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No' 라고 말하기 - 2022. 5. 20.

jaykim1953 2022. 5. 20. 06:08

며칠 전 수요일자 인터넷판 신문에 난 기사입니다. 제목은 “노(No)라고 말할 참모가 없다면..” 입니다.(관련기사: 노’라고 말할 참모가 없다면…_chosun.com_2022/5/18)

기사 내용을 보면 지난 몇 번의 정부에서 정부 고위층 내부에 ‘No’라는 말을 할 사람이 없어서 정부 정책이 편향된 시각으로 아무런 반대 의견 없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여러 건의 정책 실패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정부 내부에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제대로 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고 여러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보다 좋은 정책이 수립되고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은 지극히 옳은 이야기입니다. 원론적으로 정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어 활발한 토론을 거쳐 내용이 걸러지고 조율되어 결론에 다다른다면 매우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면 어느 정당의 당론에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면 즉시 상대당으로 가라는 저주 섞인 대응이 잇따릅니다. 또한 같은 당 안에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과 의견이 다르거나 대립하는 사람에게는 무차별적인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박지현은 비난받고, 최강욱은 응원받고_womennews.co.kr_2022/5/9) 이성적인 판단이나 논리 따위는 필요 없고 다만 내 편인가 아니냐 만의 기준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No’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 것인가 의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기업(私企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의 30년 전에 국내 굴지의 S 재벌에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습니다. 창업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자동차 회사를 매각하여야만 하였습니다. S 재벌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총체적인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러자 S 재벌의 총수는 사장단 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가운데 내가 자동차 산업 진출을 하자고 하였을 때에 말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질책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사장단 임원들은 속으로 ‘그 당시 반대하였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쫓겨났습니다’라고 되뇌었다는 것입니다. ‘No’라고 이야기하고 나서 살아남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중소 기업에서도 ‘No’라는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컨설팅 회사를 고용하여 ‘No’라는 대답을 간접적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C 기업은 K회장이 일으킨 식품업계의 떠오르는 스타 기업이었습니다. 창업 5년 만에 국내 업계에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K 회장은 제품과 브랜드의 다양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제빵 쪽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을 시도하였습니다. 처음 1~2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으나 K회장은 뚝심 있게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C 기업의 원래 사업 부분의 수익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새로운 제빵 분야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그러자 K 회장은 제빵 분야의 손실을 일거에 만회하고 C 기업 전체의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도로 양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새로이 시작하였습니다. 가맹점을 모집하고, 새로운 점포를 내면서 본사의 수익이 개선되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1년도 채 가지 않아서 가맹점들이 제품 원료의 품질과 가격 등에 고객의 불만이 많다며 항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양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 이익 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였습니다. C 기업 내부에서는 제빵과 양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정리하고 기존의 본업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K 회장은 전형적인 성공 함정(成功陷穽, success trap)에 빠져 있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일으킨 사업인데, 너희들이 뭘 안다고…’ 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성공 함정에 빠진 최고 경영자는 흔히 확증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을 보입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면만을 보고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K 회장은 이러한 성향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또 다른 새로운 일식당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C 기업이 컨설팅을 의뢰하였습니다. 임원진은 컨설팅의 결과가 K 회장의 확증 편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여 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사실 K 회장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외부인사의 컨설팅을 받는다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였으나 자신이 벌인 두 번의 실패가 C 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현실이 있었기 때문에 임원진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컨설팅 결과 K 회장이 일으킨 두 번의 신사업- 제빵, 양식당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파악하여 보고되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고 지식이 부족한 사업에 갑자기 뛰어들어 경쟁에서 뒤처지고 수익성도 확보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갑작스레 뛰어든 신사업 분야는 모두 C 기업이 미처 알지 못하는 각종 규제, 경쟁 관계, 제품의 노우하우 등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C 기업은 K 회장이 동업자인 G 사장이 이전에 근무하던 기업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카피하여 시작한 사업입니다. G 사장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시작한 사업은 순탄하게 이어져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이 시작하는 신사업들은 그 분야에 경험을 갖춘 사람도 미처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나열하며, 새로운 사업을 또 다시 시작하려면 좀 더 용의주도한 준비과정과 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제안을 컨설팅 결과로 제시하며 성급하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말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No’라고 이야기하였던 것입니다.

컨설팅 결과 ‘No’라는 의견 표명의 결과는 참혹하였습니다.

K 회장은 먼저 컨설팅 준비 기간을 문제 삼았습니다. 불과 2~3주 만에 어떻게 방대한 2 가지 신사업 분야를 다 훑을 수 있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기존의 직원들이 K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에 불안해 하며 미리 준비하여 놓았던 여러 자료들을 컨설팅 자료로 제공하였기에 비교적 빠르고 쉽게 자료를 구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K 회장은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어떻게 짧은 기간에 다 구할 수 있었는지 의심을 하며 컨설팅 결과물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로 K 회장이 문제 삼은 것은 리포트가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불과 30여 쪽의 불과한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사업 분야가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컨설팅 보고서는 그러한 분야를 제대로 카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신사업의 결과는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에만 주력하였지 신사업을 시작하는 준비 과정과는 접근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K 회장은 신사업을 준비하는 데에 적어도 2~3 개월씩 공을 들였었는데 불과 2~3 주 동안 30여 페이지에 불과한 컨설팅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답을 미리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K 회장이 문제 삼은 것은 결정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으로 돈을 벌게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을 못하게 막는데 무슨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K회장에게 충언하여 어렵사리 약정된 금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액의 컨설팅비를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K 회장의 C 기업은 그 이후 새로운 일식당 프랜차이즈를 도입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또 하나의 실패였고, 결국 C 기업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K 회장은 이제 더 이상 C 기업의 회장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개인 기업에서 조차도 이렇게 ‘No’라는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렵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새 정부에서 ‘No’라는 말을 할 참모가 나올 수 있을는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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