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대만(臺灣)의 위상(位相)- 2025. 5. 9.

jaykim1953 2025. 5. 9. 06:04

지난 수요일은 오랜 연휴 끝에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아침 우리나라의 외환 시장은 크게 요동 쳤습니다. 지난 주말의 종가 환율보다 약 20원 이상이 떨어진 가격에 미국 달러화 거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장중에는 다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소폭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외환 엑스포저가 있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미국 달러화의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의주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의 환율 움직임은 대만(타이완) 통화(New Taiwan Dollar, NT$)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대만통화 폭등에 원화도 강세 전환 … “환율 1330원 간다”- chosun.com- 2025. 5. 7.)
요즈음 대만 경제를 이야기할 때면 TSMC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불가능합니다. TSMC는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의 약자입니다.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입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약 55 – 60%의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절대 강자입니다. 지난 2024년 기준 이 회사의 수익은NT$29십억, 미국 달러화로 환산하여 약 880억 달러입니다. 이는 전년대비 34%의 상승을 보였으며, 대만의 2024년 GDP 미국 달러화 8,144억 달러의 약 11%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의 수익입니다. 대만 경제뿐 아니라 전세계의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에 TSMC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비중 뿐 아니라 첨단산업과 방위산업 분야에서 미국에게 매우 민감한 산업분야로서 TSMC는 미국의 관찰과 보호 대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외국 기업입니다. 전세계의 외환 시장이 미국 달러화 강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대만 통화의 환율이 가장 먼저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만큼 대만의 존재가 미국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입장에서의 미국이 중국에게 눈엣 가시 같은 존재인 대만을 끼고 돌아서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대만을 우선시하는 이면에는 TSMC의 존재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대만의 지위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2025년 현재 대만과 국교를 맺은 나라의 숫자는 12개 국가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UN 가입국이 아닌 바티칸 시국(市國)을 제외하면 11개 국가뿐으로, 이들은 대부분, 중남미, 남태평양, 아프리카 등에 흩어진 작은 국가들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지위는 대단하였습니다. 그 당시 갓 탄생한 UN의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 이사국 5 개 나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에 이어 대만이 중화민국 (또는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은 소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1년 중국 본토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이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하며 대만은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UN으로부터 축출되고 맙니다. 그 이후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위치는 추락을 계속하여 여러 나라와의 외교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1992년 외교가 단절되었습니다. 이 당시에 우리나라는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대만과는 단교(斷交)하였습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외국의 대사관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만에 대사관은 없고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AIT)이라는 이름의 미국 재 대만 협회(美國在臺灣協會)를 두어 준외교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교관계가 없으므로 대사관 혹은 영사관 등의 기관은 없고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駐臺北韓國代表部)를 두어 교민들의 영사 업무와 외국인 비자 발급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의 흐름에서는 대만은 주류에서 빗겨져 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번듯한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도 거의 없고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막강하였던 국제적인 지위에 비하면 지금의 대만은 지극히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요동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가장 먼저 안정을 찾아가는 통화가 대만 통화라는 사실은 다시 한번 대만을 주목하게 만듭니다. 대만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변방에 밀려 있는 듯이 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전세계 어떤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강국입니다. 어찌 보면 TSMC 라는 성공적인 기업이 대만이라는 나라를 전세계 경제시장의 한가운데 중심부에 올려 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흐름을 보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 총수가 일갈하였던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다”라는 말이 크게 공감이 갑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3. 4. 14. 참조)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4류에 머무르고 있어 보입니다. 조금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뒤로 후퇴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정치인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안위만을 걱정할 뿐 나라의 미래와 발전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몇몇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대만의 TSMC가 국제정치 무대에서 취약한 대만을 국제 경제 무대의 중심부에 자리잡아 놓듯이,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정치적으로 한없이 뒤쳐진 후진국인 우리나라를 국제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나마 세계 시장에서 알아주는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더 이상은 제발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