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오빤 강남 스타일- 2012. 8. 10.

jaykim1953 2012. 8. 10. 08:15

 

오빤 강남스타일 ~

강남스타일 ~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후략)

 

이 노래를 아시나요?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신세대 가수 싸이가 부른 노래 강남 스타일의 한 구절입니다. 태어난 지 9개월 밖에 안 된 제 손자도 이 노래를 들으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에 겨워합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참 세상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노래가 만약 30년 전쯤, 혹은 40년 전쯤에 나왔더라면 분명코 방송금지곡 명단의 맨 윗 쪽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 금지 이유는 아마도;

1.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등의 퇴폐적 표현,

2. 안무()의 선정성,

3.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의 미화로 인한 지역간 위화감 조성 등

과거의 잣대로 보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 노래가 외국의 주요 언론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방송금지곡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60년대초 당시 최대의 히트곡이던 동백 아가씨가 방송금지곡이 되었고, 그 이유는 음정, 박자, 화음뿐 아니라 창법까지 음악 형식이 일본의 엔카(演歌)와 유사한 왜색가요’ (倭色歌謠)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박정희 대통령의 애창곡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동백아가씨였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작사, 작곡하여 전국민에게 보급하였던 새마을 노래는 전형적인 일본 군가(軍歌)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시대에 학교 선생님, 군인 등의 경력을 거치면서 몸에 밴 일본식, 그것도 군가 형태의 노래를 자신이 스스로 작곡하여 전국민에게 보급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새마을 노래는 일본 군가 형식이라 하여 방송금지곡이 되기는커녕 전국민에게 널리 보급되었고 새마을 관련 행사 때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마을회관 스피커를 통하여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방송금지곡이 되지는 않았으나 하마터면 방송이 금지될 뻔하였던 노래도 있었습니다. 혜은이가 불렀던 3한강교입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제3한강교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지만 조금 연세가 드신 분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지금의 한남대교를 예전에는, 처음 건설하였을 당시에는, 3한강교라고 불렀었다는 것을. 이 노래는 당시에 퇴폐 풍조를 만연시키고 건전한 사회 기풍을 문란케 한다고 하여 개사할 것을 요구 받아 일부 개사를 하여 다시 취입하였습니다. 처음 출반할 때의 원래 가사 내용은;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밤이 새며는 첫차를 타고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과 사랑을 하고,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건전한 사회 풍조를 문란케 하는 음란, 퇴폐 풍조라는 것이며,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난다는 것도 건전한 사회 건설에 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분 개사가 이루어지고 다시 출반한 노래의 가사는;

어제 다시 만나서 다짐을 하고 우리들은 맹세를 하였습니다/ 이 밤이 새며는 첫차를 타고 행복 어린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라는 지극히 건전한(?) 내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는 위화감이라는 단어가 마치 전가의 보도 (傳家의 寶刀)처럼 모든 사회적 평가의 기준으로 맹위를 떨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위화감이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느낌’ (엣센스 국어사전, 민중서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설명에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설명에서 무엇과 어울리지 않는지에 대한 해석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90. 7. 26. 연합 뉴스의 보도를 보면;

시교위는 국외여행 억제 취지를 학부모및 학생, 교직원들에게 적극 홍보, 학생들의 해외여행을 자제토록 유도하라고 시달하고각급 학교는 학생 국외여행 실태를 이달 말까지 산하 교육구청과 본청에 보고하며만일 학생의 국외여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학교에 대해서는 응분의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90.7.26.-연합뉴스_대학생해외여행) 학생들의 국외여행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단(豫斷)을 바탕으로 깔고 각급 학교에 학생들의 국외여행 실태를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외화낭비는 물론 과소비 풍조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것입니다. 당시의 시교위의 눈높이가 이러했습니다. 요즈음 인천 국제 공항이 출국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당시의 시교위 당국자들은 아직도 혀를 끌끌 차며 외화낭비는 물론 과소비 풍조와 위화감을 조성하는현실을 개탄하고 있을는지 모릅니다.

과거에는 위정자들, 권력자들의 주관적인 잣대에 따라 문화적인 기준이 정하여지고 이를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전체가 그에 동조하는 경향도 생깁니다.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를 보여주는 기사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프라이빗 뱅킹이 조금씩 태동하기 시작하던 때의 기사입니다. 당시에 구제금융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던 조흥은행이 서울 강남의 요지에 프라이빗 뱅킹 점포를 개설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2002. 9. 11_ 조흥은행 PB)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거금을 들였다는 것이 그리 칭찬 받을 일은 되지 못하겠으나 그렇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이 추진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비난 받을 일이었나 하는 것은 조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고액 재산가들이 밀집된 지역에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점포를 개설하여 새로운 프라이빗 뱅킹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실한 프로세스와 컨텐츠 (process & contents; 업무집행 과정과 판매할 상품)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었느냐에 대한 검토와 비판이 우선되었어야 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프라이빗 뱅킹이 은행 비즈니스의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고액 재산가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닙니다. 혹여 고액 재산가가 강남에 많다면 불필요한 선입관 없이 강남에서 고액재산가를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에 주력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강남 스타일이 반드시 우월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는 곤란하겠지만, 강남에서는 강남 스타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남에는 고급스러운 내장재로 장식한 PB 점포를 운영하는 은행들이 이미 여러 곳이 있습니다. 10년 전의 눈과 잣대로 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다분히 강남에 대한 특별 계층 의식을 조장하여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비판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 사람들은 그러한 비판보다는 그저 노래는 노래일 뿐이라며 흥겹게 강남 스타~을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소한 표현에 핏대를 세우며 위화감을 들먹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만큼 성숙한 사회로 성장하였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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