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라이따이한, 코피노 - 2022. 7. 1.

jaykim1953 2022. 7. 1. 06:08

60세를 넘긴 세대의 분들은 ‘라이따이한’이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었던 우리나라 군인, 기술자, 기업인들과 현지의 베트남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을 부르는 베트남 단어입니다. 한자로는 ‘?大韓’이라 쓴자고 하는데  ‘?’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입니다. 글자의 구성으로 미루어 보건데 남자(男)가 온다(來)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글자 ‘大韓’은 대한민국, 즉 우리나라를 의미합니다.
라이따이한의 숫자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없으나 추정하는 사람마다 달라서 5 명에서 2 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상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따이한의 아버지에 대한 추측도 다양합니다. 1965 비둘기부대가 처음으로 파병된 이래 1973 철수하기까지 수만 명의 한국군이 파병되어 있었고, 그들이 군부대 주변의 윤락가에 출입하며 생긴 2세들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시 보안과 안전 문제로 병사들의 영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여서 병사들의 윤락가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였다는 파병 군인들의 증언도 있습니다. 라이따이한들의 아버지는 일부 군인도 있을 있겠으나 주로 현지에 파견된 우리나라 기업의 임직원 기술자들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합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필리핀에 있는 한국인 혼혈 어린이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필리핀서 땅콩 파는 코피노 소년 하루 수익 2500원_segye.com_2022. 6. 17.) ‘코피노’(KOPINO)는 Korean + P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인 + 필리핀인’을 의미합니다. 즉,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필리핀 어머니와 아이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아버지는 필리핀에 남겨진 자신의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를 돌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코피노 아이들은 대체로 저소득층으로 남겨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신문의 기사도 그러한 상황의 코피노 어린이 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한때 아이노코(あいのこ )라고 불리던 혼혈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개 6.25 한국 전쟁에 참전하였던 외국군- 주로 미군들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어서 아이노코라는 일본어가 많이 쓰였습니다. 아이노코라 불리던 혼혈아를 소재로 한 노래도 있었으나 제목으로 ‘혼혈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종이 연’ 이라고 제목을 바꾸어 발표하여야만 했습니다. (김민기 - 종이연(혼혈아) (1971 초판) - YouTube 참조)
외국이나 한국이나 혼혈아에 대한 인식이 완벽하게 무차별이고 우호적인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혼혈아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mixed blood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hybrid 라고 합니다. 그런데 hybrid를 영한 사전에서 찾아 보면 첫번 째로 나오는 의미는 ‘잡종’ (雜種)입니다. ('hybrid' 검색결과 : 네이버 영어사전 (naver.com) 참조) 몇 주일 전에 저의 칼럼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잡(雜)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말에서 그리 고급스럽게 사용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2. 6. 17. 참조) ‘잡’은 ‘순수하지 못한, 여러 가지가 뒤섞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잡종이라는 말은 순수한 종자(種子)가 아닌 여러 가지가 뒤섞인 종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베트남의 라이따이한이나 필리핀의 코피노, 그리고 우리나라의 혼혈아들은 모두 사회에서 크게 대접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의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는 혈통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조금 다를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도 민족별로 순수 혈통에 대한 선호가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hybrid의 단어 뜻 설명에 ‘잡종’이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말로는 hybrid를 잡종이라고 설명하지만 근래에는 hybrid라는 단어는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입니다. 자동차 가운데 hybrid라고 하면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의 두 가지 동력을 이용하는 ‘잡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금융 분야에서 hybrid 라는 말은 채권(fixed income)과 주식(equity)의 두 가지 성격을 혼합하여 갖추고 있는 유가증권을 의미합니다. 표면에 표시 된 금리를 지급하는 일종의 채권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만기가 없고 원금 상환이 약정되어 있지 않은 유가 증권입니다. 마치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금으로 충당하듯이 hybrid 증권을 발행하여 이자만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Hybrid 증권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채권으로 발행되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형태인 전환 사채 (CB; Convertible Bond)도 일종의 hybrid 증권으로 간주됩니다. 그리고 일정한 배당을 약정한 우선주(優先株, preferred stock)도 hybrid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hybrid 증권은 만기를 약정하지 않은 채권인 Perpetual bond입니다. 그리고 벤쳐 캐피탈들이 벤쳐의 초기 투자에 많이 사용하는 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도 일종의 hybrid 증권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7. 22. 참조)
Hybrid 증권은 일정한 이자 또는 배당을 약정합니다. 이자율의 경우에는 고정 금리일 수도 있으나 변동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 3.25%의 고정 금리를 지급한다던가 또는 변동금리로 (LIBOR + α) 형태로 기준 금리에 일정한 스프레드를 더한 금리를 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Hybrid 증권은 대부분의 경우 만기가 없습니다. 전환사채의 경우에는 전환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하여져 있고,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금을 지급하는 채권의 만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주식으로 전환이 되면 그 때에는 채권은 자동으로 소멸되고 원금 지급을 약정한 만기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hybrid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hybrid 증권의 발행 금액이 자본금으로 취급 받게 되어 부채 비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Hybrid 증권은 국제결제은행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기준에 따라 tier 1 부터 tier 3 까지의 자본에 편입됩니다. 일단 자본으로 분류되면 자본비율이 개선되고, 부채비율도 가벼워집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본이 늘어나게 되면 재무상태는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부채가 늘어나면 재무상태가 나빠지는 것으로 보이나, 자본이 늘어나게 되면 재무상태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기업들은 hybrid 증권을 발행하게 됩니다. 그 반면 일반 채권보다는 높은 금리를 지급하여 발행 코스트가 더 높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반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보면, hybrid 증권은 일반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입니다. 그리고 hybrid 증권의 가격은 마치 주식과 같이 움직임이 있어서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익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그 반면 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손실의 가능성도 공존하고 있으며, 신용 등급에서 hybrid 증권은 일반 채권보다는 낮게 평가됩니다. 일반적으로 주식(equity)의 리스크는 채권(fixed income)의 리스크보다는 크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Hybrid 증권과 일반 채권, 또는 주식과 비교하면 투자자나 발행기업의 입장에서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행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과 필요에 의하여, 또 투자자가 리스크 부담과 수익률 사이에서 어떤 쪽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hybrid 증권이 선택 될 수 있습니다. Hybrid 증권은 반드시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좋은 점, 유리한 점이 있는가 하면 나쁜 점, 불리한 면도 공존합니다.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지 발행 기업이나 투자자나 모두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사실 혼혈아에게도 다문화(多文化), 이중 언어(二重 言語) 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준다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과 공간도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에서 hybrid 증권이 활용되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혼혈아들이 그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