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CD 금리- 2012. 8. 3.

jaykim1953 2012. 8. 3. 10:00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금리 담합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mk_7/24/2012_금리인위적) 1천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대출 금리를 결정할 때에 은행에서는 CD 금리, 혹은 코픽스(CoFIX; Cost of Fund Index, 자금조달비용지수)에 적정 스프레드를 더하여 결정합니다. 그런데 주택 담보 대출의 금리 구조로서 CD 혹은 코픽스가 적절치 않음은 제가 이미 여러 달 전에 지적한 바 있습니다. (2012. 4. 6. 일자 금요일 모닝커피: I wanna hold your hand?)

CD라고 불리는 양도성 정기예금증서의 정확한 영어 이름은 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입니다. 글자대로 번역을 하면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예금 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negotiable이라는 단어는 ‘negotiation이 가능한것을 의미하며, negotiation이란 금융 용어로 할인(割引) 거래를 의미합니다. 금융에서 할인 거래란 만기가 도래하기 이전에 시장의 유통 금리로 이자를 계산하여 원금에서 이자 금액을 감하여 매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표면 금리 5%, 원금 1백만 원의 증권을 만기 6개월 전에 시장 유통 금리 6%에 할인하면;

만기 원금 105만원 (100만원 X 5% 이자를 원금에 더하여야 함)

잔존 기간 6 개월의 이자 3% (시장 유통 금리 6% X 6/12)

따라서 할인된 원금은; 105만 원 ¸ (1 + 3%) = 1,050,000 ¸ 1.03 = 1,019,417 원이 됩니다.

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 이란 이런 형식으로 만기 이전에 시장 유통 금리로 할인 거래가 가능한 예금 증서입니다. 일반적인 예금증서는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CD는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CD는 만기 이전에 시장 유통 금리로 할인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반 예금보다 발행 금리가 조금 낮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 처음 CD 제도가 도입될 당시부터 CD에 대한 이해가 원래의 상품 취지와는 조금 달리 되었습니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일반 정기예금은 예금 가입자의 요구에 의하여 중도해지가 가능한 반면 CD는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무기명으로 발행된다는 점이 부각되었고, 이론적으로는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예금증서라는 점 때문에 기업 대출에 대한 양건예금(兩建預金, compensating deposits: 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대출 금액 가운데 일부를 은행에서 되받아 들여 대출 원금을 줄이고 대출 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일으키도록 하는 예금)의 방법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반인에게는 은행에서 CD를 권하는 일이 거의 없고 기업 대출의 양건예금으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난 6월 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CD 발행 잔고는 2 4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제가 수개월 전에 이미 지적하였듯이 순수하게 발행 은행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CD의 발행 금리를 각종 은행 대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CD 금리가 이미 은행의 신용 스프레드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불합리합니다. 게다가 발행 잔고가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의 CD를 바탕으로 무려 340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CD 금리 기준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CD금리_꼬리_대출금리_몸통) 영어 표현에 ‘Wag the dog’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말입니다. , 주객이 전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발행규모 2조 원의 CD 금리가 340조 원 규모의 대출시장 금리를 좌지우지한 것입니다. 이 정도의 규모 차이라면 당연히 2조 원 규모의 CD 발행 금리를 높여 이자 비용 부담을 조금하더라도 340조 원 규모의 대출 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170배에 이르는 더 큰 이자 수익을 올리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현재의 금리 체계 아래에서는 이미 수익 구조 자체가 왜곡되었습니다. 이런 구조적 왜곡을 놓아 둔 채로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은행들에게 CD 발행 금리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운영할 것이라는 도덕적인 책임감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으로 보입니다. 340조 원을 넘나드는 규모의 대출 금리를 상업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발행하는 CD 금리에 맡겨 놓는다면, 당연히 CD 발행 규모는 축소되고 금리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CD 금리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고 그 결과에 대한 엄포가 이어졌습니다. (관련기사: 공정위_과징금) 우리나라 금융계에 또 다른 규제와 체벌의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금리 왜곡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라면 금리 왜곡에 대한 유혹은 항상 따라다닐 것입니다. 아무리 감시와 처벌의 수위를 높여도 점점 더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금리를 왜곡하려 할 것입니다. 금리 왜곡을 막으려면 근본적인 상품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현재의 금리 구조를 개선하는 대안은 자금의 성격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신용 리스크가 없는- 국채 등- 금리와 주거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리- 모기지 금리-를 구분하고 이들을 바탕으로 신용 스프레드를 더하는 제도를 정착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기지 대출의 재원은 주택금융공사 혹은 중앙은행의 에이전트(미국의 GNMA 혹은 FNMA 등과 같은 기구)가 모기지 대출을 매입하여 대출 재원을 제공하여주면 일반 모기지 대출은 주택금융공사 혹은 중앙은행의 에이전트가 매입하는 모기지 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고객 대출을 할 것이고 현재의 CD를 기초로 하는 금리보다는 낮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금리 인하 효과뿐 아니라 상업 은행들은 그 동안 모기지 대출재원으로 사용하던 대출재원이 더 이상 모기지 대출로 이용되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남아 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유동성이 남아 도는 결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조치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면 상업은행의 남아도는 유동성을 잠시 방치하면 금리는 더 하락할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와 유동성을 타이트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이 때에는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공개시장조작 혹은 중앙은행 재할인율, 지불 준비율 등을 통한 통화량 관리를 하면 됩니다. 이러한 정통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시장의 왜곡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만, 금융 시장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좋은 통제 방법은 합리적인 금리 구조와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상업은행의 순수 신용을 담보로 하는 CD 금리를 근거로 주거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모기지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잘 못된 관행이고 이제는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가 조금씩이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어 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