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의 열독자(熱讀者) 가운데 한 분이 지난 주에 제게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보도 되고 있는 영국의 LIBOR 왜곡 사태와 국내의 CD 금리 담합에 대한 제 생각을 물어 보시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린다면 이러한 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한 사건입니다. 금융이란 모름지기 신용을 바탕으로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내용을 조작하고, 숨기고, 왜곡된 시장 상황을 이용하여 금융 거래를 하려고 하였다면 이는 금융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CD 금리도 영국의 LIBOR 사태와 비슷한 상황입니다만, 오늘은 우선 LIBOR에 대하여 살펴 보고 우리나라의 CD 금리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주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LIBOR란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을 줄인 말입니다. 영국의 금융가에서 아무런 담보나 보증 없이 순수한 신용을 바탕으로 은행간에 자금을 거래할 때에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은행간에 자금을 거래할 때에는 가격 추종자(price follower)가 될 은행이 먼저 가격 제시자(price maker 혹은 price quoter)가 될 은행에게 가격을 물으면서 거래가 시작됩니다. 가격 제시자는 가격 추종자에게 두 가지 가격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로는 offered rate 이라고 하는, 가격 제시자가 가격 추종자에게 자금을 빌려 주고, 가격 추종자가 자금을 빌릴게 될 때에 적용하는 금리이고, 두 번째 가격은 bid rate으로서 가격 제시자가 가격 추종자로부터 자금을 빌릴 때, 즉 가격 추종자가 가격 제시자에게 자금을 빌려 줄 때에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다른 표현을 빌면 가격 제시자인 은행이 자금을 파는 (빌려 주는) 가격이 offered rate이고, 자금을 사는 (빌리는) 가격이 bid rate 입니다. 그리고 offered rate은 항상 bid rate보다 높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예를 들겠습니다. A은행이 B은행에게 1 개월 만기의 자금 거래 요청을 하며 가격(이자율)을 묻습니다. B는 A에게 1 3/8 - 1/4 (1 3/8 - 1 1/4을 뜻함) 이라고 가격을 이야기합니다. (단위는 %이고, 연율- 年率, 즉, 1년 단위 이자율입니다.) 이 때에 A는 가격 추종자가 되고, B는 가격 제시자가 됩니다. 그리고 1 3/8은 offered rate, 1 1/4은 bid rate이 됩니다. A가 B로부터 자금을 빌리려면 1 3/8에 빌리고, 반대로 자금을 B에게 맡기려면 1 1/4에 거래를 하게 됩니다. 1 3/8 과 1 1/4 의 차이를 스프레드 (spread)라고 부르며, 이 경우에는 스프레드가 1/8입니다.
LIBOR라는 용어가 처음 생긴 것은 세계 2차 대전 직후 미국의 마샬 플랜 (Marshall Plan: *주: 미국 국무장관 조지 마샬이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항하여 유럽의 전후 복구 계획에 미국 달러 자금을 지원)으로 인하여 막대한 미국 달러화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풍부해진 미국 달러화 자금을 유럽 안에서 거래하는 금융 시장을 유로 달러 시장 (Euro dollar market)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금융 선진국을 자처하던 영국의 수도 런던이 자연스럽게 유로 달러 시장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거래되는 미국 달러화 자금은 미국의 시장 관습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금리를 표시할 때에 소숫점 제도 (decimal point system)을 사용하여 1.25%, 2.125% 와 같이 표시합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금리 표시에 분수 제도 (fraction system)를 사용하여 1 1/4%, 2 1/8% 와 같이 표시합니다. 유로 달러 시장에서는 영국식 이자율 표시 방법을 따라 분수로 이자율을 표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간 거래에서 가격을 제시할 때에는 1 1/4 - 3/8과 같이 bid rate을 먼저, 그리고 offered rate을 뒤에 표시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LIBOR의 경우에는 1 3/8 - 1/4 과 같이 offered rate을 앞에 먼저 쓰고 bid rate을 뒤에 표시하였습니다. (이 관습은 초기에는 잘 지켜졌으나 현재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bid rate과 offered rate 사이의 스프레드는 1/16 ~ 1/8 이 일반적입니다. 시장이 불안정하거나 급변할 때에는 스프레드가 커지고 시장이 안정되어 있을 때에는 스프레드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LIBOR는 정확히 표현하면 BBA Standard LIBOR입니다. BBA는 British Bankers' Association- 영국 은행 협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1984년 이전) 런던 시간 오전 11시경에 BBA의 당번 은행이 시장의 주요 7개 은행에 (제 기억으로는 7개였으나, 혹시라도 제 기억이 잘 못 될 수도 있으므로 은행 숫자에 대하여서는 기회 닿는 대로 다시 확인하여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하여 자금 거래를 요청하여서 가격을 받은 다음 7개 은행의 가격 가운데에서 가장 낮은 것과 가장 높은 것 2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의 가격 평균을 내어서 이를 Standard LIBOR라고 발표하였습니다. Standard LIBOR를 발표하는 대상 기간은 여러 번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O/N (overnight, *주: 거래 당일부터 다음 영업일까지의 거래), T/N (Tom/Next, tomorrow/next, *주: 거래일 다음 영업일부터 2 영업일째 날까지의 거래), S/N (Spot/Next, *주: 2 영업일째 날로부터 그 다음 영업일까지의 거래) 등 소위 short dates라 불리는 하루 만에 만기가 도래하는 거래와 1 주일, 1, 2, 3, 6, 12개월 물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미국의 Clearing House Fund의 당일 결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1981년부터 short dates 금리는 O/N 만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1개월부터 12개월까지의 전 구간에 대한 금리를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미국 달러화뿐 아니라 일본 옌화, 독일 마르크화 등에 대한 금리도 발표하였었고, 유로화의 등장으로 마르크화는 제외되고 유로화가 포함되는 등 대상 통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현재에는 18개로 늘어난 대상 은행에 11시경에 가격을 묻고, 그 가운데 가장 낮은 4개, 가장 높은 4개의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의 평균치를 Standard LIBOR로 발표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클레이즈 은행에 £2억9천만의 벌금을 부과하였고, 그 이유는 바클레이즈가 일찍이 2005년부터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의 요구로 Standard LIBOR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지속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BBC_Barclays_scandal) 이 과정에서 실제로 Standard LIBOR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바클레이즈 은행이 왜곡된 가격을 통보하였다 하더라도 Standard LIBOR 계산에서는 가장 낮거나 혹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외하는 과정에서 걸러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여러 은행들이 자금의 차입 코스트를 낮추고, 각 은행들의 자금 동원 능력이 충분하여 자금 수요가 없는 듯이 보이려는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통보하여 왔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LIBOR 스캔들입니다. 이는 심각한 시장 왜곡이며 은행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은행들이 이런 과정을 통하여 시장을 왜곡하였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엄히 처벌하여 다시는 금융시장에 발 붙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Standard LIBOR를 산정하는 방법은 초기에 가격을 수집하는 과정부터 조금은 어설프고 허술해 보입니다. 이런 허술함이 바로 금융기관을 신뢰한다는 반증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금융기관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것입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답게 신뢰를 기반으로 조금은 허술한 방법으로 Standard LIBOR를 산정하여 발표하여 왔으나 비뚤어진 이기심은 신사의 나라 영국에도 이제는 신사적인 방법만으로 금융을 규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서글픈 현실입니다. Standard LIBOR가 다시 금융 거래의 지표로서 위상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소박한 바람은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
Ja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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