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반 국내 언론에 실린 기사 한 편에 제 눈이 뒤집혔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이자 장사 비난이 억울하다고?’ 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자 장사’ 비난이 억울하다고?- chosun.com_ 2025. 2. 12.) 기사 내용을 보면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이 기사가 실리기 이틀 전에 쓴 또 다른 기사와 연관 되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입니다. 이틀 전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중 은행들은 지난 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1 개의 점포를 폐쇄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적은 이자 이익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관련기사: 4대은행, 이자 장사로 최대 실적 내고도 점포 101개 줄여-chosun.com_ 2025. 2. 10)
이 기사를 쓴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소수의 은행 들이 과점 형태로 지배하는 시장에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이런 과점 체제와 내수 시장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은행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삼성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필요도, 벤처기업처럼 혁신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눈에는 은행들이 예금 이자는 낮게 주고, 대출 이자는 높이 받아 손 쉽게 예대 마진을 이익으로 누리고 있다고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은행원들이 이 기자의 비판 기사에 대하여 댓글과 이메일 등으로 억울함을 호소하자,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을 또 다시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기자의 시각으로는 자신의 지적을 억울해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시각과 비판이 옳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를 억울해 하는 은행원들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기자는 금융에 관하여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오히려 금융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 가운데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간혹 금융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집단에 강연을 나가게 되면 이와 유사한 의견을 피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되묻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저를 처음 보셨는데, 저에게 100 만원을 빌려 주시겠습니까? 이자는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큰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일까요. 상대방을 믿지 못하여서입니다.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리스크를 지고 대출 영업을 하는 것이 금융입니다. 은행의 예대 마진이라는 것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라 돈을 떼일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내한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은행이 대출 규모를 늘리고, 대출을 떼일 리스크를 잘 관리하여서 이자 수익을 늘리는 것은 칭찬하여야 할 일입니다. 이자 장사를 하였다고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는 금융 선진국들의 수익성 지표에 비하여 현저히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세계적인 기준에 비하여 수익 구조가 취약하고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은행들은 자산 수익률( ROA)은 1.1% , 자기자본 수익률 (ROE)는 11.3% (2024년 4/4분기 기준)인 반면(자료 출처: www.bankregdata.com), 우리나라 4대 은행 (하나, 신한, 국민, 우리) 들의 자산 수익률은 0.41%, 자기자본 수익률은 6.68% (2024년 1/4분기 기준)입니다. (자료 출처: 4대 은행 수익성 분석- fntimes.com_ 2024. 6. 28.) 앞에서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던 기자가 우리나라 은행들과 미국의 은행들 사이에 수익률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미국은행들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려면 대출을 필요로 하는 경제 주체가 생겨납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대출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법인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금융기관에 가서 대출을 요청합니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사람들,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고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그렇게 하여 금융기관은 수익을 내고 성장하면서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발 맞춰 점점 더 커져가는 대출 수요를 충족시켜 가야 합니다.
만약에 금융기관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 위기 시절에 경험하였습니다. 그 당시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제일은행이 직원들을 해고하며 문을 닫기 직전까지 어려움에 몰렸습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하여 겨우 문을 닫는 것은 모면하였으나 우리나라의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라는 자존심이 무색하게 처절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금융기관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은 불안해지고, 그 금융기관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금융산업이 쇠퇴하게 되고 금융전반의 균형이 깨어지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가 언론기관이 수익을 내는 것을 비판하고, 공정한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라고 비판한다면 아마도 기자들을 비롯하여 언론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언론기관은 땅 파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언론기관도 수익을 창출하여 직원들에게 급여도 지급하고 언론기관의 시설도 보수 유지하면서 성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똑 같은 논리로 금융기관은 금융업을 통하여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체입니다. 당연히 수익을 내기 위한 영업활동을 하여야 합니다.
‘이런 과점 체제와 내수 시장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은행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삼성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필요도, 벤처기업처럼 혁신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이런 시각의 비판은 금융업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과 금융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금융 산업의 구조입니다. 이자 수익은 금융기관 수익의 가장 주요한 기본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를 무시하여서는 안 됩니다. 이는 마치 언론사에서 기사를 작성하여 돈을 받고 기사를 파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언론기관이 생존하여야 하는 것과 똑 같은 논리로 금융기관도 수익을 내고 생존하여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필요도 없다’는 시각은 정말로 위험한 사고로 보입니다. 금융기관이 살아남는 것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남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업이 그렇게 손쉬운 장사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을 위하여서는 건전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 비판은 금융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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