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Michael Dobbs Higginson- 2024. 9. 13.

jaykim1953 2024. 9. 13. 06:01

저는 1978년 11월에 뱅크 오브 어메리카(Bank of America) 서울지점에 입행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을 직장인으로서 일하면서 여러 보스(boss)를 모시고 일하였습니다. 존경스러운 보스도 있었고(금요일 모닝커피- 2013. 9. 27. 참조), 닮고 싶은 사람도 있었으며, 때로는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금요일 모닝커피 - 2023. 10. 27. 참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모셨던 여러 보스들 가운데 매우 특이한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오늘은 그 분의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 분의 이름은 마이클 답스 히긴슨 (Michael Dobbs Higginson)입니다. (Michael Dobbs-Higginson 참조) 이분은 1941년 그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로데지아(Rhodesia, *주: 1965년 독립, 1979년 짐바브웨에 합병된 아프리카 국가)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유학하며 동양 사상에 심취하였습니다. 불도(佛道)에 들어가 수도승 생활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파계하여 환속(還俗) 하였고, 여러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졸업을 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였습니다. 검도를 습득하여 유단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이 태어난 곳인 로데지아의 국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79년 로데지아라는 나라가 없어지면서 그 이후로는 로데지아 국적을 버리고 로데지아를 합병한 짐바브웨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 때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 린치의 아시아 지역 담당 부회장의 지위에 오르기도 하였고, 여러 나라- 주로 후진국의 경제 고문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저와 인연은 제가 카아 엥도수에즈 아시아 (Carr Indo-Suez Asia)의 한국 담당 이사로 근무할 때에 그는 카아 엥도수에즈 아시아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에 자주 들리곤 하였습니다. 그는 박학다식할 뿐 아니라 언변이 좋아서 마케팅 미팅에서 여러 기업,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즐겼습니다. 그는 ‘A Raindrop in the Ocean”이라는 책도 썼습니다. 제목이 함축하듯이 커다란 대양에 비 한 방울 떨어진다고 갑자기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서 대양의 물을 조금은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으나,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 내용 가운데에는 동양과 서양의 인식의 차이에 대하여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해 준 이야기 가운데 기억나는 내용은, ”서양 사람들은 새가 노래한다- Birds sing- 라고 표현하는데 반하여 동양 사람들은 새가 운다고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새가 우는 것을 한자로 명(鳴)이라고 하는데 이 글자의 훈과 음은 ‘울 명’, 즉 우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서양 사람들 귀에는 새가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데에 반하여 동양 사람들의 귀에는 새가 우는 것으로 들리는 것은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라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새를 밝고 기쁜 마음으로, 동양 사람들은 슬프고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역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와의 대화는 업무와 관련된 것뿐 아니라 늘 이런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그가 3개의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프랑스를 방문할 때에는 프랑스 여권, 프랑스 이외의 지역을 여행할 때에는 영국 여권을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영국을 방문할 때면 당연히 영국 여권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의 또 하나의 국적인 짐바브웨여권은 짐바브웨를 방문할 때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만약에 대비하여 가지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테러 집단이 비행기를 납치하기라도 한다면 자기는 재빨리 영국 여권과 프랑스 여권을 찢어 버리고 짐바브웨 여권 하나만을 가지고 자신이 가난하고 불쌍한 짐바브웨 국민이라고 테러범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볼 의도라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짐바브웨의 경제 고문으로 이따금 짐바브웨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주변을 운항하는 비행기는 1970년대, 1980년대 초반까지도 곧잘 납치범의 범죄 대상이 되곤 하였습니다. 그로서는 나름 생존을 위한 지혜로 짐바브웨 여권을 잘 챙겨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는 프랑스에 자그마한 성(城)을 가지고 있었고, 그 성 안에 수 천 병의 와인을 보관한 와인 셀라(wine cellar)를 가지고 있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한적한 해변에 작은 별장이 있고 그 별장 지하에도 천 여 병의 와인을 보관한 또 하나의 와인 셀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폴 두 곳에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투자한 벤쳐 캐피탈도 2 – 3 개 있었으며, 자신이 고문(advisor)으로 있는 벤쳐 캐피탈은 10 여 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박학다식하고 언변이 화려하였던 그도 코비드 19 팬데믹 기간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2021년 만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은 마이클 답스 히긴슨을 crazy monk (미친 수도승) 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력은 일반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이력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이력은 남달리 화려한 면이 많이 있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를 비롯하여 국내의 정, 재계를 넘나들며 여러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었습니다. 그와 친분이 있었던 유창순 전 국무총리께서는 당신이 국무총리 시절에 마이클 답스 히긴슨이 메릴 린치 아시아 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우리나라의 자본 시장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었다고 하였습니다.
언젠가 마이클 답스 히긴슨과 식사 자리에서 국내 재벌 기업의 총수 한 분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국적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정한 당신의 모국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마이클 답스 히긴슨은 답하였습니다. “내가 국적을 가지고 있는 세 나라 모두가 나의 모국이다. 만약 세 나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굳이 내가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만을 나의 모국이라고 부르고 다른 두 나라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조국 세 나라 가운데 어느 곳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세 나라 모두에 나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내가 국적을 세 개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 세계 인구를 계산하는 데에 내가 세 번 카운트 되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중 국적을 갖는 것을 기회주의자 내지는 애국심이 부족한 사람 취급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무만 충실히 다 한다면 국적을 여럿 갖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행여 전쟁을 하고 있는 상대방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경우가 다르겠으나, 특별히 적성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자꾸 줄어들어 가는 요즈음에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여서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숫자를 늘려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인구문제, 동포 말고는 답 없다…복수국적 허용연령 40대로 낮춰야”-mk.co.kr- 2024. 9. 6.)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이중 국적을 갖는 것에 대하여 애써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중 국적을 가졌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이중 국적의 국민도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대승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Michael Dobbs Higg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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