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초 국내 언론에 재미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가상화폐에 관한 내용인데, 그 이야기의 주체가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Eugene Fama) 교수의 코멘트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비트코인 10년 안에 0원 된다”…노벨경제학상 교수의 경고- chosun.com- 2025. 2. 3.) 유진 파마 교수는 시장의 기능에 대하여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7. 18. -새로운 시작 참조)
이 기사의 제목처럼 비트 코인의 가격이 “0”원이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유진 파마 교수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비트 코인은 가치가 “0”이므로 언젠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우치게 되면 가격이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상화폐에 관하여서는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하는 이야기는 가상화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그저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들끼리 가격을 올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가상 화폐는 회계 장부에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등재되지 않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9. 9. 27.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참조) 가상화폐가 지금처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이를 매입하려고 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면 가상화폐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정체하거나 줄어들게 되면 그 때부터 가상화폐의 가격은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유진 파마 교수가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시기가 멀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것과, 비트 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라는 것이 내재 가치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과학과 기술 조언을 위한 대통령 위원회 (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 PCAST)의 의장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새로이 강화한 가상화폐 관련 규정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U.S. Crypto And Digital Assets Top David Sacks’ First Press Conference_ forbes.com_ 2025. 2. 4.) 데이비드 색스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에서는 가상화폐의 발행을 기획하는 사람이 가격의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여러 번 지적하였듯이 가상화폐는 자체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사람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매입한 가격 보다 비싼 가격에 가상화폐를 되팔려는 것입니다. 가상 화폐가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법적인 강제통용력 (Legal Tender)이 없습니다. 재화 또는 용역(서비스)를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지급하였을 때에 이를 받아주는 상인이 얼마나 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상화폐를 받아 주지 않는 상인의 숫자가 가상화폐를 받아주는 상인의 숫자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대전으로 비트 코인이라던가 가상화폐를 받아주는 상인이 있다면 그런 사례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희귀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테슬라 결제수단 된 비트코인, 또 뭐 살 수 있을까 - news1.kr- 2021. 2. 9.)
두번째 로는 가상화폐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화폐로서의 가치는 여러 가지로 측정하게 되는데, 우선 상업적인 가치로 재화 또는 용역과 교환할 수 있는 상업적인 가치가 없습니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법적인 통용력이 없으므로 상거래의 대전으로 사용하는 것이 전적으로 거래 상대방의 은전(恩典)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구매력을 유지하도록 상업적 가치를 지켜주는 발권기관 (예를 들면 중앙은행)이 없습니다. 따라서 상업적 가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정적인 가치를 보면 가상화폐에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므로 절대적인 재정적 가치가 없습니다.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가치는 화폐로 교환되는 상대적인 재정적 가치뿐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 코인의 가격이 미화 10만 달러라던가, 한국 원화로 1억 4천 7백만 원이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와 같이 다른 통화와의 교환 가치로 측정되는 상대적인 재정적 가치만 가지고 있을 뿐 가상화폐는 다른 의미 있는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비록 가치는 없다 하더라도 가상화폐의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하였습니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계속 늘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오듯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 것인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앞의 기사에서 유진 파마 교수가 언급하였듯이 가상화폐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가상화폐의 거래 매카니즘입니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은 블락체인(blockchain)이라는 중앙집중적이지 않은 (decentralized) 전산화된 거래 기록원장(ledger)을 이용합니다. 이러한 거래 방식은 거래를 통합 관리하는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의 부재로 인하여 최초 채굴자(miner)의 컴퓨터를 위시하여 분산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거래 상대방과의 신용도에 대한 문제 때문에 중간에 거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중개인이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대체(Credit stretching)하여 줍니다. 그런데 가상화폐의 거래 중개인도 사실은 각 컴퓨터에 분산 기록되어 있는 가상화폐를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거래 중개인의 신용도 또한 그리 크게 신용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로 전산 해커들이 집중적으로 가상화폐를 타겟으로 해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피해 또한 적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가상화폐 전문가 “가상화폐 범죄 중심엔 반미 국가, 공공의 적 1호는 ‘북한’”-chosun.com_ 2025. 1. 30.) 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가상화폐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따금 언급하였던 저의 옛 직장 동료였던 네델란드 출신 미국인 R의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4. 1. 5. 참조) 그는 지난 연말 완전히 은퇴를 하며 현직에서 떠났습니다. 그가 사회연락망을 통하여 가상화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글을 남겼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람은 (1) 가상화폐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그 가치가 상승하여 가격이 오른다고 믿는 어리석은(stupid) 사람이거나, (2) 가상화폐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어리석음(stupidity)를 이용하려는 나쁜 사람, 이 두 가지 부류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사람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가상화폐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어리석은 사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을 이용하는 사람들만이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 때까지는 가격은 계속 오를 것입니다.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언제까지 늘어날 것인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멈추게 되면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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