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보험 이야기- 2011. 11. 11.

jaykim1953 2012. 1. 25. 10:49

오늘은 11 11일 금요일입니다. 창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그리고 오늘은 뻬뻬로 데이입니다. 이 날은 달력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고, 공식 기념일도, 국경일도 아니고 공휴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래도 웬만한 사람들은 오늘이 뻬뻬로 데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오늘이 베테란스 데이(Veterans day), 재향군인의 날입니다. 세계 제 1차 대전이 끝난 날, 정확히 이야기하면 휴전협정이 발효한 날을 기념하여 정한 국가 기념일입니다. 이날은 미국의 은행들도 쉬고,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습니다. 미국의 기념일, 공휴일 가운데 드물게 보는 날짜로 지정된 공휴일입니다. 예를 들어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넷째 목요일,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5월 마지막 월요일 등과 같이 요일로 지정되는 공휴일이 많은데, 베테란스 데이는 11 11일로, 새해 첫날 (1 1), 크리스마스(12 25), 독립기념일(7 4)과 함께 특정 날짜를 지정한 공휴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 손자 녀석이 태어난지 6일째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엊그제 11 9일은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눈치 빠르신 분들 가운데에는 혹시 알아 차리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날은 소방방재청이 지정한 정식 국가 지정 기념일인 소방의 날입니다. 그러나 소방의 날을 기억하는 분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11 9일이 소방의 날로 정해진 데에는 화재 신고 전화번호 119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11 9- 119. 쉽게 연상이 되지요. 화재 예방과 소화(消火)가 주업무인 소방방재청에서 화재 신고 전화번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방의 날을 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화재라고 하면, 화재 보험이 떠오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상품의 성격상 화재보험이 손해보험의 대표적인 상품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부 손해보험회사 가운데에는 아직도 ‘XX 화재 해상보험회사’, 또는 ‘OO 해상 화재보험회사라고 회사 이름에 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화재보험이 전체 보험 상품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험은 저축성 상품(만기에 약정 금액에 이자를 포함하여 지급하는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그 다음으로 자동차 보험, 생명보험의 순으로 많이 팔립니다. 금년도 8월의 우리나라 보험시장 통계를 보면 자동차보험료 5448십억 원, 생명보험료 4285십억 원에 비하여 화재보험료는 12십억 원에 불과합니다. 실제 영업 실적으로 보면 화재보험이 생각과는 달리 손해보험회사의 대표 상품은 아닌 것입니다.

제 주변에 계신 분들 가운데에는 제가 과거에 어느 대형 생명보험회사의 자산 운용에 관한 컨설팅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또 제가 생명보험회사에서 약 2년여 근무하였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게 보험에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보험업 전반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하고, 보험회사와 관련하여서 제가 경험한 업무는 대부분 자산운용 분야였습니다. 보험 판매와 관련된 제 지식과 경험이라고 한다면 주로 미국 보험 시장에 관한 제한적인 것들뿐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제게 이런저런 보험관련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 제 나름대로 답변을 해 드려야겠기에 뒤늦게 보험 관련 공부도 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제법 보험에 관련된 이야기도 남들이 보기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잘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기왕에 보험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오늘은 제가 가지고 있는 보험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과 주변 지식들 가운데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나름대로 재미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1.     보험이 가능한 리스크

보험의 개념은 리스크 관리의 한 가지 방법으로 여하한 손실이 발생하였을 때에 이를 금전적인 방법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로서 이미 기원전 17~18 세기에 함무라비 법전에서도 이러한 개념이 인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보험은 주로 영국의 선박 관련 보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 보험은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에 보험으로 보상이 가능한 리스크와 그렇지 못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보험이 가능한 리스크는 순수 리스크 (pure risk)라 부르고, 그렇지 못한 것은 투기성 리스크 (speculative risk)라고 부릅니다.

순수 리스크: 의도적이 아닌 우발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금전적인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 없음

투기성 리스크: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과 동시에

금전적인 이득이 발생할 가능성 있음

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음

 

보험은 금전적 이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우발적인 리스크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닐 뿐 아니라 돈을 잃을 리스크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딸 수 있다는 투기성이 있으므로 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2.     보험료보험금

보험의 구조는 계약자가 보험료를 납입하고 지불이 약정된 사건이 발생(trigger)하면 보험금을 지급 받는 것입니다. 보험료는 영어로 프리미엄(premium)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매달 혹은 정해진 기간 동안 계약자가 보험회사에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정된 사건(사망, 상해, 멸실, 손궤, 지급 만기일 도래 )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보험금이고 이를 영어로는 Proceeds, Insurance money, Contracted amount, Payment 여러 가지 표현이 쓰입니다.

