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민간주도 시장경제- 2022. 7. 8.

jaykim1953 2022. 7. 8. 06:36

지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 19로 인하여 경제에도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아우성입니다. 코로나 19 발발 초기에는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정부가 직접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구제 지원 정책으로 인하여 고통을 느끼는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유동성을 투입한 효과가 소멸하고 금융 시장에서는 그동안 투입된 현금으로 인하여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하에서는 높아진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 화폐가치의 하락 등의 복합적인 효과로 인하여 경제의 저성장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하여 재정지출을 늘린다거나 섣불리 이자율을 낮추었다가는 불붙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불경기로 인하여 소득이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고통이 뒤따르게 됩니다. 지난주 국내 언론에서도 미국의 국민들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에 맞닦뜨렸음을 알리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美국민 58% “하루 벌어 하루 산다”_chosun.com_2022. 6. 29.) 사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기보다는 소득을 미리 땡겨서 소비하고 이를 갚아 나간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각종 소비자 금융을 이용하여 신용카드, 자동차 금융, 주택 금융 등 많은 금융 상품을 이용하여 소비를 하기도 하고 또는 내구재를 구매하고, 그다음 시간을 두고 이를 갚아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표현한다면 ‘미국 국민의 58%는 저축을 할 여력이 없다’라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월급을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하고 모두 생활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생활비라 함은 순수하게 생활에 필요한 지출뿐 아니라 각종 대출, 소비자 금융 등의 상환금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즉, 미리 땡겨서 사용한 지출을 갚아 나가는 것을 포함합니다.

우리나라라고 하여 가계 소득이 온전히 순수한 생활비와 저축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가계 평균 소득은 6,125만 원이었고 그 가운데 1,265만 원이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쓰였습니다. (자료출처: 가구주 성별 자산, 부채, 소득 현황_kosis.kr)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산출한 금융불안지수는 2년 전 한 때 위기단계 22를 넘어서 24.5까지 오르다가 한 동안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몇 달 동안 다시 조금씩 상승하여 3월에 주의단계인 8을 넘어 8.9를 기록하고 4월에는 10.4, 그리고 5월에는 13.0을 기록하였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커져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련기사: 한은, 금융불안지수 3개월째 주의_mk.co.kr_ 2022. 6. 22.)

스태그플레이션의 대처에는 정해진 교과서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 진작을 위한 이자율 하향 조정이라던가, 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이자율 상향 조정 가운데 어떤 것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경기 진작을 목적으로 이자율을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고,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하여 이자율을 높이면 이는 즉시 경기를 싸늘하게 식히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은 상승 국면으로 들어섰고 자이언트 스텝을 들먹이며 미국이 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2. 6. 24. 참조)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도 더 크고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이 앞장서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금리를 올리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도 이자율 상승의 대세에 올라타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초보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이 늘어납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를 들면 자명한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의 이자율이 1% 수준이라면 은행에서는 예금 금리는 1%보다 조금 낮은, 예를 들면 0.5 % 정도의 이자를 지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출은 1.5%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이자를 징구하게 될 것입니다. 예대 금리 차이가 1%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만약 이자율이 10% 라고 한다면 예금은 9% 정도, 대출은 11%와 같이 예대 금리차가 2% 또는 그 이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금융기관의 수익도 당연히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과거 고금리 시대의 예대 금리차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의 예대 금리차를 비교하여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의 공공성을 들먹이며 금융기관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하였습니다. 그러자 금융기관들이 이에 반발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자장사` 비판에…은행 "정치가 금융상식 깨선 안돼" 반발 _mk.co.kr_2022. 6. 23.) 그렇지만 이러함 금융기관의 반발도 잠시 지나가는 찻잔 속의 태풍일 뿐 결국에는 금융감독당국의 윽박지름에 굴복하고 맙니다. (관련기사: 이자 장사’ 비판에…신한·하나은행, 이자 대신 내준다_fntimes.com_2022. 7. 5.) 금융감독당국의 비판을 보면 마치 금융기관이 엄청난 과욕을 부려 금융소비자를 수탈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아무리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금융기관은 자선기관이 아닙니다. 금융기관도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며 이익을 창출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살아남아야만 금융소비자에게 금융 서비스를 계속하여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치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까지 횡행하던 관치 금융의 전성기에나 있었을 법한 금융감독당국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금융시장을 크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관치' 멍드는 금융, 커지는 시장 왜곡 우려_upinews.kr_2022. 7. 4.) 정부와 정치권이 내세우는 서민들의 금융 부담 경감은 정치적인 레토릭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영리법인인 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정부가 서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하여 세율을 낮추고 긴축재정을 운영하여 모범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의 준조세 부담을 줄이고 법인세를 낮춰서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면 경제가 살아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공공기업의 상품 가격을 정상화시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깃값을 생산원가 이하로 낮추어 놓고 재정 지원으로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형태는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입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온전히 생산 원가 이상의 전기 사용료를 부담하고, 스스로 전기 사용을 절제하도록 유도하여야 합니다. 당장에는 정치인들에게 선거에서 표를 깎아 먹는 아픔이 따르겠지만 경제의 흐름을 정상화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수단도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인하하면 그로 인한 기업의 소득 증대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사내 유보의 증가로 이어지고, 기업의 추가 투자 여력을 갖게 하여 경기 호전의 선순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미명 하에 공공기업으로 하여금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게 만들고, 영리법인인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수익성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행사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민간주도의 경제를 약속하였습니다. (관련기사: 尹정부 경제정책 핵심은 `민간주도·규제개혁`_mk.co.kr_2022. 6. 24.) 경제 운영은 구호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정상적으로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그러한 경제의 움직임을 위하여서는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서 금융기관의 금리를 조정하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는 민간주도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정부의 관치 금융에 불과합니다. 당장 눈앞에 효과가 있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태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는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정부는 뒷전에 물러서서 원칙만 감시, 감독하면서 진정한 민간주도,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정상적인 경제가 자리가 잡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