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계륵- 2011. 10. 28.

jaykim1953 2012. 1. 25. 10:42

계륵(鷄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로 조조가 유비와 싸움을 벌이던 진퇴양난(進退兩難) 형세에 이르자 계륵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데 아깝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퇴각을 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지금 미국의 은행들이 계륵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려져 있습니다. 현금이 넘쳐 나는데 예금주들은 은행으로 현금을 가지고 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것입니다. 은행이 예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나, 현실적으로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계륵의 상황이라면 결국 예금을 받지 않는 것이 옳겠지요.

지난 화요일 10 25일자 New York Times에는 ‘In Cautious Times, Banks Flooded With Cash.’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번역하면 조심스러움이 앞서는 (위기의) 시기에 돈이 은행으로 몰린다.’라고 표현하여야 할까요?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것들입니다.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예금을 장려하고 예금 프로모션 캠페인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은행들- 특히 소형 은행들은 현금이 넘쳐나 예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투자하거나 적정한 이익 마진을 더한 이자율로 대출을 하여 이익을 취하여 왔습니다이러한 전통적인 은행 사업 모델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은행들이 마땅히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일으킬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지다 싶을 정도의 신용 경색과 제로 금리를 표방한 초저금리(超低金利) 상황에서는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고 또 투자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예금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을 가진 개인들이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은행이라고 생각하고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에 예금을 합니다.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고 오히려 예금에 대하여 취급 수수료를 받는 은행도 생겼다고 합니다. 실제로 뱅크 오브 뉴욕 멜런은 지난 8월에 앞으로 현금 입출금이 잦은 예금주에게는 0.13퍼센트의 수수료를 물릴 수도 있다고 발표하였으며, JP모건 체이스, US 뱅크 콥, 웰스 파고 등의 은행들도 미국의 예금보험공사 (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일부를 소액 잔고를 유지하는 기업 예금주들에게 일부 부담시키겠다고 합니다. 보스톤 근교의 지역 은행인 하이드 파크 은행 CEO예금을 받아서 적정 이윤을 남긴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It’s very hard for us to take deposits and make any meaningful spread) 라고 실토하였습니다. 미국의 은행들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예금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예금이 계륵이 되고 만 것입니다.

기사: http://www.nytimes.com/2011/10/25/business/banks-flooded-with-cash-they-cant-profitably-use.html?_r=1

한편 바로 어제 10 27 Wall Street Journal에는 전혀 다른 상황을 알려주는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제목은 “Bring Out the 'Junk': Bond Trade Gets Busy” 입니다. 번역하자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정크 본드’: 거래는 활발해지고 있다.”라고나 해야 할까요? 내용을 보면; 정크 본드(Junk bond) 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하이 일드 펀드(High Yield Fund)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려는 목적으로 영국의 Barclays 은행에서 발표하는 고수익채권지수 (High Yield Bond Index) 2주일 전까지만 하여도 마이너스(-) 3.6% 보였으나 지난 화요일(10 25)에는 플러스(+) 3.4% 올랐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까지만 하여도 9%대에 머물러 있던 싱글 B 등급의 채권- 정크 본드- 수익율이 최근 11%까지 오르면서 많은 정크 본드 트레이더들이 활발히 매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은 바로 앞에 10 25일자 NYT 은행 예금에 관련된 기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크 본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신용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부담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는 전술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반면 은행에 예금을 하는 사람들은 고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신용 리스크는 가급적 회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상반된 전술을 가진 사람들의 상반된 행위가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로에 가까운 이자율에 수수료까지 부담할 각오를 하면서 예금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1% 대의 수익율을 기대하고 신용 리스크가 정크 본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식 표현을 빌면 하나의 양극화” (兩極化)라고나 할까요? 수익율과 무관하게 유동성을 가장 우선하고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예금이 극단에 있는가 하면, 아주 높은 리스크, 시장성 취약, 높은 기대 수익을 선호하는 정크 본드 투자가 다른 극단에 있는, 서로 다른 극단적인 가지 자산 운용 형태를 있습니다.

기사: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970203687504576654940267923766.html

오늘 아침 모든 신문 경제면의 뉴스는 유럽 시간으로 어제 아침 (우리나라 시간으로 어제 오후)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그리스 국채의 50% 헤어 컷입니다. 일부 언론이 빗대듯이 50% 수준이면 hair cut 아니라 head cut 수준이라는 표현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헤어 컷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그리스 채권자들의 자산 가치를 50% 삭감하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유로 존의 재정안정기금(EFSF;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1 유로 ( US$ 1 4천억) 늘리고 역내 은행들의 자본 확충 방안 등을 합의하였습니다. 이번 조치로 그리스의 국채를 매입한 은행들은 앉은 자리에서 채권 액면 금액의 반을 허공에 날려 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지난 7월에 이미 21% 헤어 컷이 있었습니다) 엊그제까지도 일부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 유럽- 특히 프랑스계- 은행들의 후순위 채권 등에 투자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투자가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것을 알고 투자한다면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감내할 마음의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 없이 막연히 커다란 수익을 올릴 있다는 기대만으로 리스크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금하여야 합니다. 어제의 베를린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그리스 국채의 앞날이 어떻게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일입니다.

참고로 지금 유로 존에서 재정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소위 PIIGS 국가의 상황을 간단한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인구 (백만)

면적(Km²)

GDP (US$십억)

실업률(%)

그리스

11.3

130,934

305.4

15

포르투갈

10.6

91,320

229.2

12.2

아일랜드

4.5

69,468

207.0

14.2

이태리

60.6

297,736

2,100.0

8

스페인

46.2

498,903

1,400.0

21

(지난 10 5 제가 분께 보내 드렸던 그리스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향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첨부하였습니다. 첨부 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예금자와 투자자의 시장 접근 자세는 처음부터 다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리스크 회피 (risk adverse) 자산을 선호하는 예금주와 리스크 테이커 (risk taker: 리스크 부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 투자자의 차이인 것입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시장에서는 정크 본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하는 행위는 마치 부도덕하게 받아 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음을 부인할 없습니다. 그러나, 정크 본드에 투자할 때의 리스크와 리스크를 감당하였을 때에 주어지는 보상 (수익: return on risk) 설명하여 투자자로 하여금 판단을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서도 감내할 있는 수준의 리스크 한도 안에서 현명한 투자를 성공적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 다음 금요일에 다시 따뜻한 커피 향과 함께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