간혹 보험료와 보험금을 혼동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만, 보험료는 계약자가 보험회사에, 보험금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3.    대수의 법칙 (大數法則: Law of large numbers)

원칙은 일명 평균의 법칙(平均의 法則; law of average)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보험의 대상물 (보험 가입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1) 예측이 정확해 지고, (more accurate the prediction) (2) 실제 손실 발생횟수와 예상 발생횟수 사이의 편차가 작아지고, (less the deviation of actual losses from expected losses) (3) 예측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greater the credibility of the prediction) 것입니다. 이는 일반 통계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원칙으로서 표본의 크기가 크면 그로부터 추출되는 통계의 정확성도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보험은 통계를 근저로 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계의 모집단에 해당하는 보험 계약자의 숫자가 클수록 통계적인 예상치는 정확성을 더하게 되고 아울러 보험의 사업성은 효율이 높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대형 보험사가 소형 보험사보다 사업 실적이 좋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대형 보험사가 소형 보험사보다 고객의 숫자가 많아서 대수의 법칙에 따라 통계에 의한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4.    피보험 이익 (被保險 利益; insurable interest)

보험을 가입하려면 피보험자(insured)와 보험의 수익자(beneficiary) 사이에 피보험 이익 (insurable interest)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피보험자라 함은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자, 혹은 보험의 대상물을 말하며, 수익자는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지게 될 때에 그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보험계약에 의하여 지정되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계약시점에,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시점에 피보험자와 수익자 사이에 피보험 이익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피보험 이익이란 (1) 피보험자의 존재 또는 현재 상태로 남아 있음으로써 수익자가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고, (2) 피보험자의 사망, 망실, 멸실 또는 손궤로 인하여 수익자가 고통을 받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가장 흔히 드는 예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을 일반 시민이 자신을 수익자로 가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대통령의 존재가 수익자에게 이득을 주고, 대통령의 사망이 보험 수익자에게 금전적인 손해 혹은 정신적인 피해를 미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만 있다면 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똑 같이 느끼는 대통령의 존재에 대한 안도감이나 대통령의 유고 시에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느끼는 막연한 상실감, 자괴감 등을 담보로 하여 보험을 가입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예로는 자동차 보험을 가입한 다음 차를 팔았다면 기존의 자동차 보험을 유지하였다 하더라도 그 차가 사고를 당하였을 때에 전소유자는 수익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팔아 버린 차의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은 현재의 소유주에게 지급되어야 하나, 만약에 차량의 현재 소유주가 기존의 자동차 보험에 수익자로 등재되어 있지 않다면, 현재의 소유주는 계약서 상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고, 또 전소유주는 피보험 이익이 없어서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시점에 피보험 이익이 존재하여야만 보험금을 지급 합니다.

 

5.    원상 복구(Indemnity: 손해보험) 보상가치의 약정(valued policy: 생명보험)

화재보험을 들 때에 흔히들 집 값보다 큰 금액의 보험을 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유는 화재보험은 대표적인 손해보험 가운데 하나이고, 손해보험은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땅값을 제외한 순수 건물 가치가 10억 원인 건물에 15억 원의 화재보험을 들었다고 하면, 정작 불이 나서 그 건물이 전소하여 없어진다 하더라도, 그 집을 원상 복구하는 데에 드는 돈은 원래의 건물 가치인 1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비록 보험 가입은 15억 원을 하였으나 원상 복구에 필요한 10억 원만 지급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운전자 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면허가 정지되었다면, 운전면허정지에 대한 보험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보험은 금전적인 보상이 가능한 리스크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운전면허취소는 보험금으로 원상복구가 가능한 사고가 아닙니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생명보험은, 죽은 사람을 원상 복구할 수는 없으므로, 보상가치의 약정으로써 보험 수익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금전적 보상을 해 주게 되고, 그 때에 금전적 보상의 크기는 보험의 계약에 의한 약정된 가치의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큰 금액의 보험에 가입하여도 계약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가입 대상물의 원상 복구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보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 생명보험을 가입할 때에도 계약자의 재정, 경제적인 상황에 비추어 과도하계 큰 금액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over insured)은 금하여야 합니다.

 

 

이상에 이야기한 내용들이 모두 충족될 때에만 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보험료를 납입한 보험가입자가 피보험이익이 있을 때에 통계에 의한 예측(대수의 법칙)이 가능한 우발적 리스크를 대상으로 원상복구 혹은 금전적 보상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보험만이 보험가능성(insurability)이 있는 보험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유치원에서 배우는 수준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 정도의 가장 기초적인 상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을 대상으로는 별로 자주 이야기되지 않는 내용들이기도 합니다. 기초적인 상식이지만 재미 삼아 읽어 주셨기 바랍니다.

 

다음 주 금요일 아침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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