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말 국내 경제지에 실린 기사 2 건입니다. 하나는 지난 월말에 제가 언급하였던 우리나라의 조세 시스템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4. 10. 25. 租稅正義 참조) 기사 제목은 “50억 상속 때 韓 세금 20억·美선 '0'”입니다. (관련기사: 50억 상속때 韓 세금 20억·美선 '0'…투자이민 설명회 성황-mk.co.kr- 2024. 11. 10.) 또 한 건의 기사는 휴일 서울 한복판에서의 시위에 관한 내용입니다. (관련기사: 광화문에 그 많던 외국인들 다 도망갔다-mk.co.kr- 2024. 11. 10.)
이 두 기사는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조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증여세, 배당세는 이미 여러 번 언급하였듯이 그 정당성에서나 논리적인 배경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아주 작지만 중요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세금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억지 고율(高率)의 세금을 부과한들 힘없는 너희 국민들이 어쩌겠느냐는 식의 안하무인격(眼下無人格)인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이 나라를 떠나는 방법으로 항거합니다. 정부와 정치인, 공무원들의 생각에는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면 국민들은 그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국민들이 우리나라 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다면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물을 박차고 나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광화문을 점령하고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마치 엄청난 정의를 구현하려는 듯이 행동하지만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것들입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하였듯이, “과거에 집회는 사회적 환기를 위한 요소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각 단체가 자기 정치적 성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라는 지적이 시위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자신의 요구 사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늘의 시위입니다. 조금 더 강한 표현을 하자면 자신의 무리한 요구를 표현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위는 한 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강경 대응이 다시 더욱 강렬한 강경대응을 낳고 강대강(强對强)의 맞대결만 이어집니다. 그에 따라 시위 주변은 더욱 무질서해지고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수도 서울 한복판은 무법 시위만 판을 치는 곳이 되어 버리고 관광객은 커녕 내국인, 외국인을 망라하고 어떤 사람도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을 것입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위로 무질서한 서울의 광화문보다는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다른 나라의 광장이 훨씬 더 쾌적할 것입니다. 갈 곳이 우리나라 서울 뿐이라면 모르되, 전세계 어떤 나라에던지 갈 수 있는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불편하고 무질서한 시위가 판치는 서울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면 서울을, 광화문 광장을 좀 더 평화롭고 안전한 곳으로 가꾸어 나가는 데에 힘을 합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안정이 되지 않자 누군가가 우량주는 일단 매입하면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량주를 사서 3 개월씩 의무 보유하여야 한다면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그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극구 반대하는 사람이 정부 안에서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이 의견은 없었던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량주는 누군가는 살 것이다’라는 발상은 역으로 ‘아무리 우량주라 하더라도 사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역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바입니다만, 가난한 사람도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는 될지언정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을 계속 힘들게 만들고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돈 많은 사람들은 이 나라를 떠나 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가난한 사람들만 남아서 남은 사람들 가운데 돈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또 다시 괴롭힘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율(稅律)을 조정할 때 걸핏하면 부자감세(富者減稅)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반대합니다. 그런데 부자들에게도 감세 혜택을 주고 그들도 함께 편히 잘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나라라는 좁은 우물을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그들이 우물을 박차고 나가지 않도록 함께 즐겁고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합니다.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절대로 부자를 괴롭히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증권 거래세입니다. 선진국에는 거래세가 없습니다. 주식 거래가 곧 소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식을 사고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세를 걷어가는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죽이는 악법 가운데 악법입니다. 더구나 최근 언론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경기 부양 기대로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투자할 이유가 없다…최악의 한국증시 꼴찌-hankyung.com_ 2024. 11. 12.) 전세계 증시가 상승 국면에 들어가도 우리나라 증시만 하락을 면치 못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우리나라 증시를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와 불합리한 세금제도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거래세는 그러한 불합리한 세금 가운데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세수 감소 우려에 증권 거래세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닫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과세기반 잠식”… 증권거래세 침묵하는 與野-chosun.com- 2024. 11. 13.)
우리나라가 언제나 우물 밖 세상을 알게 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게 될 지 기다려 보아야겠습니다. 경제를 모르고, 금융을 모르는 정치인 들의 손에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이 달려 있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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