

jaykim1953 2021. 10. 22. 05:38

미국 시간으로 지난주 수요일 10월 13일 오전 텍사스에서 발사된 블루 오리진 우주선에는 4 사람의 승객이 타고 있었습니다. 여자 승객 한 사람 (Audrey Powers)은 블루 오리진의 Vice President입니다. 블루 오리진의 직원입니다. 그리고 남자 3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유료* (*주: 미화 25만 달라를 지불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승객인 Glen de Vries, Chris Boshuizen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은 영화배우인 윌리암 섀트너(William Shatner)입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언론에서 윌리암 섀트너에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는 그가 1931년생으로 현재 만 90세라는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우주선에 탑승한 최고령자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그가 과거에 맡았던 역할이 TV 드라마 스타 트렉 (Star Trek)에서 커크 선장(Captain James Kirk)이었다는 것입니다. TV 시리즈에서 우주선 선장 역할을 하던 사람이 실제로 우주선에 탄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우주여행을 마치고 귀환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며 감격에 겨워하였습니다. (관련기사: William Shatner's flight on Blue Origin_cnn.com_10/13/2021)

사람들은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과 혼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영화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를 관객들이 미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련의 주인공으로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1960년대 말 국내 영화계에 대단한 흥행 기록을 남겼던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영화에 비련의 주인공으로 출연하였던 영화배우 문희는 그 영화의 대성공으로 인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러닝 개런티 (running guarantee)를 받아서 흥행에 성공한 만큼 추가적인 수익을 배분받았던 것입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문희는 남정임, 윤정희와 함께 소위 트로이카라고 불리던 최고 인기의 여배우 그룹에서 선두 주자로 부상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많은 영화 팬들은 문희가 실제로 유부남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착각하여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였다는 것입니다.

윌리암 섀트너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우주선에서 선장의 역할을 하며 우주선 안에서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우주선이 무사히 귀환하도록 진두지휘할 것을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가 비록 스타 트렉 우주선의 선장 역할을 하였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TV 드라마에서의 역할이었을 뿐 우주 여행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각본에 씌어 있는대로 연기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주선을 탑승에서 선장 역할을 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승객이었을 뿐입니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또 한 가지 예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도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이 기대와는 달리 알파고에 고전하자 대국 직전 흥행에 성공하였던 드라마에서 프로 기사(棋士)로 출연하였던 박보검이 알파고와 대국하여야 한다는 패러디가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세돌-알파고` 대국에 이어 `박보검-알파고` 대국? 패러디_imaeil.com_2016/03/10) 겉모습만 보면 박보검이 이세돌 9단보다 더 신중하게 바둑을 두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박보검의 바둑실력은 이세돌 9단과 비할 수 있는 수준은 전혀 아닙니다.

겉모습으로 자칫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경우는 비즈니스의 사회에서도 있습니다. 재미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재무 컨설팅을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보기와 달리 허무맹랑한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국내 정부투자 대기업에 금융고문 계약을 하여 상근 고문으로 근무를 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영문 이름과 한국 성(姓)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Philip XXXX 이라는 재미교포 한 사람이 찾아왔던 때입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 자료라면서 자신이 필리핀 정부에 제출하였다고 하는 수백 장 짜리 두꺼운 국가 재정 관리 마스터 플랜 제안서를 들고 와서 읽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제안서를 읽어 보고 싶지도 않았고 또 한가하게 그런 제안서나 읽고 있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물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낸 제안서에 대하여 필리핀 정부가 당신에게 보낸 답장을 보여 줄 수 있습니까?”라고. 만약 그가 보낸 제안이 제대로 된 것이라면 필리핀 정부가 무언가 회신을 하였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별 내용이 없는 것이라면 답장도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경우는 후자일 것이라고 저는 추측하였고 저의 추측은 맞았습니다. 그 사람은 우물쭈물 답을 못하고 횡설수설 다른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랐던지 한 술 더 떠서 자신은 영국의 런던 시장에서 특별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다섯 손 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말한 라이선스는 채권을 시장 매도가(賣渡價, 오퍼: offered price)에 팔고, 시장 매수가(買受價, 비드; bid price)에 살 수 있는 라이선스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주식이나 채권을 팔 때에는 시장 매수가에 팔고, 살 때에는 시장 매도가에 사는 것이 정상입니다.  시장 매도가는 시장 매수가보다 비쌉니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비싼 매도가에 팔고 싼 매수가에 살 수만 있다면 이는 항상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런 라이선스를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주었느냐고 그런 라이선스가 있으면 보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누가 라이선스를 발행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곧 확인하여서 알려주겠다고 하였고 라이선스의 카피를 나중에 제게 보내 주겠다고 하였으나, 저는 그 날 단 한번 그 사람을 만난 이후로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연히 그 사람은 그런 라이선스를 제게 보여 주지도 못 하였고, 보여 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라이선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_2011. 9. 16. 참조)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이 사람은 뉴욕의 주립 대학 가운데 한 곳을 졸업하고 보험판매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보험 판매가 그가 가지고 있는 금융업 종사 경력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정이 어려워진 1997년의 IMF 사태에 자칭 금융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기웃거렸습니다. 멀끔한 옷매무새에 드문드문 영어 단어를 섞어 가면서 현란한 말솜씨를 보인다고 금융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분석할 수 있어야 금융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윌리암 섀트너는 TV 드라마에서는 훌륭한 우주선 선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는 한낱 연기자에 불과할 뿐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감격해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겉으로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면서 금융 전문가 행세를 한다고 모두 금융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들의 과거 경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보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금융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접근하거든 그 사람의 트랙 레코드를 보여 달라고 하여 이를 주도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그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트랙 레코드를 보고도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는 저에게 물어 봐 주시면 제가 검토해 보고 판단해 드리겠습니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정부투자 공사에서 제가 하였던 일 가운데 하나도 이러한 자칭 금융 전문가라고 접근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옥석(玉石)을 가리는 일을 담당하였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금융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다른 이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노리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제 주변 분들 가운데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현혹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